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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Sep 29. 2023

[몰타여행] 쓰리시티즈 안젤로요새, 몰타의 영광이 이곳

몰타어학연수 제3장 #16 쓰리시티즈(1) 성 안젤로요새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3장 인터미디어트 몰타  

#16 쓰리시티즈(The Three Cities) 성안젤로요새(Fort St. Angelo)


발레타에서 바라본 쓰리시티즈 


+ 저곳은 어디일까?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어퍼바라카 가든에서 아치형 문을 나서면 지중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몰타의 도시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발레타도 '천혜의 요새'고 임디나도 '천혜의 요새'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세 개의 손가락처럼 뻗어 나와 있는 도시들도 한눈에 보기에도 딱 '요새' 느낌이다.  나라 전체가 요새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몰타'라는 나라가 얼마나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었을지 새삼스레 느끼게 한다.

발레타와 쓰리시티즈 사이에 있는 그랜드하버는 몰타공성전이 펼쳐진 역사의 장소다. 


+ 쓰리시티즈(The Three Cities) 세 도시는? 

발레타 어퍼바라카 가든에서 보는 바다는 그랜더 하버로 쓰리시티와 어우러지는 그림과 같은 풍경은 몰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그랜더 하버는 오스만의 유럽 침공을 막아낸 승리의 바다고 몰타 사람들에게는 영광스러운 바다고 유럽사에도 영원히 기억될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은 위대한 바다다. 바다 너머에 발레타와 마주 보는 '쓰리시티즈'있다. 


발레타에서 바라본 쓰리씨티즈 


쓰리시티즈는 지도를 보면 손가락처럼 펼쳐진 반도지형인데 튀어나온 세 개의 반도가 쓰리시티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맨 가장자리의 반도는 칼카라(Kalkara)는 쓰리시티즈가 아니다. 쓰리시티즈는 가장 중간에 있는 비토리오사(Vittoriosa), 그 옆쪽이 셍글레아(Senglea)이고 두 섬을 연결하는 뒤쪽에 거주 지역인 코스피쿠아(Cospicua) 이렇게 세 곳을 말한다. 셍글레아는 당시 성요한기사단의 그랜드마스터였던 셍글레아(Claude De La Sengle)가 이 도시를 건설했기에 그의 이름이 지명에 남았다.   


그런데 쓰리시티즈는 장소는 하나인데 두 개의 지명이 사용되고 있는 독특한 곳이다. 비토리오사는 몰타어로 비르구(Birgu)로, 코스피쿠아의 경우 몰타 지명인 보믈라(Bormla)를 같이 사용한다. 이는 이곳이 1565년 몰타공방전으로 대승리를 거두었던 곳이라 역사적인 순간이 이탈리아어로 지명에도 남았다. 


비르구는 성안젤로 성이 최후의 보루가 되어 오스만으로부터 승리를 지켜냈기에 '승리'라는 의미의 '비토리오사(Vittoriosa)'가, 셍글레아는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정복되지 않은' 의미의 '인빅타(Invicta)'로, 보믈라는 이 마을 사람들이 대공성전 동안 '눈에 띄는 용감함을 지녔다'는 의미를 담아 '코스피쿠아(Conspicua)'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중 비르구와 비토리오사는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하고 셍글레아와 코스피쿠아는 몰타 지명 대신 이 지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빅토리오사(빨간색), 셍글레아(노란색), 코스피쿠(파란색) 세 도시를 통칭해 쓰리시티즈라고 부른다.


+ 1565년 몰타대공성전(Great Siege of Malta), 

몰타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쓰리시티즈와 그랜더하버는 그냥 요새도시고 그냥 바다가 아니다. 1530년 성요한 기사단이 몰타에 본거지를 마련했을 당시 몰타의 수도는 임디나였다. 1551년 오스만 제국이 몰타를 정복하기 위해 쳐들어 왔으니 실패하고 돌아갔지만 다시 쳐들어 올 것에 대비해야 했다. 수도인 임디나의 경우 몰타의 안쪽 깊숙한 내륙에 있으니 오스만이 쳐들어 올 경우 무방비 상태였던 해안지역은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성요한 기사단은 몰타의 방어를 위해 거점을 해안가로 옮겨야 했다. 


지금의 성안젤로성의 자리에 Castrum Maris 성이 있었던 것을 개조해 성안젤로요새로 다시 만들었고 비르구를 중심으로 도시를 건설하게 된 것이 지금의 쓰리시티즈다. 쓰리시티즈를 만들고 난 뒤 수도였던 임디나를 이전하자 임디나에 살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주를 해오게 된다. 이후 사람들로 북적이던 임디나는 하루아침에 사람이 다 빠져나가 조용한 도시가 됐고 임디나는 '침묵의 도시(Silent City)'라는 별명이 생겼다.  


