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랑 효모랑 친해져요
막걸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명동에 있는 한 교육 기관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그때 알게 된 작고 소중한 친구들을 여러분께도 소개해 드립니다. 맛있는 막걸리가 만들어지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누룩은 막걸리에 들어가는 발효제인데요, 여러 균이 살고 있는 곡류 뭉침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바로 이 누룩 안에 효소와 효모가 살고 있답니다. 비슷한 발효주인 맥주나 와인에는 처음엔 효소만 있어서 효모를 나중에 따로 넣어주곤 해요.
효소는 탄수화물이 분해된 포도당을 더 잘게 자르는 역할을 해요. 잘라진 포도당은 효모가 냠냠 먹습니다. 그리고 알코올과 탄산, 칼로리를 만들어 내지요. 그래서 완전 발효가 되면 효모가 당을 다 먹은 것과 같기 때문에 단맛은 없고 알콜 도수는 센 술이 나온대요.
또 누룩마다 당화력이 다 달라서 어떤 누룩은 아주 조금만 써도 발효가 빨리 되는데, 어떤 누룩은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해야 해요. 하지만 누룩 속 효소와 효모를 자연스럽게 배양시킬 수 있다면? 사용하는 누룩의 양을 줄일 수 있죠! 이게 바로 이양주, 삼양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 하나랍니다.
보통 막걸리 빚기 체험을 하면 쉽고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단양주를 만들게 돼요. 하지만 한 번에 술을 만들지 않고, 두 번, 세 번 덧술을 하면 이양주와 삼양주를 만들 수 있죠. 시중에 파는 막걸리 중에는 무려 다섯 번의 덧술을 한 오양주도 있답니다.
이양주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양주를 위해 처음 만드는 술을 밑술이라고 불러요. 밑술은 바로 효모를 배양하는 역할을 합니다. 적당한 온도에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주면 효소와 효모는 활발하게 증식해요. 하나의 효모는 평균적으로 24번까지 출아할 수 있는데, 곧 하나의 효모가 24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죠. 즉, 누룩을 조금만 써도 술 만들기가 가능해져요. 결과적으로 누룩취가 적게 나는 장점이 생깁니다.
효소와 효모는 당연히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지만, 막걸리 세계에선 다른 방법으로도 이 친구들의 존재를 알 수 있습니다. 누룩과 고두밥을 섞어 열심히 주무르다 보면 기포가 생기는데, 벌써 효모가 깨어나 일하기 시작했는 뜻이기도 해요. 또 술을 담그고 나면 얼마 후 기포가 올라오고, 보글보글 소리가 들리는데요.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효모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게 느껴져요. 사실 '뽀글뽀글-톡톡'에 가까운 이 발효 소리는 너무 귀엽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바라요.
수업을 들으면서 막걸리의 기초를 다지고, 원리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효소와 효모라는 평생 친구가 생긴 것도요. 앞으로도 더 친해지고 싶은 친구라, 여러분들에게도 소개해 보았습니다. 이제 생막걸리를 드실 땐 이 친구들이 열심히 맛있는 술을 만들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