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와 자소서의 대량생산에 대한 고찰
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정말 ‘취업’만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만 읽기를 권한다.
단언컨대 전문성은 한 톨도 없으며 그렇다고 정확성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아주, 영, 쓸데없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고 속삭여 봅니다….
어떤 분야에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꾸준히 반복해서 습관으로 만들라.
그 말에 따르면 내가 취업을 습관화했다는 사실은 자타공인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취업, 이직 등에 대한 고민을 듣다 보면 의외로 많은 것 중 하나가
이력서와 자소서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혹은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없다.
그냥 써야 한다.
쓰고 또 써야 한다.
단, 자신이 목표로 하는 회사나 직무가 명확히 있다면 그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안다.
나도 그 중 하나였고.
특정 회사를 지망하지 않더라도 경험을 쌓기 위해
직무의 결이 비슷하거나 동종업계의 회사에 부지런히 이력서를 써보는 것은
절대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사정은 다 다르겠지만,
취업이 급하거나,
특별히 가고 싶은 회사나 직무를 정해놓지는 않았거나,
지금 회사에서는 도저히 더 이상 있을 수 없기에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찌되었든 절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아 진부한 이야기군-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해도 어쩔 수 없다.
수 많은 취업준비생, 이직준비생들이 있기에
그들 중 나라는 사람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하니까.
내 경우에는 취업 자체가 급했던 적이 대부분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회사와 직무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고 명확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실은 처음부터 아니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됐다.
(‘그렇게 됐다’라는 문장으로 축약된 무수한 이야기들은 늘 그렇듯 내게도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도 있는
아프고 부끄럽고 처절하고 무기력한 그런것들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연기를 한다는 어느 배우의 말처럼
돈을 벌기 위해, 벌어야만 하기에, 취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는 적극적으로 나를 알려야 했고,
내가 모르는 회사여도 나를 필요로 할 수도 있는 회사를 찾아야만 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많이.
무엇이든 많이 하면 아주 조금씩이라도 확률은 높아진다.
나는 사진을 아주 여러 장 찍는 편인데,
어찌됐든 그러면 100장 중에 1장은
아주 오래오래 내 사진첩이나 친구의 사진첩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인생사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력서도 똑같다. 나는 단순하다. 정말 많이 쓴다.
그래서 좀 더 많이 떨어지고 또 좀 더 많이 합격한다.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1.취준기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가 아니라 ‘입사지원’이다.
취준, 이준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준비’라고 생각했었던 때가 나도 있었다.
준비, 너무 당연히 너무너무 중요하다.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원하는 지원자격은 갖춰야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이후다.
기본적으로 자격이 주어졌다면,
그러니까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영어 성적 기준이 ‘토익700점’이었고, 그걸 넘었다면(아슬아슬하게여도) 800점, 900점 등 더 높은 점수를 준비하는 비중을 조금 줄이고, 일단 입사지원을 해봐야 한다.
(거듭거듭 말하지만 취업이 급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는 것!)
토익 700점 보다는 900점이 서류 합격에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그걸 기다리느라 내게 알맞은 입사지원 공고를 놓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취업준비생도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하나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
한 번 지원하고 탈락한 뒤 ‘아 토익 때문에 떨어진 게 맞아. 역시 토익 점수를 더 높여야지!’ 라는 생각이
잘못된거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것에만 집중! 하는 것이 아쉽다는거다.
물론 얼른 집중해서 900점을 달성한 뒤 입사지원 하는게 낫지 않아? 할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이 많다면, 버틸 돈이 충분하다면, 단기간 안에 900점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내가 토익 900점을 맞을 수 있는 걸 기다릴 상황이 아니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사실, 토익 900점 이상의 성적을 갖고 있는 지원자들은 이미 너무너무 많으며,
의외로 토익900점이 입사의 필수조건이 아닌 회사들도 많다.
취업준비생의 목적은 취업준비가 아니라 취업이다.
그러니, 계속 취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불확실성에 기대기에 충분하지 않은 상황일 때에는 더더욱.
2.채용공고 검색과 입사지원을 습관으로 만들기
취업을 하겠다는 마인드를 장착하고 나면 입사지원을 습관화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주말은 철저히 쉰다.
왜냐고? 주말에는 회사들이 쉬기 때문에, 나도 쉰다.
단,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채용사이트를 산책하듯 방문해 채용공고를 찾는다.
월요일은 금,토,일에 쌓인 채용공고들이 있을 테니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찾는다.
나머지 요일은 여유가 있을 때에는 오전11시/오후5시 이렇게 두 타임,
여유가 되지 않는 날이면(면접 등의 일정이 있는 날) 오후4-5시쯤,
아니면 아예 밤 시간에 사이트들을 한바퀴 돌며 공고를 찾고 입사지원을 한다.
매일 한다 정말 매일.
