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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May 01. 2023

[몰타어학연수]선생님 한국에 좋은 곳 많은데 왜 하필.

몰타 어학연수 제1장 #20 한국이 궁금한 외국인 친구들 

선생님 한국에 좋은 곳 많은데 왜 하필.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1장 엘리멘터리 몰타  

#20 한국이 궁금한 라틴 아메리카 친구들


코로나 시국에 한국의 콘텐츠들이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걸 뉴스로만 봤기에 외국의 친구들은 과연 한국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 궁금했는데요. 오늘은 수업시간에 있었던 한국이야기를 소개해드릴게요.


어학연수를 하게 되면 고려할 사항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적비율도 중요하다. 몰타가 유럽연합에 속한 나라이고 영국 지배를 받아서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고 있기에 유럽권의 비영어권 국가에서 어학연수를 많이 오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몰타가 여름 휴양지인 관계로 여름 성수기 시즌에는 유럽권 국가에서 휴가 겸 어학연수를 오는 친구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라틴 아메리카였다. 나라로 치자면 콜롬비아가 단연코 일순위고 브라질, 멕시코, 칠레, 파나마 등으로 대부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였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몰타의 경우는 시즌마다 다르긴 하지만 내가 있었던 2022년에는 70% 정도가 라틴아메리카였고 10% 정도가 일본인이고 나머지가 한국인 포함 다른 나라 국가였던 것 같다. 유럽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런던의 경우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국가의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그나마 다행은 30+반에는 한국인이 1명이거나 많아도 2~3명 정도인데 나 같은 경우는 프리인터 수업을 제외하고 한국인은 항상 나 혼자였다.


원래 선생님이었던 디온이 하루 휴가를 낸 날 샘(Sam)이 수업을 진행했는데 교과서에 충실한 디온과 달리 이날 수업은 좀 다르게 진행이 됐다. 디온 선생님은 교과서에 충실한 수업을 하시는 분이라 바로 옆자리 파트너가 아니면 다른 친구들과는 거의 얘기를 해보지 않아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대타로 오기도 했고 엘리멘트리 수업이라 진도를 나가기보다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들의 나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경 없는 의사회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샘

그래서 알게 된 반 친구들의 직업 중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 의사가 있었다. 국경 없는 의사회 MSF(Médecins Sans Frontières) 영어로는 'Doctors Without Borders' 이렇게 부른 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주변에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 의사를 흔하게 볼 수 있는 직업은 아니어서 그런지 좀 신기했다. 어쨌거나 그녀를 통해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듣는 동안 선생님은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그걸 풀어서 설명해 주셨다.


또다른 친구는 삶과 일의 균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24시간 늘 대기하는 직업이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더니 즉석에서 영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도 덧붙인다.


"20분 정도의 짧은 TV 시리즈를 3번을 본다. 첫 번째는 스페인어(자국)로 완벽히 이해될 때까지(외울 때까지) 계속 본다. 다음에는 영어 자막을 켜고 읽으면서 본다. 완벽히 이해가 되면 다음에는 자막을 끄고 보면 들리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이건 모든 선생님마다 조언하는 공통사항이었다.


또 어떤 이는 크루즈 상선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히니 갑자기 어떤 친구가 Ship과 cruise ship이 뭐가 다르냐고 묻자 배의 길이가 29m를 기준으로 나뉜다고 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가장 큰 크루스 내용을 찾아 설명해 주고 타이타닉 호와 비교하는 것까지 이야기가 전개됐다. 신기한 크루즈선을 이미지로 보여주며 각 시설들이나 명칭들을 배웠다.


그러다 각자의 나라에서 꼭 보여주고 싶은 관광지나 소개하고 싶은 곳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총 인원 12명 중 10명이 콜롬비아 사람이라 이건 뭐 게임 시작도 하기 전에 진 기분이 들었다. 콜롬비아가 워낙 큰 나라이다 보니 같은 콜롬비아 출신이어도 수도인 보고타 외에도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수두룩 하니 그들조차 콜롬비아에서 안 가본 곳이 있는 건 당연지사. 언제나 에너지가 120% 장착된 콜롬비아 사람들 10명이 외치는 소리에  교실은 떠나갈 듯했다.


텐트 밖은 유럽에 소개된 그라나다의 분홍바다(Pink sea)가 흥미로웠는데 콜롬비아에도 분홍바다가 있어서 무척이나 신기했다. 우리나라와 워낙 먼 곳이라 라틴 아메리카 여행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나라가 크고 기후가 다르니 콜롬비아도 정말 많은 볼거리가 있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콜롬비아에도 아마존이 있다니!!!


다만, 저런 압도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콜롬비아의 자연환경을 보고 있자니 '아놔~ 한국은 뭘 보여줘야 하는 거야'라는 걱정이 슬금슬금 들기 시작했다.

엄청난 자연경관을 가진 콜롬비아


이런 나의 걱정을 눈치라고 챘는지 선생님이 먼저 '제주도'를 보여주고 그다음에 '경복궁'을 보여주니 친구들이 단아한 경복궁의 모습에 감탄을 자아낸다. 여름과 겨울 두 계절 밖에 없는 콜롬비아라서 경복궁 경회루의 4계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특히 벚꽃이 없는 나라라서 벚꽃을 어마무시하게 좋아했다.

외국인이 좋아했던 경복궁


그랬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난 게 있다며 뭔가를 검색하더니.... 맙소사 삼척의 해신당 공원, 제주 성문화 공원 등 남근상이 있는 공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교실 안은 박장소대였고...


"한국에 진짜 저런 공원이 있어?"


라며 친구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세상에나, 하고 많은 것들 중에 하필.....  민망했지만 쿨한 척,,,, 하느라 식은땀을 좀 흘렸다.

선생님을 이런 공원을 어떻게 알게 된 건지 궁금했는데 이때는 3주 차 정도밖에 안돼서 질문을 해보지는 못했다.


나중에 런던에서 수업할 때 이 날의 추억이 있어서 자연경관으로는 도저히 승부가 될 수 없겠다 싶어 DDP의 야간 조명이 켜진 모습(우주선 같다)을 소개했는데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역시 한국이라며 다들 엄지 척. (런던에서 한국은 굉장히 힙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컸다)

쌤, 하고 많은 것 중에 굳이 이걸 보여줄 것까지는 ㅎㅎㅎ
EC 런던에서 친구들에게 보여준 DDP 이미지


이날 수업 덕분에 반 친구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나라는 어떤 곳인지를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라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이런 내용들은 스몰토크를 하게 되면 반드시 하게 되는 내용이라 굉장히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엘리멘트리, 프리 인터미디어트에서는 학생들이 처음 오면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다소 길게 가졌는데 인터미디어트 이상의 수업에서는 선생님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대부분 자기소개나 자신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어학연수를 간다면 한국에 대해서도 소개할 내용을 미리 좀 준비를 하면 훨씬 더 재미있는 수업시간이 될 수 있는 점 참고하길.


+ 다음 이야기 : K pop으로 한국어를 배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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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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