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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Apr 10. 2023

[몰타여행] 성경에서 발견하는 몰타

몰타 어학연수  제1장 #17 몰타의 부활절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1장 엘리멘터리 몰타  

#17 몰타의 부활절  


어제는 부활절이었는데요. 부활절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로부터 3일째 되는 일요일에 부활한 것을 기념하는 기독교 최대의 축일입니다. 몰타는 강화도 정도의 크기로 아주 작은 나라지만 성당이 무려 360여 개나 있을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국가입니다. 가톨릭 국가인 몰타와 부활절은 어떤 모습일지 함께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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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타는 언제부터 가톨릭이 시작됐을까?


몰타의 가톨릭 역사는 서기 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생포되어 배를 타고 로마로 압송되던 중 3개월 동안 몰타의 동굴에 머물면서 포교활동을 한 내용이 사도행전 28장 1절~ 10절에 기록되어 있는데


'사도행전 28장 1절 : 우리가 구원을 얻은 후에 안즉 그 섬은 멜리데라 하더라. '


성경에 쓰인 '멜리데'라는 곳이 바로 지금의 몰타다. 사도행전을 살펴보면 성 바울이 풍랑으로 배가 좌초되어 몰타에 머물게 됐을 때 몰타의 원주민들이 이들을 각별하게 대했다.  비가 오는데다가 날씨가 추웠기에 바오르가 땔감 한 다발을 불 속에 넣자 독사 한 마리가 열기 때문에 튀어나와 바울의 손에 달라붙자 원주민들은 바울을 살인자로 생각했고 뱀에 물려 죽을 줄 알았지만 바울은 아무 해도 입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원주민들은 바울을 신으로 여기게 됐고 그 근처에 땅을 가진 '부풀리우스'라는 사람이 3일 동안 극진히 대접하게 된다. 마침 그의 아버지가 열병과 이질에 걸려 앓고 있었는데 바올이 기도하고 안수하여 그를 고쳐주었고 그 소문을 들은 다른 환자들도 찾아오자 그들도 고쳐주게 된다. 원주민들은 바울에게 큰 경의를 표했고 3개월 후 몰타를 떠날 때 필요한 물품을 실어 주었다고 적고 있다.


성 바울이 포교활동을 펼쳤던 동굴은 지금도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몰타 가톨릭이 시작된 곳이기에 몰타를 방문하는 교황들은 반드시 성 바울 교회와 동굴(St Paul's church and Grotto)을 찾는다. 작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몰타를 방문했을 때도 이 동굴을 찾았다.  

성 바울이 몰타에서 포교활동을 했던 동굴은 당시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다.
성 바울 동굴을 찾은  베네딕토 16세와 현재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



이처럼 몰타 가톨릭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는데 성경에도 등장하고 있는 성 바울과 요한 기사단을 이끈 성요한 이 두 성인은 몰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인이다. 몰타의 첫 수도였던 임디나의 대성당은 성 바울을 모시고 있으며 수도인 발레타의 대성당은 성 요한을 모시고 있다.

몰타의 첫 수도였던 임디나에 있는 성 바울 대성당은 몰타 최초의 성당이다.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에 있는 성요한 대성당


+ 몰타의 성금요일(Good Friday)


가톨릭의 나라인 몰타에서 부활절은 어떻게 보내는지, 어떤 행사를 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몰타 사람에게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고 했다. 예수가 고난 받고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든 성금요일은 성금요일에 미사만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그 모습을 재현한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꼭 한번 보고 싶었다. 가장 행사를 크게 하는 곳은 모스타(Mosta)라고 했다. 모스타는 그때만 해도 한 번도 안 가본 곳이라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발레타 성요한 대성당에서도 행사를 한다고 안내가 되어 있어서 이른 저녁을 먹고 발레타로 향했다.


하지만, 목요일부터 태풍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바람이 밤새도록 불어대고 있는 중이었고 비가 계속 내리는 상황이었기에 중세 복장을 하고 십자가를 매고 행진을 하는 성금요일의 행사는 아쉽게도 모두 취소가 되어 볼 수 없었다. 대신 광장에서 촛불을 밝히는 세리모니가 진행됐다. 그런데 계속 비가 오기도 했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 초에 불을 붙이면 꺼지기를 반복하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내가 다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 강한 바람에 초에 불이 붙을까 반신반의했다.


날은 완전히 저물었고 다행히 비는 그쳤다. 행사가 취소되어 아쉬운 마음에 발레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광장으로 다시 가보니 광장 한가운데 십자가 모양의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광장은 사순절의 색깔인 보라색의 조명으로 밝혔다. 타오르는 촛불을 보고 있자니 종교와는 상관없이 부활의 경건함에  절로 숙연해진다.