성안젤로요새가 지어지기 전 Castrum Maris 성의 모습 (이미지 츨처 = 성엘모요새) 

드디어 1565년 오스만이 몰타를 쳐들어오게 되고 그랜더 하버에서 격전이 벌어지니 이것이 '몰타대공성전'이다. 영어로 'Great Siege of Malta'이라고 하는데 직역으로는 '공성전'이고 의미상은 '공방전'인데 그냥 직역으로 '공성전'이라고 쓰겠다. 이 전쟁은 거침없이 유럽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하던 오스만 제국을 몰타에서 막아낸 승리의 전투다.  


1565년 5월 18일부터 9월 12일까지 거의 4개월 동안 지속된 전투에서 유럽에서 지원군이 오기까지 4만의 오스만 군대를 고작 6,000명의 성요한기사단과 몰타사람들이 막아냈는데 그 방법이 가히 기가 막히다. 비르구와 생글레아 사이에 체인을 걸어 오스만의 배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고 하는데 여러 면에서 '몰타판 명량해전'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닮았다. 몰타 공성전 승리가 계기가 되어 오스만 제국에 맞서기 위해 유럽 왕국들이 대규모 연합군을 탄생시켰고 최종적으로 레판토 해전에서 승리함으로써 바다를 통한 오스만의 유럽진출은 완전히 차단하게 된다.  

비르구와 생글레아가 혈투끝에 오스만의 공격을 막아낸 1565년 몰타공성전 전투 그림 (이미지출처 = 구글검색)


이 해전으로 인해 몰타 인구의 1/3이 사망했을 정도니 실로 엄청난 전쟁이었고 몰타섬도 남아 있는 자원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기사단들이 목숨 걸고 오스만을 방어해 낸 것에 대한 감사로 유럽 각국에서 물자와 후원금이 쏟아졌다. 그 자금을 바탕으로 몰타를 재건하는 한편, 오스만이 다시 쳐들어올 것에 대비해 그랜더하버 건너편에 계획도시이자 요새도시 발레타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세력이 약해진 오스만제국은 더 이상 몰타를, 유럽을 넘보지 못하고 지금의 튀르키예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니 혹자는 몰타공성전에 대해 '16세기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로 기록했을 정도라는 게 과장은 아닌 셈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영광이 지명에 고스란히 남은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몰타의 영광은 곧 쓰리시티즈의 영광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몰타라는 조그만 나라가 EU의 일환이 된 것도 몰타공성전의 승리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 쓰리시티즈로 가는 몰타 전통 보트, 디사(Dghajsa)

역사 공부도 끝냈으니 쓰리시티즈로 가보자. 쓰리시티즈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그보다 더 빨리 가는 방법이 있으니 몰타 전통보트 디사다. 베네치아의 곤돌라처럼 생긴 디사는 얼핏 보면 사람이 노를 젓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터가 달린 보트다. 


요금은 편도로 1인당 2유로로(2022년 7월 기준) 발레타 어퍼 바라카 정원(Upper Barrakka Gardens)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이동한 후 길을 건너면 보이는 페리 정류장과 비르구 몰타 해양 박물관 앞의 아치형 통로의 정류장을 통해 디사가 사람을 실어 나른다. 버스는 돌아가기 때문에 시간이 한참 걸리고 디사는 바다를 가로질러 가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되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임에도 유람선을 탄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낭만적이다. 

몰타 전통배 디사 발레타 어퍼바라카 정원 아래 페리선착장과 비르구 해양박물관 근처 페리선착장을 연결한다.
베네치아 곤돌라와 흡사한데 모터가 달린 배다. 


+ 성 안젤로 요새 

쓰리시티즈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가장 가운데 있는 비르구인데 비르구에 볼거리가 제법 있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성 안젤로 요새다. 성 안젤로 요새는 몰타 불꽃 축제 때 한번 방문을 했던 곳이지만 그때는 불꽃만 보고 관람을 못했기에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그동안 몰타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한 뒤여서 그런지 두 번째로 성 안젤로 요새를 찾았을 때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성 안젤로 요새는 몰타대공성전을 승리로 이끈 역사의 현장이지만 모든 영광은 언제나 빛이 바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부패해진 성요한 기사단이 몰타에서 쫓겨나다시피 로마로 떠나간 후 이곳은 영국 해군기지와 NATO 6개국 연합 본부로 사용됐다.  기사단과 상관없는 건물로 남겨지는 줄 알았던 성 안젤로 요새는 1998년 하부는 몰타 정부가, 상부는 성요한 기사단이 관할하는 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따라서 성안젤로 요새 상부는 몰타의 땅이 아니라 성요한 기사단이 속한 별도의 국가의 영토로 취급되며 현재도 성요한 기사단 1명이 살고 있다. 몰타와 명령 사이의 관련 협정은 2001년에 비준되었으며 이후 99년 동안 유효하다고. 그러니 이 요새를 들어서는 순간 몰타가 아니라 성요한기사단의 땅을 밟는 셈이다. 

