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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Apr 29. 2023

[몰타여행] 몰타불꽃축제, 한국 불꽃축제 안 부럽다.

몰타 어학연수 제1장 #19 몰타축제(2) 몰타 불꽃축제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1장 엘리멘터리 몰타  

#19 몰타축제(2) 몰타 불꽃축제


매일이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 몰타에서 가장 많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불꽃축제'입니다.  몰타의 불꽃축제는 하루가 아니라 4월 마지막 일주일 내내 몰타의 각 지역에서 열립니다. 몰타의 불꽃축제 같이 보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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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위한 나라'가 있다면 적어도 내 생각에는 몰타다.  몰타는 나라는 작은 대신 크고 작은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4월 중순의 딸기축제가 끝나면 바로 '몰타 세계불꽃축제'다.  백만 관중을 자랑하는 서울 불꽃축제나 부산 불꽃축제는 엄청 화려하지만 단 하루의 축제라 늘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몰타에서는 그런 아쉬움은 잠시 접어도 된다.


몰타 세계불꽃축제는 매년 4월 마지막 주 내내 열리는데 2023년 올해는 4월 24일 ~4월 30일까지 5일간  발레타(Valleta) 그랜드 하버에서 시작해 몰타의 주요 관광 스폿인 세인트폴스베이(St.Pauyl's Bay), 멜리에하(Melieha), 고조(Gozo) 등 매일 저녁 차례로 옮겨 다니다가 마지막날 다시 발레타(Valleta) 그랜드 하버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미지 출처 = 몰타 세계불꽃축제 공식 홈 (Malta International Fireworks Festival 2023)


몰타의 불꽃놀이 전통은 중세 시대인 성 요한 기사단( the Order of the Knights of St John)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중요한 행사 등에 축하 대포나  머스킷총 경례를 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 전통이 불꽃놀이로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특별히 4월에 열리는 몰타의 불꽃축제는 2004년 5월 1일 몰타의 유럽 연합(EU) 가입을 기념하는 행사다. 몰타는 유럽연합 가입국이다. 유럽연합 가입을 축하하기 위해 화려한 불꽃축제를 여는 것을 보면 몰타가 유럽연합 회원국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겠다.


이런 불꽃축제에 맞춰 특별한 이벤트 상품이  마련되기도 하는데 몰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보니 배를 타고 불꽃을 관람하는 상품이 눈에 띄었다. 약 7시간에 걸쳐 배를 타며 코미노 블루라군을 돌아보고 발레타 그랜드 하버 불꽃놀이까지 관람이 가능한 상품이다. 아마도 몰타에 있었더라면 이 근사한 상품을 예매했을 것 같다. 혹 몰타에 있는 분들이라면 참고하길.  

배를 타고 불꽃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이벤트 상품


일주일 내내 매일 저녁마다 불꽃축제가 열리니 어학원 친구들은 저녁마다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으로 불꽃을 보러 다녔지만 나는 자잘한 건 다 필요 없고 가장 화려하다고 알려진 마지막 피날레 불꽃에 집중하기로 했다. 마지막 불꽃축제가 열리는 곳은 발레타 그랜드 하버인데 발레타와 쓰리시티즈 사이에 있는 바다에서 불꽃을 쏘게 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한강 마포대교북단과 서강대교 남단 사이의 한강에서 불꽃을 쏘아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2022년 4월 30일 그랜드 하버의 마지막 불꽃


통상은 불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발레타 어퍼바카라부터 로우바카라로 이어지는 길과 그 밑의 항구로 이어지는 곳에서 주로 보기 때문에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그쪽은 일단 사람이 너무 많고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의자가 없어 몇 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하는 관계로 좀 편하게 불꽃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문득 그랜더하버 중간에서 쏘면 굳이 사람 많은 발레타보다 강 건너 쓰리씨티즈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알아보다 보니 불꽃축제를 볼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성 안젤로 요새(Fort St. Angelo)를 개방한다는 것이 아닌가. 물론 유료다. 쓰리씨티즈도 한번 가볼 생각이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성 안젤로 요새는 몰타 쓰리씨티즈 중 한 곳인 비르구(Birgu)에 위치하고 있는데 몰타의 기사단이 있던 요새다. (나중에 따로 소개할 예정이다.) 쓰리씨티즈는 세 개의 도시를 하나로 부르는 지명으로 임디나에 이어 몰타의 두 번째 수도였던 곳인데 중세풍의 분위기가 잘 남아 있는 곳이다.

