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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Nov 24. 2024

#15. 내 아지트를 소개합니다(2)

오래 머물기 좋은 곳

명불허전, 역시 취준생의 제1아지트는 도서관이다.


우리… 가슴속에 자주 가는 도서관 하나쯤 다 있잖아요…?


졸업 후 몇년은 필요한 경우 학교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는데, 

3년 정도 지나자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어쩐지 선후배들을 마주하면 민망하기도 하고, 

안 그래도 치열한 도서관 자리를 취업도 못한 선배가 후배들에게서 빼앗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점점 시나 구에서 하는 도서관을 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은 일찍 열고 늦게 닫는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9시에 열어서 저녁6시까지 이용할 수 있고, 

열람실이 있는 도서관의 경우에는 아침7시에 열고, 밤9시,10시 정도까지 개방하기에 

마음만 먹으면, 의지만 있다면 즉,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다.

넓은 책상에서 공부도 하고(운이 좋으면 1인석에서), 

이력서도 쓰고, 

식사도 간식도 저렴하며, 

무거운 가방과 노트북 등을 두고 다닐 수 있는 사물함도 이용할 수 있고, 

하늘이 맑고 햇볕이 좋은 날에는 등나무 아래 벤치에서 잠깐 숨을 크게 내쉴 수도 있고,

공부가 지루해져 도무지 그저 앉아있을 수 없을때에는 

양심의 가책을 조금 덜 수 있는 '독서'도 할 수 있고,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았을 때에는 컴퓨터도 하고, 출력도 할 수 있는 디지털 열람실도 있고, 

(취준 기간에는 급하게 면접을 보러 가는 일도 생기고, 추가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 가까운 곳에 관공서나, 프린트 출력 등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편하다.)

무료로 영화도 상영해주고, 특강도 해주며, 

내 기준, 가장 잠이 잘 오는 장소인 열람실 책상에 이마를 대고 꿀잠을 잘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무료다!!!!!!! 


나는 어릴 때에는 놀이터처럼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고3때는 거의 매일 다닌 최애 도서관이 있었으므로 

도서관이란 장소가 너무도 익숙했기에 너무도 당연히 취준생인 내가 있을 곳으로 도서관을 선택했다. 

아니, 도서관이 나를 받아주었다!

단, 공공 도서관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휴관일이 있기에 최애 도서관이 휴관하는 날에 갈 

차애 도서관을 만들어 놓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Free 노트북! 

앞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각 도서관의 디지털열람실(도서관마다 이름은 살짝 다르다.)에서 

일정 시간동안 컴퓨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 노트북이 있긴 하지만, 도서관 열람실에 콘센트가 있는 좌석은 많지 않고,

개인 열람실에서는 타자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사실 아무리 얇고 가볍다해도 노트북이 무거웠다.

특히 여름과 겨울에는 노트북의 무게가 내 몸을 땅 밑 저끝까지 끌어내리는 듯했고, 

참고로 처음 취업을 준비할 당시(그러니까 2010년대)의 내 노트북은 가볍지 않았다는 걸 꼭 말하고 싶다. 

노트북을 새로 살 염치가 없었으므로 한 동안 나는 거의 007상자 같은 노트북을 이고지고 다녔다.

그건 마치 아주 조금 남아있는 ‘취업에 꼭 필요한 공부를 하겠다’는 희미한 의욕까지 사그라들게 만들었기에 나는 무조건 몸을 가볍게 다니려고 했다. 

어차피 사람이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까!(당당) 

15년이 지난 지금도 노트북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여서 꼭 내 노트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면

디지털열람실을 야무지게 이용하는 편이다. 


내가 가장 자주 가는 정독도서관의 디지털열람실은 하루에 최대2시간, 

서초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최대3시간, 

울시청 도서관은 2시간, 국회도서관은 4시간 이용이 가능했다. 

15년 전에는 무조건 현장에 있는 컴퓨터로만 예약을 해야했기에 디지털열람실이 있어도

내 자리가 없을 때도 많았는데, 지금은 앱으로 언제든 예약도 가능하니 얼마나 좋은지!

개인적으로 컴퓨터 작업을 하기 위해 제일 쾌적한 곳은 국회도서관이다. 

가장 최근에 리뉴얼해서 깔끔하고 시원하고 따뜻하고, 

예전에는 비치되어 있는 데스크탑만 이용가능했었는데, 

지금은 개인 노트북 작업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게다가 통창 밖의 풍경도 푸르고 시원하고, 오디오북과 음악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데스크탑 사용시간도 4시간으로 길어서 자리만 있다면 너무 편리하다. 