성 안젤로 요새의 입구


요새는 문을 들어서면 바로 안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긴 통로를 따라간 다음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 비로소 건물이 있는 공간이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으로 군인 막사, 장교 숙소 및 예배당 등으로 사용했던 건물들이 있는데 대부분 몰타 해군 역사에 대한 시청각 자료나 몰타 역사 관련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대부분 설명이 영어로 되어 있다 보니 몰타에 대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쌓여 있는데도 리딩 테스트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시간이 지나니 머리가 약간 지끈거리려던 찰나, 성 안젤로 요새 모형에 눈에 번쩍 띄었다. 발레타에서도 성안젤로 요새를 보기는 했지만 전체 모습은 가늠이 안 됐는데 전체 모습을 축소해 놓은 성안젤로 요새 모형을 마주하니 비로소 남은 퍼즐이 모두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성 안젤로 요새의 모형


시청각 자료는 성안젤로요새에서 가장 볼만했다. 이것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곳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몰타 전통배의 돛을 이용하기도 하고 벽면과 땅까지 전부 영상이 뿌려지니 역동감도 있었고 과거의 시간 속에 내가 서 있는 느낌이 들정도로 생생했다. 몰타의 전체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동영상과 몰타공성전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동영상을 보니 몰타는 굉장히 작은 나라지만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전망대가 있는 건물의 가장 위쪽으로 올라가니 그랜더하버 모든 곳이 다 보인다. 이미 몰타의 발레타, 임디나도 천혜의 요새지만 성 안젤로 요새야 말로 '천혜의 요새'다 싶었다. 전망대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지만 굳이 전망대가 아니어도 어디를 보든 그림 같은 풍경이다. 정면으로 발레타가 마주하고 있고 오른쪽으로 칼카라(Kalkara) 반도와 왼쪽으로 셍글레아 반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몰타에서 지낸 몇 개월 동안 이젠 너무 익숙해진 풍경인데 반대편에서 바라보니 새삼스러운 풍경이다.  


성곽 사방으로 감시탑이 있고 널찍한 아래 공간은 몰타스러우면서도 꽤 이국적이다. 이곳이 어떤 곳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면 영화 세트장이라고 해도 믿겠다 싶을 정도인데 실제로 영화 '글레디에디터'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가 이곳에서도 촬영됐다고 한다. 

영화세트장 같은 성 안젤로 요새 


지하에는 감옥이 있는데 성요한 기사단과 시비가 붙어 살인을 저지른 까라바조도 성 안젤로 요새의 지하감옥에 갇혀 있었다. 현재는 지하감옥은 복원 중이라 개방을 하지 않고 있어 볼 수가 없었다. 

지하감옥이 있었던 성안젤로요새


셍글레아 반도의 끝에는 '가디오라 공원(Gardjola Gardens)'이 있는데 바다로 돌출된 베데테(Vedette)로 불리는 감시탑은 몰타 관광엽서에 등장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카라바조와 관련된 다큐를 보니 카라바조가 몰타로 올 때 감시탑에 사람을 매다는 처형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그때 이곳의 감시탑이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이 감시탑은 다양한 조각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감시의 상징으로서 눈과 귀, 학이 조각되어 있다. 라틴어로로 적힌 비문에는 몰타 해안에 접근을 시도하는 모든 적대세력을 하늘과 바다에서 뚫어지게 보고 귀를 기울이며 쉼 없이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가디오라 공원도 따로 한번 가볼 생각이었는데 몰타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풍경이 다 비슷비슷해졌기에 굳이 갈 필요있나 싶어 가지 않았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안 가본 것이 상당히 아쉽다. 

한번 가보리가 생각만 하고 가보지 못했던 가디오라 공원
성 안젤로 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발레타. 어퍼바라카에서 추모의 종까지 한 눈에 다 볼 수 있다.


다시 한 층을 더 올라가니 요새와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거주공간이 나왔다. 아마도 기사단 1명이 살고 있는 곳이 여기가 아닌가 싶었다. 드넓은 정원에 귀족의 저택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요새 위 가장 상층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운 공간이다. 오스만 제국과 전쟁으로 피비린내 진동했을 바다의 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 흘러갔다.  성안젤로 요새 성벽엔 몰타의 여름 꽃이 한창이다. 평화로운 날이다. 

성요한기사단 1명이 살고 있는 곳일듯


성안젤로요새에서본 몰타 불꽃축제 https://brunch.co.kr/@haekyoung/101



+ 다음 이야기 : 쓰리시티즈(2), 비르구 골목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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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과 2장은 브런치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https://brunch.co.kr/brunchbook/life-of-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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