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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 in 노르웨이 Aug 13. 2020

계속 네 얘기만 들었더니 나는 내가 안 들려

디자인 정체기와 물음표

요새 글을 많이 안 쓰고 소셜 미디어도 멀리하고, 나에게 영감을 많이 주는 친구와도 거리를 좀 두었다.

남에게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가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지 알고 싶었다.


2013년도에 디자이너라는 타이틀로 대기업에서 처음 일하게 된 후로 햇수로 7년 차 디자이너이다. 사실 계획치도 않았던 대기업은, 팀장님이 우연히 내 포트폴리오를 구글에서 찾은 바람에 우연히 어쩌다 보니 대기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렇게 대기업에서 4년 프리랜서로 2년 오슬로에 위치한 디자인 회사에서 1년 정도 일을 해왔다.


디자이너로 일한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다 보니,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꾸 네(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만 해주다 보니 내가(디자이너) 정말 원하는 것을 모르겠어. 너무 네 얘기만 들었더니 내 얘기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아"라는 질문과 생각들이 자꾸 떠올랐다. 물론 순수미술을 전공한 나로서, 남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이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였었다. 설치미술과 개념미술을 공부를 3년 동안 하고 세상밖에 나와보니 나의 작업은 남들에겐 쓸모없는 것, 아무 곳에서 없는 공간에서 나 혼자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디자인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점을 찾아주는 것에서 큰 매력을 느끼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시작하였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이 직업은 나의 의견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에 맞춰 줘야 한다는 것을 많이 배웠다. 나의 모습을 비추기보다,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비춰주는 게 디자이너의 직업인 것 같다.


특히나 기업에선, 대표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고, 디자인 회사에선 클라이언트의 의견이 제일이다. 물론 자신만의 색을 잘 나타내는 디자이너도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클라이언트 의견으로 스케치북 바탕을 먼저 칠해야 한다. 혹은 아얘 아티스트 같은 개념으로 일하는 디자이너가 된다던지..


요새 드는 생각은 창작에서 자율성 그리고 돈의 관계를 많이 생각 중이다. 자율성이 높아지는 만큼 돈은 점차 불투명해지는 듯하다. 디자인에 대한 회의감이라고 해야 할지 이 분야에서 지친 건지, 나의 정체성을 먼저 확실하게 구축하고 싶은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정체기엔 그림그리고 현실도피하는게 최고다. 얼마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이쁘기만 하고 금방 사라지는 디자인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그런 디자인은 누가 좋으라고 만드는 건지.. 솔직하고 담백하고 겸손한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클라이언트:디자이너의 관계가 50:50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인지. 잘못된 클라이언트의 의견도 수렵해야 하는 건지. 땜질식이 아닌 오래갈 수 있는 지속적인 디자인은 그렇게 만들기 힘든 건지. 그냥 이러저러한 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떠 다니기만 하다.



노르웨이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자 인스타그램 열었습니다. 블로그 글보다 저 자주 올릴 테니 팔로우해주세요:)


노르웨이 디자인 관련 계정 @hae.norwaydesign

개인 작업 계정 @hae.studio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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