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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Nov 17. 2024

#14.내 아지트를 소개합니다(1)

울기 좋은 곳

취준생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아지트’라고 대답해야지 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다. 

정처 없이, 소속 없이 부유하는 취준생에게는 

언제든 어느순간에든 고민없이 몸과 맘이 머물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가 정말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의미있는 아지트 몇 군데를 소개해보고자 하는데, 

또 너무 다 공유하면 우리가 언젠가 어디에서 마주칠 수도 있지만...

(그럼 인사나눠요?ㅎㅎ)


그래서! 오늘은 울기 좋은 곳 하나를 소개해볼까한다.

취준생에게 가장 필요한 곳 중 하나가 ‘울기 좋은 곳’이라는게 어쩐지 슬프지만 

내 아지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 하는 곳이 바로 울기 좋은 곳이다. 


울 일이 많은 취준생이지만, 집에서는 잘 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번 억지로 참자니 이러다 홧병 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하고, 

그러니 내게는 소리내서 엉엉 까지는 아니어도 

마음 속 울음을 조금이나마 내뱉고 덜어낼 수 있는 곳이 꼭 필요했다. 


내가 가장 잘 가(서 눈물을 흘리)는 곳은 ‘궁’이다. 

특히 덕수궁과 창경궁. 

어릴때부터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궁을 산책했고, 

그래서인지 내겐 궁이 너무 친숙하고, 

궁을 너무너무 좋아해 지금까지도 1주일에 한번은 꼭 궁을 걷곤한다. 


궁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지만, 

특히 취준생의 입장에서 좋은 이유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을 수 있기 때문. 

한참을 앉아 있어도, 그러다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도, 그 눈물이 차올라 훅.하고

울음으로 뱉어내도 궁 깊숙한 곳에 있다면,  

거의 대부분의 주변에 아무도 없고, 

혹 누가 있더라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으며, 

울음소리는 나무를 스치며 부는 바람소리, 

늘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 새들의 목소리에 

자주 묻히기 때문이다. 



봄과 가을에는 따뜻한 햇살과 바람을 원하는 만큼 끌어안은 채 하염없이 앉아 있을 수 있고,

여름에는 울창하고 푸른 나무들의 품에 숨어 

피곤한 몸과 마음을 쉬며 잠깐씩 졸 수도, 크게 숨을 들이쉴 수도 있고, 

운이 좋아 바람이라도 조금 부는 날에는 잎과 바람이 만나 내는 소리가 마치 파도 같아서

바다에 온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겨울에는 날이 추우니 관람객이 현저히 적어서, 

정말로 오롯이 혼자 내 슬픔에, 내 감정에 집중해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눈이 내리는 날에는 새하얀 눈을 맘껏 보며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내게는 완벽한 아지트. 


*덕수궁 

입장료 : 1천원 

1)너무 슬프거나 당이 떨어지거나 진이 빠졌다면, 

   덕수궁 옆 리에쥬와플에서 와플을 하나 사서 들고 덕수궁 연못 벤치에서 먹는다. 

2)돈덕전이 보이는 덕수궁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우회전 하면 아주 조용한 산택로가 나온다. 

3) 여름과 겨울에는 돈덕전 내부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많으므로 활용

4)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덕수궁 내 국립현대미술관(관람료 추가)에서 전시 관람도 가능

5) 야간개장을 하므로 저녁시간에는 맘껏 슬퍼하기 더더더더더 좋음


경희궁 

입장료:  무료

1) 규모는 작지만 다른 궁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람객이 적어 조용하다.

   (단, 점심시간엔 예외)

2) 정면의 숭정전 뒷편으로 연결되는 오르막길을 통해 위로 가면 정말 고즈넉하다.

3) 의자는 입구쪽에 많고,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으니 전시 관람 추천 

4) 경희궁 근처에 카페들이 많으므로 커피를 사와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도 좋음


*창경궁 

입장료 : 1천원

1)야간개장을 하지만 오히려 야간에 사람이 많은편이고 많이 깜깐한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낮에 가는 것 추천

2) 카페는 내부에는 없고, 도보 5분정도 거리에 있으므로 미리 사가야 함. 단 종이컵 커피+핫초코+미숫가루+음료수를 판매하는 자판기는 있음(아주 맛있음)

3) 정문으로 들어가 명정전을 마주보고 왼쪽으로 먼저 돌면 사람이 가장 적음

4)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날 가는 것 추천. 특히 숭문당에서는 각 건물 처마밑이 넓어 

    마음이 답답한 날 비를 적당히 맞은 듯 안맞은 듯 하게 즐길 수 있음. 

5) 연못 춘당지에서 물멍도 가능함. 


*경복궁 

입장료 : 3천원

1) 사람이 가장 많은 곳. 하지만 넓기때문에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혼자있을 수 있음. 

2) 경회루에서 물멍 가능하지만 사진찍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위치 선정 중요함

3) 눈이 오는날 가는게 제일 좋음. 왜냐고? 너무 예쁨. 

4) 경복궁에 사람이 너무 많다면 바로 옆에 고궁박물관, 민속박물관이 있기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이용하기 좋음 


종묘 

입장료: 1천원

1) 넓어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조용함. 

2)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어 시간을 잘 확인해야 함




+개인적으로 

한겨울 눈이 펑펑 오는 날 아침의 창경궁 숭문당

늦 여름 해가 늦게 지는 저녁6시에서 7시 사이의 덕수궁 분수대앞 벤치는

정말로 울기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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