성 금요일의 발레타



+ 부활절(Easter)

부활절에는 어학원에서 액티비티로 몰타 남부지역을 돌아보는 남부투어를 신청해 둔 상태였다. 아마 성당마다 부활절 행사가 있을 테지만 투어를 가야 하니 부활절은 못 볼 줄 알았다.  첫 행선지는 임디나와 라밧이었다. 이미 임디나는 트래킹 때문에 두어 차례 가 본 곳이었는데 성 바울 대성당을 제외하고 다른 작은 성당들은 계속 문이 닫혀 있어서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그랬는데 부활절을 맞이해 대부분의 성당은 모두 문을 열었는데 아주 작은 성당들은 성당을 전부 성경에 등장하는 내용의 미니어처로 꾸며 놓은 곳들이 많았다. 매번 부활절마다 미니어처로 성경내용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채 30cm 정도밖에 안 되는 공간에 펼쳐지는 성경의 내용은 어찌나 정교한지 경이롭게까지 느껴졌다. 이걸 만들면서 굉장히 행복감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자체가 어쩌면 그들에겐 예수님께 올리는 또 다른 기도이지 않을까 싶었다.

중세도시 임디나
작은 성당들은 성경에 나오는 내용들을 미니어처로 꾸며놓았다.


이제 발걸음은 임디나와 마주 보고 있는 라밧(Ir-Rabot)으로 옮겼다. 이곳은 원래는 임디나에 속해 있던 곳이었는데 성 바올의 지하무덤(St Paul’s Catacombs)을 비롯해 여러 개의 카타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해 몰타를 방문한다면 꼭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곳이다.


오전 10시, 악단들이 서성이고 있지만 성당 안에서는 부활절 미사가 한창이라고 했는데 성당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성채성사가 끝나면 성당 문이 열리는데 그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성당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니 내부는 엄청나게 화려한 모습이다. 나라 규모는 작지만 360여 개나 되는 성당의 숫자도 숫자지만 마을마다 있는 성당의 규모는 나라 크기와 비교해 볼 때 엄청난 규모였다. 몰타가 가톨릭의 국가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부활절 미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니 계란 대신 부활절 케이크를 주셨는데 우리 입맛에는 상당히 달았다.



그리고 신부님이 밖으로 나와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부활의 메시지를 전하며 다시 한번 성수세례가 이어진다. 현지인들 관광객들이 모두 어울려 부활의 기쁨을 함께 하는 순간이다. 이런 순간이 가장 즐거운 건 아이들이다. 신부님은 부활절 사탕을 높이 치켜든 아이들을 향해 성수를 뿌리고 일 년 내내 오늘 하루를 기다린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져나간다.


드디어 부활절을 위해 일 년 내내 준비한 거리 행진이 시작됐다. 악단의 연주를 시작으로 성경의 모습을 재현한 인물들이 하나둘씩 지나간다. 로마인, 바리새인, 어린양, 수사들 등등 거리의 시간은 어느새 중세의 시간으로 거꾸로 흐른다.


성당 안에 고이 보관되어 있던 예수님의 상이 밖으로 나오는 건 부활절 행사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였다. 라밧의 골목 곳곳을 행진하며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는 느낌이었다. 현지인도 관광객도 함께 어울리며 다 같이 모여 행진을 함께 하며 부활의 기쁨을 만끽한다.


행진이 지나가는 골목마다 좋은 위치에서 미리 자리를 잡고 행진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략 행진은 1시간 남짓 진행되는 듯했다. 행진이 시작할 때 보고 난 뒤 카타콤 투어를 하고 나왔는데도 여전히 행진이 계속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도 이곳에서 다시 행진하는 모습을 보고 가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췄다.

기다리는 동안 먼저 도착한 신부님은 일일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정겨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행렬들이 우리 앞을 지나간다. 부활한 예수님 역할을 맡은 사람의 손에 남은 십자가에 못 박힌 자국이 선명하다. 얼굴도, 모습도 예수님과 참 닮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가톨릭의 나라 몰타에서 맞이한 부활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매우 특별한 하루였다.


https://youtu.be/KQRuwQ0sFj0


덧. 아이러니 한건 가톨릭의 나리인데 유럽에서 동성애 결혼이 합법이 된 건 몰타가 거의 처음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이 합법화된 건 불과 10여 년 정도밖에 안 되는 곳 또한 몰타라니 알면 알수록 몰타라는 나라는 참 모순적인데도 은근한 매력에 끌릴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 다음 이야기 : 어학원 첫 시험, 반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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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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