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일막걸리 Oct 26. 2022

우리 양조장의 터전은 어디일까

로컬인서울을 준비하며 만난 로컬 크리에이팅

"왜 막걸리를 만들려고 하세요?" 다음으로 많이 들은 질문은 아마 "양조장이 어디에 있으세요?" 일거예요. 저희는 당장의 사업화보다 소셜 임팩트를 더 먼저 생각했기에, 양조장을 세울 지역을 딱 정해놓지 않았었습니다. 그저 생산지와 가까워서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지역이면 좋겠다고 막연히 꿈꾸고 있었죠.


그러다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인 로컬인서울 공고가 게시된 걸 보게 됐어요. 로컬 고유의 문화와 특성을 살린 아이템으로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업이었죠. 로컬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일이라니! 해일막걸리가 추구하는 또 다른 공생의 가치를 담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특히 사업 지역 중 하나인 구로구 오류버들 상권은 옛 오류골 주막이 있던 곳으로 막걸리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잊히긴 했지만요. 또 쌀 생산지인 서울시 강서구 및 광명시와 가까이 있어서 원재료를 수급하기에도 용이해 보였습니다. 거주 인구와 직장 인구가 적절히 섞여있는 상권이기도 했고요. 그 외에도 여러 후보 지역이 있었지만, 고민을 하면 할수록 오류버들 상권에서 양조장을 열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져 갔습니다.


아직 대표 양조장이 없는 구로구에서 제1호 양조장이 되면 어떨까, 달콤한 꿈을 꾸며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류동의 특성을 우리 양조장에 담아낼 수 있을까 고심했죠. 구로구청 홈페이지와 오류골 주막과 관련된 사료를 찾아보고, 지도의 로드뷰를 통해 양조장이 들어설 상권을 구석구석 살펴봤지만 당연히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오류동으로 달려갔습니다. 살아보지 않았다면, 직접 가보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오류동에 도착하니, 처음엔 앞서 조사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동네의 인상은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먼저 늦은 오후쯤 도착한 오류동역 인근은 평화롭고 적당히 붐비는 곳이었습니다. 주택가와 상권이 붙어 있었는데, 아직 퇴근 시간이 되지 않아 조용했어요. 가끔씩 들새 소리와 비행기 소리가 작게 들려왔죠.


인근의 여러 부동산에 들어가서 이곳에 양조장을 지으려 한다며 나온 매물이 있는지, 막걸리가 잘 팔릴 것 같은지 여쭤보기도 했죠. 친절하신 중개사님 중에는 동네에 나온 매물이 별로 없고 임대료가 비싸긴 하지만 적당한 곳이 있을 거라며 나중에 연락을 주신 분도 있었어요.


지정 상권을 몇 바퀴 돌아본 후, 집으로 돌아와 사업 계획서를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상권과 붙어있는 어린이 보호구역, 인근 유휴공간들, 임대료 시세, 진짜 주민들의 이야기 등 직접 가보지 않았다면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오류동 맞춤 양조장 계획을 세워 서류를 제출했고, 정성과 간절함이 통했던 것인지 서류 합격 연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구로구 오류동에 해일막걸리 양조장을 세울 수 있는 걸까요?

이전 11화 어느 막걸리 양조장이 피봇팅을 준비하는 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