아무 약속이나 면접 없이 하루가 통으로 비는 날에는 

도서관 2-3군데를 옮겨 다니며 컴퓨터를 사용했던 적도 있다. 

컴퓨터로 할 수 있었던 재택 아르바이트를 했고, 

매일 아침 취업 사이트에 새로 뜬 채용공고를 체크해 바로바로 지원했고, 

개인적으로 쓰고 싶은 글도 쓰고, 공모전도 준비하며 적극적으로 이 공간을 활용했다. 

컴퓨터실에는 프린터기도 있어서 급하게 문서를 출력하고 찾기도 편리하다. 

단, 도서관마다 문서를 출력하는 방법과 시스템, 금액은 다 다르니까 잘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먹고,놀고!

빠드릴 수 없는 또 한가지 장점은,

도서관 내 매점이나 식당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간식이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도서관 주변 식당을 더 자주 이용하긴 하지만, 

정말로 돈이 부족한 날이나, 너무 덥고 추운 날에는

멀리 나가기 힘드니 도서관 내 매점이나 식당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내 최애인 정독도서관의 돈까스와 라면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고,

남산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의 구내식당도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매점에는 중고등학교때처럼 파이류를 낱개로 구매할수도 있고, 

쿨피스 등의 저렴한 음료도 있어 1천원 안에서 간단하게 당 충전을 할 수있다.

콘칩이나 고래밥 하나에 초코우유를 곁들어 마시며 벤치에 앉아 쉬는 건 나만의 힐링 방법 중 하나.



도서관에는 생각 외로 놀거리도 많다. 

머리가 답답해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거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면 나는 문학실에 가곤했다.

취업준비라는 동굴에 갇혀 아무것도 알고 싶지도 않아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된 것 같은 때

문학실에 들러 우선 '최근에 들어온 도서' 진열장으로 간다. 

새로 들어온 책들을 둘러보며 그때그때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놓치지 않고 꼭 알아야 하는 최근 이슈들은 무엇인지 짐작도 해보고

아직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은 책을 쓰다듬고 읽으며 나만의 힐링시간을 갖기도 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마음에 담는 것이 버거운 어떤날에는 오랜시간 좋아해온 소설을 다시 꺼내 읽기도 하고, 

유독 다른날보다 더 흔들리고 힘들어 하루를 버티기 힘든 어떤날에는 마음을 다독여줄 에세이를 읽기도 하고,

어딘가 아주 다른 세계로 가고 싶은 어떤날에는 만화나 판타지를 읽고

어쩐지 마음이 조급하고 초조하지만 공부에 집중이 어려울때에는 평소 관심있었던 주제의 책들을 공부하듯 읽어보기도 한다. 

책 하나 사보는 것도 쉽지 않은 취준생의 사정에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은 얼마나 찰떡인지!


또 정말정말정말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에는 문학실을 나와

정기간행물실로 가 여러 종류의 잡지들을 마구마구 읽기도 했다. 

반질반질한 새 잡지의 빤빤한 종이를 휙휙 넘기는 느낌도 좋았고,  

의무감으로 잡지 속 글자들을 꼼꼼히 읽지 않아도 되는 것도 좋았고, 

어쩐지 알아 두면 좋을 정보나 몰랐던 사실을 알 수도 있으니, 

내가 아주 쓸데없거나 무의미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좋았다. 

사실 잡지야말로 가장 최신의 정보들을 다루는 것이기에 취업 준비에 집중하느라 놓친 다양한 분야의 

최근 이슈를 습득할 수 있었다. 

주로 즐겨보는 잡지는 패션이나 여행, 문학, 영화 등의 분야였는데, 

그 안에는 처음 보는 장소, 단어들, 상식 들이 있었고, 

그것들도 언젠가의 면접에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경제, 시사 상식 같은 것들도 문제집이나 책을 볼 때 보다 잡지나 신문을 통해 볼 때 더 머리에 잘 들어오기도 하고. 


날이 좋으면 이력서와 자소서의 늪에서 헤어 나와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그저 햇빛을 바라보며 멍때리거나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구름과 하늘과 꽃과 나무들을 보며 마음을 달래기도 할 수 있으니

도서관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어쩜 이렇게 풍성하고 따뜻하고 든든한지. 


#최애도서관

내 최애 도서관인 정독도서관은 집에서도 가깝고(걸어서 1시간) 

도서관까지 걸어가는 길은 물론이고, 도서관의 꽃, 나무, 벤치들이 참 예뻐서

마치 작은 마을에 여행을 온 듯 한 기분을 내게 주곤 했다. 