중세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비르구


내가 살고 있는 세인트 줄리앙에서는 쓰리씨티즈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기에 발레타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성 안젤로 요새로 향했다. 몰타에 온 지 두 달 남짓. 몰타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인데도 이곳의 분위기는 다른 지역과는 많이 달랐다. 몰타에서 사진 찍기 좋은 스폿 TOP10을 소개하는 곳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있는데 한 두군데는 모르는 곳이 있어 어딘지 너무 궁금했었다.  그중 한 곳이 성 안젤로 요새로 가는 길에 있었다. 아. 여기였구나.


"와- 여기 굉장히 이국적이다. 다른 나라로 여행 온 것 같아."

"우리 지금 다른 나라 여행 중인 거 맞거든."

"아, 그렇지. 우리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지."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고작 두 달인데 친구들도 나도 어느새 몰티즈(몰타인)가 된 것 마냥 어느새 몰타에 스며들고 있었다.

몰타 여행 사진 스폿 소개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뷰.


날씨가 다소 흐린 게 흠이었지만 비가 안 오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젤로 요새는 아직 개방 전이라 시간이 애매했다. 안젤로 요새와 연결된 해변(Fort St Angelo Rocky Beach) 있어 일단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길이 있나 싶어 의심이 들었는데 성벽으로 길이 나 있어 그 길을 따라가니 해변과 연결이 됐다.


와- 근데 여기는 아는 사람만 아는 불꽃 명당이지 않은가.  불꽃축제가 시작되는 저녁 8시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시간이 남았는데도 이미 현지인들은 불꽃관람을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불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불꽃을 볼 수 있는 줄 알았더라면 굳이 성 안젤로 요새를 예매할 필요가 없겠구나 싶었고 다음에 내가 다시 몰타를 4월에 가게 되면 이곳에서 또 한 번의 불꽃을 보리라 생각했다.  다만 강바람이 심하기 때문에 추위에 대비를 해야 한다.


성 안젤로 요새에서 보는 발레타 '어퍼바카라 가든'의 모습이다. 늘 발레타에서 성 안젤로 요새만 바라봤는데 느낌이 새롭다. 어느새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했고 성 안젤로 요새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 안젤로 요새로 들어서니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철옹성이라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원래는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데 불꽃축제 마지막 날 단 하루만 특별히 오후 7시에 한번더  개방을 하니 특별한 느낌이다. 다만 조금만 문을 더 일찍 열어 주었더라면 성 안젤로 요새도 돌아볼 수 있었을 텐데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자리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 성 안젤로 요새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는 없어 조금 아쉬웠다.


불꽃을 쏘아 올린 시간이 가까워오니 바다에는 불꽃 발사대들이 하나둘씩 설치가 되기 시작했다. 건너편 발레타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어 1시간 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찬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저 인파 속에 두, 세 시간을 서 있는다 생각하니 성 안젤로 요새를 예약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강 건너편 중앙 무대에서는 본격적인 불꽃이 올라오기 전 음악이 연주되고 사람들은 그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도 추고 추고 그야말로 축제분위기를 즐겼다고 했다. 또한, 음악에 맞춰 불꽃이 올라오는데 성 안젤로, 요새에서는 음악소리가 그리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 건 조금 아쉽긴 했다.