매일 똑같은 공고를 올리는 회사들도 있지만,
몇 시간, 혹은 하루 정도만 올린 뒤 바로 삭제하는 공고도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거를 수는 없다.
취업도 타이밍이다.
타이밍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니 꾸준히 매일 공고를 찾고 지원해야 한다.
취준생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회사에서 근무를 하듯이 \
시간을 들여 ‘입사지원’이란 일을 성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내가 주력하는 사이트 몇 군데를 정해두고
지역별, 직무별 등으로 검색하는 편인데, 손에 익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긴 여행을 했을 때를 제외하곤 나는 이 습관을 어겨본 적이 거의 없다.
이건 그저 입사지원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이력서나 자소서를 쓰진 않아도 채용 공고 검색은 꼭 한다.
그러면 뭐라도 한 것 같다. 하루를 완전히 날려버린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마음을 달래며 나를 다독이며 또 일어선다.
3.될 수 있으면 공고를 본 당일에 지원하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또 하나는,
공고를 보면 미루지 않고 웬만하면 바로 지원한다는 거다.
추가로 필요한 서류가 당장 없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능하면 공고를 본 순간 바로 지원하는 편이다.
빠르게 지원하면 인사 담당자들도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급한 채용일 경우에는 먼저 지원한 사람의 이력서는 놓치지 않고 확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미룬다고 더 좋은 자소서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걸 내 자신이 잘 알기에….
4.기본 이력서+자소서는 항상 준비해두기
빠르게 많이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어느 곳에나 지원할 수 있는
(특정 회사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이력서와 자소서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채용공고사이트에서 직접지원하기를 원하는 회사들의 공고도 있기에
자신이 사용하는 채용사이트의 이력서와 자소서도 틈틈이 잘 업데이트 해두어야 한다.
파견직이나 헤드헌팅의 경우 채용공고 시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에 맞춘 자기소개서를 제출할 수 없기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이력서와 자소서를 준비해두면 훨씬 편하다.
여유가 된다면 워드, 한글, 엑셀 등 다양한 형식으로 준비해두는 것도 좋다.
이력서나 자소서 양식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면,
채용공고 중 자사양식을 사용하는 회사의 양식을 참고해서 만들어두면 편하다.
파견계약직을 주로 담당하는 아웃소싱 회사의 이력서가 가장 필수적인 항목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나는 그것을 이용하는 편이다.
회사 자체의 입사지원 시스템이나, 자사 양식의 이력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도
기본 이력서를 옮겨 적기만 하면 되니 당일 지원에 훨씬 수월하다.
또한, 자소서의 경우에는 시간이 될 때 질문 유형, 글자수, 등을 기준으로 별도로 정리해두면 더 좋다.
한번이라도 지원한 회사의 자소서는 백업을 잘 해두고,
회사 자체 시스템을 이용했을 경우에는 최종 지원 전 내용을 꼭 별도로 저장해둔다.
물론 회사별로 자소서 항목이 다양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질문의 내용은 비슷하며,
내가 가진 경험이나 이야기도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쓴 자소서 내용을 참고해 회사에 맞게 조금씩만 수정해주면 된다.
단, 지원 시 회사명, 직무명은 필수로 다시 확인 해줘야 한다.
덧붙여서 메일, 휴대전화, USB, 클라우드 등 다양한 저장 장치에 모두 보관하면 급할 경우에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므로 유용하다.
이렇게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고, 지원하는 것이 기계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고,
성의가 없다고, 그냥 그렇게 영혼 없이 지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습관이 붙으면 하루라도 채용사이트에 접속하지 않는 것이 어색하다.
그렇게 매일 공고를 찾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내게 맞는 회사를 찾을 때도 있고,
회사에서 찾는 조건에 내가 꼭 알맞은 경우를 만날 때도 있다.
또한, 이력서와 자소서를 많이 쓰고, 지원하는 행위를 일상으로 만들면
입사지원에 대한 부담스러움도 점점 줄어든다.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는 것이 부담스럽고 자꾸 미루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불합격을 당하는 그 상황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써봤자 탈락할 텐데 그럼 난 또 힘들텐데. 지원 자체를 안하면 불합격도 없을텐데.
그래서 미루고 싶었고,
노트북을 여는 것조차,
이미 써 놓은 이력서를 메일로 접수하는 것조차 힘들던 때도 있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안되던 때가.
하지만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해야만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매일매일이 괴롭고 힘들다면,
무엇이라도 해보는 것이 이 상황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루틴을 하나 만들어 놓는다는 것은
내가 아주 놓지는 않았다는,
어딘가에 무엇인가와 가느다랗게라도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주기도 하니까.
어쨌든 나는 나를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매일 이력서를 썼다.
그렇게 살아남았다.
+매일 채용공고를 검색하면 뜻하지 않게 합격 여부를 저절로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직 발표가 나지 않은 줄 알았는데 똑같은 공고가 올라왔다면? 난 탈락인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