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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Nov 09. 2017

틈틈이,서울-17,

구월,통의동



갑자기 그런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기 전, 그 사람과의 마지막 식사는 어땠을까.

내가 그 날의 그 시간, 그 식사가 그 사람과의 마지막인걸 알았던 적은 몇 번이나 될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내가 살아온 시간의 카펫-위에서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연락해 시간과 장소를 정해 얼굴을 마주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서로의 요즘과 언젠가-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사람들이 몇 몇 떠올랐다.

내 잘못일 수도, 상대방의 잘못일 수도 혹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상황이, 시간이 우리를 그렇게 흘러가게 했을 수도 있기에

어쩔 수 없음을 알지만 문득,

다시는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자 무엇인가가 눈 앞을 훅-스쳐 지나갔다.


어떤이와의 마지막 식사는 의미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어렸던 우리가 자주 갔던 패밀리레스토랑 이었고,

또 다른 어떤이와의 마지막 식사는 지금은 찾지 않는 그때 내가 다니던 회사 근처 햄버거 가게였고,

또 또 다른 어떤이와의 마지막 식사는-물리적 마지막 식사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경기도 어딘가의 고깃집이었나보다.


그 시간이 모두, 우리의 마지막 식사일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던 우린

서로에게 가장 서로다운 모습을 보이며, 가장 자연스럽게,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보낼 수 있었던 거겠지.


그래서-

그래서, 그 날들이 이리도 가장 좋았던 우리의 모습으로 자꾸만 눈 앞에 스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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