도서관에서 나는 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바람에 흐릿하게 흔들리는 연노랑 개나리, 

덩굴 사이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연둣빛 나뭇잎, 

파도처럼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긴 갈대의 움직임, 

하염없이 떨어지는 노랑과 주홍빛의 낙엽들, 

고요하게 내리며 쌓이는 눈송이들을 맘껏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좋아하는 미술관과 라면가게가 있다는 것까지 완벽. 


#위로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유 중 무엇보다 내가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자꾸만 포기하고 싶거나, 무기력해지는 몸과 마음을 각성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도서관에는 정말 이른시간부터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다. 

이직을 준비하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갈 때마다 나는 

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향해 시간을 쏟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늘 감동하고 자극받는다.


취준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매일매일 나의 한계를 마주하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선택받지 못함'에 상처받고

그때그때 기계처럼 이력서를 넣으며 진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혼란에 빠지고 

그것들은  

자꾸만 삶의 목표나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 같은것을 흐릿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꾸만 무기력해지는데,

그럴 때 도서관에 오면, 

같은 공간에서 쉼과 잠을 아껴가며 열심히 하는 그 눈빛을 마주하며

아 내가 얼마나 나를 합리화하고 있었나, 반성하게 되고, 

내가 얼마나 성의없이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 혼자만 힘든 것 같고, 애쓰는 것 같을 때,

혼자가 아님을, 너무나 많은 사람이 각자의 삶을 위해 모두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마주하며 고독하고 외로운 내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있다.

도서관을 찾은 것 자체가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은거라고 

나를 응원하고 북돋아줄 수 있다.


그렇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는다.  


취준기간뿐만이 아니라 

아주 오랜시간 내게, 

'집'이라는 공간에 머무는 것에 불안과 죄책감과 불편을 느끼던 내게, 

몸과 마음을 머물게도, 비우게도, 채우기도 해주는 도서관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하고 또 전하며_



+부록 : 자주가는 도서관 소개

저는 서울에 거주하기때문에, 제한된 정보만 제공할 수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정독도서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소재 / 주차 가능(공간이 많지는 않음) / 열람실, 문학실, 디지털자료실, 노트북 열람실 등으로 분류되어 있음 / 삼청동 근처라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다양함 / 근처에 주민센터가 가까워 서류 발급에 용이 / 학교들이 많아 안전한 편 / 근처에 경복궁, 창덕궁 등이 있어 걷기 좋음 / 도서관 내부에 벤치들이 많아 쉬기에 적합 / 도서관 내에서 일주일에 2번 정도 무료 영화 상영이 있음/ 국립현대미술관, 국제갤러리, 현대미술관을 비롯 미술관들이 많음 / 휴무일은 법정 공휴일과 둘째 넷째 수요일 /매점과 식당 보유(2024년 11월 현재 리뉴얼 공사중)


2) 국립중앙도서관

서울 서초구 소재 / 주차 가능 / 디지털 열람실은 3시간 이용이 가능하다(모바일 예약 가능) / 카드를 한번 만들어두면 금액을 충전해 프린트 사용 등에 이용할 수 있다/ 프린트가 각 열마다 놓여 있어 사용이 편리하다 / 디지털 열람실 내에 전화 통화 부스가 있어 편리하지만 방음이 잘 되지는 않으므로 나가서 통화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근처에 먹을 곳이 마땅치 않기에 도시락 등을 가져가는 것을 추천/ 


3) 국회도서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 주차 가능/ 컴퓨터 사용 가능 / 공간이 넓고 쾌적하다 / 각 층에 쉴 수 있도록 푹신한 소파들이 많다/ 이용자 수가 적어 예약이 편리하다(모바일 예약 가능) / 국회 안에 있기에 놀거리,먹거리 등이 가까이 있지 않다.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때 이용하기 좋다/ 


4) 서울시청 도서관 

서울 중구 소재 / 컴퓨터 열람실이 있으나 좌석이 많지는 않다 / 컴퓨터 열람실 안에서 최신 영화를 시청할 수 있다. / 공간이 좁다 / 잡지 등을 보는 공간이 같이 있어 컴퓨터 사용 예약을 하고 기다리기에 편하다 / 컴퓨터 최대 사용시간은 2시간 / 사용자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역과 연결 되어 있고, 시내 중심이라 교통이 편리하다/ 주변에 카페나 맛집도 많고, 저렴한 음식점도 있다./인쇄 가능하나 3대 정도로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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