불꽃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중


이젠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불꽃이 장장 1시간 넘게 이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을 것과 와인 등을 준비해 왔다. 우리도 불꽃을 기다리는 동안 준비해 간 몰타와인을 홀짝 거리며 편하게 앉아 불꽃축제 1열 감상모드 돌입했다. 표를 예매할 때는 와인 1잔이 제공된다고 본 것 같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와인 1잔으로는 부족하니 여분의 와인을 준비했는데 다행이었다.

와인을 마시며 불꽃을 기다리는 중.


드디어 8시! 그러나 아직 날이 덜 어두워진 관계로 30분 정도 지연이 됐고 이제나 저제나  목이 빠지게 첫 불꽃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펑! 하면서 첫 불꽃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일제히 불꽃 방향으로 시선이 쏠렸다.


성 안젤로 요새가 살짝 꺾어진 형태라 불꽃은 바다 중앙에 길게 설치되었기에 첫 불꽃은 요새 왼쪽 편에서 보다 중간 즈음에 요새 오른쪽으로 다시 이동을 했다.

와~ 첫 불꽃이 펑!



대략 불꽃은 한 팀에 20분에 걸쳐 쉴 새 없이 계속 불꽃이 올라왔다. 그리고 약 10분 정도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거쳐 다시 불꽃이 이어졌다. 여의도 불꽃축제보다는 좀 덜 했지만 불꽃은 언제나 옳다. 불꽃이 올라오는 동안에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지막 날이니 가장 화려하게 몰타의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에 완전히 넋을 빼고 봤다.


몰타와 런던에서 약 10개월을 살아야 하니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사진 장비는 모두 뺄 수밖에 없었다.  '사진'보다는 '영어'에 좀 집중을 하자 싶었기 때문에 미러리스 카메라 외에 DSLR 장비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랬는데 이날 처음으로 사진 장비를 챙겨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로 불꽃축제는 정말 아름다웠다.


 어느새 1시간 30분을 훌쩍 넘겨 시계는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또 한 번의 불꽃이 올라올 것 같았지만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면 집에 갈 때 택시 잡기도 힘들고 해서 아쉽지만 일어서야 했다.



그랜더 하버 전체를 이용하고 불꽃이 꽤 높이 올라가기 때문에 사실 꼭 발레타가 아니어도 몰타 어느 지역에서도 불꽃은 볼 수 있다.  나중에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슬리에마 쪽에서 보는 불꽃은 이런 모습이었다. 슬리에마를 기준으로 발레타 뒤로 하버가 위치하니 불꽃을 배경 삼아 발레타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이 광경도 상당히 괜찮은 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뷰인 줄 알았더라면 첫날은 슬리에마에서 한번 볼 걸 그랬다 싶어 뒤늦은 후회를 했다.


언젠가 한 번은 다시 몰타를 가게 될 것이니 이왕이면 불꽃축제에 맞춰 가고 싶고 그때는 슬리에마에서 한 번, 성 안젤로 요새 비치에서 한 번, 그렇게 다시 한번 꼭 불꽃을 보고 싶다.

사진 출처 = 몰타 세계불꽃축제 공식 홈


몰타의 불꽃축제는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본격적인 성수기인 몰타의 여름 시즌에는(6월~9월) 굳이 불꽃축제라고 할 것 없이 매주 금요일이면 어디에 선가는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와- 이랬는데 따로 불꽃축제 공지 이런 것도 없이 매주 금요일 혹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펑펑 소리가 났다. 그러다 보니 잠깐 다녀가는 관광객과 달리 몰타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예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 시끄러워라 이거 언제 끝나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


오늘따라 꼭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몰타 불꽃축제다. 몰타 떠나고 나니 더 그리운 몰타일 줄 이때는 정말 몰랐다.


덧. 어학연수에서 만났던 친구는 어학연수가 끝나고 몰타에서 일자리를 구해 지금도 몰타에서 머물고 있는데 주말에 고조로 불꽃축제를 보러 간다고 한다. 갑자기 나도 따라나서고 싶은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오는구나.



성안젤로 요새 https://brunch.co.kr/@haekyoung/144


+ 다음 이야기 : 한국이 궁금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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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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