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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Nov 08. 2017

틈틈이,서울-16,

팔월,광화문


여름날의 끝자락.

하루종일 솜뭉치 같았던 몸과 휘청거리던 마음을 신발 끝에 매달고 471번 버스에 올라 타

한남동 전망대카페 정류장에서 내릴까 말까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치고는

시청앞에 내리는데 문득 이모와 부암동에서 박노해 작가의 전시회를 보고 차를 마신다는 엄마가 생각났다.

정확히는 엄마에게 맛있는 무언가를 저녁으로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산돈까스를 살까, 하라도넛을 살까, 마마스 샌드위치를 살까

광화문까지 걷는 내내 돌림판을 돌리다


아.엄마는 족발을 참 좋아하는데!

맞아.

언제 먹었더라.

난 두 달 전 쯤 공덕에서 먹었는데

엄마는 언제 먹었더라.

아...


오래된 빌딩의 아케이드에 들어서 고민 끝에 왼쪽 방향으로 걸어가 결국 한 바퀴를 돈 뒤 만난

작은 족발집 앞에서 각자의 사연을 한아름 안고 이곳을 찾았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괜시리 짠하다.

내가 뭐라고.


이십분을 기다려 족발과 서비스 콜라를 받아들고 왜인지 웃음이 베어나온다.

갑자기 내린 비를 맞은데다, 오늘따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열기가 식은 족발을

뭐가 그리 뿌듯한지 척-하고 식탁에 내려놓는다.

자뭇 당당하게 한껏 뽐을 내며.

이게 뭐라고.


분명 먼 훗날의 언젠가

이 날을

비를 맞고 족발을 사와 엄마와 함께 먹었던 이 날을

사무치게 그리워 할 날이 올테지

괜시리 목이 메어 입을 한껏 벌려 족발을 와구와구 먹어본다.


없어지지는 않을 기억이 된 어느 여름 저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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