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요
다음 주면 퇴사한 지 벌써 일 년째가 됩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죠. 오늘은 제 일 년을 되돌아보는 글을 쓰려고 해요.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창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프리랜서를 꿈꾸긴 했지만 막상 대학 생활을 하면서는 평범한 회사에 취직해 무난한 회사 생활을 하기를 바랐거든요. 그러던 제가 갑자기 회사를 관두고 창업을 하게 되다니,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퇴사일이 결정된 후, 우연히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공고를 보게 되었고 엉성한 사업 계획서에도 불구하고 운이 따라주어 예비창업팀 트랙에 선정될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창업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길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회사를 관두자마자 바로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어서 작고 소중한 생활비를 벌 수 있었죠.
육성사업에서는 7백만 원이라는 지원금과 멘토링을 받으면서 해일막걸리의 뼈대를 갖추기 시작했고요, 브런치와 인스타그램도 시작하게 되었죠. 특히 막걸리 교육을 정식으로 받게 되면서 막걸리라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마트에서 팔던 대기업 막걸리만 먹다가, 전국의 크고 작은 양조장에서 파는 특색 있는 막걸리를 만나는 일은 아주 즐거웠어요.
그리고 청년쿡 비즈니스 센터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해일막걸리의 로고를 완성했고요. 양조장 인턴십을 시작하면서 양조장 실무가 어떤지를 배우게 되었죠.
11월에는 드디어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자 등록을 했어요. 대외활동 알럼나이 혜택으로 마루 360에 사무실을 얻게 된 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2월에는 막걸리 체험 프로그램으로 여러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요. 참여자 분들의 피드백과 지원금 정산을 마지막으로 2022년을 보내주게 되었습니다.
2023년은 인기척도 없이 찾아왔고, 해일막걸리의 여정은 계속되었습니다. 1월이 되자마자 여성 기업 인증을 받았는데요, 큰 절차가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상반기는 정말 지원 사업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부터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 공간 지원 사업, 여성 창업 지원 사업까지 약 스무 개 정도의 지원 사업에 도전했던 것 같아요. 비록 모두 고배를 마시게 되었지만, 사업 계획서를 쓰면서 해일막걸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리할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와중에 재미있는 일을 벌이기도 했죠. 바로 월간해막의 시작이요! 막걸리와 함께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소셜링 자리인데, 맛있는 막걸리와 더불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 같아요.
퇴사 후 조금이라도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회사를 다닐 때 보다 더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온 것 같아요. 점점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면서 미래를 걱정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요. 광고 예산이 따로 없다 보니 막걸리 체험 프로그램을 홍보할 수 없어 한 달에 겨우 한 번씩 체험을 진행했던 달도 있었어요. 청년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은 빠르게 마감되어서 신청할 수도 없었고요.
그래도 마루에서 맺은 인연으로 외국인 대상 단체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기쁜 일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해당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정식 계약서 작성을 앞두고 있어요 :) 그리고 글을 쓰는 오늘 일어난 따끈따끈한 사건도 하나 생겼어요. 여러분께 얼른 들려드리고 싶지만 꾹 참아봅니다.
사실 5월 말부터는 번아웃이 와서 힘들었어요. 쉬지 않고 움직이는데 진전이 없으니 무력감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래서 6월부터는 일정은 소화하되 사업 생각을 하지 말자!라고 맘먹었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까 갑자기 일이 술술 풀리게 되는 거예요. 스스로 쉼을 주겠다는 다짐은 지키지 못하게 되었지만 좋은 기회를 잡게 된 거라고 생각하려 해요.
2023년도 이제 반 년이 지나가네요. 여러분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여러분의 귀중한 시간 중 일부를 이렇게 해일막걸리와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주에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러 찾아 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