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나라인 몰타에서 실질적인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는 바로 '딸기축제'입니다. 몰타는 섬나라로 농사가 주산업은 아니지만 가장 재배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은 바로 '딸기'입니다. 딸기축제를 시작으로 몰타는 본격적인 축제 시즌이자 봄이 시작됩니다. 몰타의 딸기축제는 어떤 모습인지 함께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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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특산품인 딸기
+ 몰타 임자르 딸기 축제 (Festa Frawil Malta)
2022년 4월 24일 딸기축제가 열리는 임자르(L-Imġarr)로 가는 길... 엄청난 차량 행렬이다. 임자르에 딸기축제가 열리면 바야흐로 몰타도 봄 시즌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몰타의 봄은 한국의 봄과는 조금 다른데 봄이 오자마자 훅- 더워지기 때문에 우리처럼 그런 봄의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바람에 묻어오는 한기는 날아가고 더운 바람이 실려오니 봄은 봄이었다.
매일이 축제의 나날이라는 몰타도 코로나의 여파는 컸다. 몰타도 거의 2년 동안 대부분의 축제는 취소가 됐는데 2022년 초부터 코로나 상황도 많이 나아져서 2022년 임자르 딸기축제는 원래대로 개최됐다. 다만 4월 초에 열렸던 것과 달리 몇 주 늦춰 축제가 열렸다. 딸기축제가 예고되고 난 뒤부터 이 축제를 꽤 기다렸다. 딸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몰타에 와서 처음 맞이하는 축제가 딸기축제니 당연히 기다려질 수밖에.
이날 대중교통은 완전히 헬~ 차가 막혀서 버스는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
몰타는 작은 나라지만 도시마다 마을마다 전부 느낌이 다르다. 임자르는 전형적인 시골 농촌마을로 축제가 아니라면 현지인 외에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 지역은 '딸기'외에도 '토끼고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실제로 임자르 성당 뒤 유명한 토끼고기 레스토랑이 있다. 또한 임자르 대성당에서 출발하는 멋진 트레킹코스가 있는 곳이다.
딸기축제는 임자르 대성당 주변으로 열리는데 딸기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몰타 딸기축제는 생각보다는 작았다. 몰타라는 나라 자체가 작은 곳이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소박하고 지방 축제 같은 느낌인데 순전히 이건 내 기준이다. 하지만, 봄을 알리는 축제인 만큼 현지인들도 엄청 찾아오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니 몰타로 치자면 상당한 규모의 축제로 봐도 좋겠다. 몰타 딸기축제는 혹자가 말하길유일한 먹거리 축제라고 했는데 와인 축제도 있고 하니 유일한 축제는 아니었다.
딸기축제가 열리는 임자르 대성당 앞까지 원래는 버스가 운행을 하는데 축제기간에는 차량이 모두 통제가 되고 차량은 입구까지만 운행했다. 축제장소까지는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임자르 대성당 주변으로 몰타 딸기축제가 열린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교통이 통제가 되어 입구에서 성당이 보이는 대로변을 따라 그대로 걸어가면 된다.
축제장으로 가는 길 초입에 학교가 있는데 학교 담벼락에는 아이들이 축제를 맞이해 그린 그림을 벽보처럼 붙여 전시하고 있었다. 상상력이 발휘된 다양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솔솔 했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 그림은 어른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입체적으로 만든 그림들도 예뻤고 가장 눈에 띄는 건 코로나의 영향으로 딸기에 마스크를 씌운 그림이었다. 과연 이 아이들에게 코로나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부디 그 기억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랄 뿐.
순순한 동심이 느껴지는 아이들의 작품들.
축제장 입구에 도착하니 딸기 농사 관련 농기구도 있고 딸기 축제답게 딸기 모종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었다. 그밖에 봄축제에 빠질 수 없는 다양한 화초들도 많이 있었는데 여름에 피는 수국이 몰타에는 벌써 피었다. 역시 지중해 기후의 따뜻한 햇살이다.
딸기를 활용해 몰티즈의 전통 주택의 모습을 꾸며놓은 곳도 있는데 실제로 이 마을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으나 딸기를 콘셉트로 한 식탁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딸기축제였는데 오전에는 다른 곳에 들렀다가 점심시간이 지나서 도착했더니 축제가 열리는 임자르 대성당 앞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올해로 100년이 된 임자르 대성당은 웅장하면서도 둥근 돔이 특징인데 로마의 판테온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임자르 딸기축제의 메인 스폿인 임자르 대성당
대성당 앞 광장은 축제의 메인무대로 양쪽으로 천막들이 늘어서 있는데 딸기를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팔고 있었다. 오후가 되니 인기 있는 메뉴들은 이미 매진이었고 그나마 남은 음식도 얼마 없을 정도로 엄청난 사람들이 다녀간 듯했다. 생딸기가 가득 올려진 대형 케이크는 보기에도 정말 맛있어 보였다. 당연 모든 디저트 들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순식간에 이제 한 줄 정도만 남았고 그마저도 바로 매진!!
디저트는 대부분 2~5유로 정도로 가격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다. 딸기 케이크를 사려고 했나 축제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오니 이미 매진이라 군침이 절로 도는 '카놀리'를 골랐다. 카놀리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디저트로 바삭한 페스추리에 리코타 치즈, 임자르 딸기를 넣어 만든 디저트다. 시칠리아가 몰타와 가까워 음식도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디저트 역시 비슷한 것이 꽤 많았다. 카놀리는 처음 먹을 때는 괜찮았는데 반쯤 먹고 나니 바삭한 페스추리에 치즈가 너무 뻑뻑하니 다소 목이 메는 느낌이었다.
딸기를 활용한 디저트가 이렇게 많은가 싶을 정도로 정말 다양한 디저트들이 넘쳐난다. 먹어 보고 싶다 생각했던 디저트들은 이미 다 매진이었고 날이 다소 더우니 시원한 음료를 절로 찾게 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음료 하나 주문하려고 해도 20분 이상씩 기다려야 했다. 모름지기 축제는 무조건 일찍 가야 하는 건, 특히 먹는 축제는 무조건 일찍 가야 한다는 건 만고에 진리다.
축제장에서 빠질 수 없는 건 공연이다. 시간 별로 다양한 공연이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이날의 하이라이트 공연은 마을 부녀회 멤버들로 보이는 전통공연이었다. 공연의 내용은 임자르 사람들의 전통 생활상을 춤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공연은 여러 파트로 나눠서 진행됐는데 우리나라 어느 지방의 전통공연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문화가 너무 흡사해서 깜짝 놀랐다. 개울에서 손빨래를 한 뒤 두 명이 짝을 이뤄 빨래를 짜고 느는 것까지 우리나라 시골마을의 아낙네들을 옮겨 놓은 것처럼 정말 비슷했다. 몰타건, 한국이건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흥겨운 공연은 계속 이어지며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국의 축제는 주민들이 농산물을 팔기도 하지만 공연은 대부분 초대가수의 몫이다. 몰타 딸기축제에서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공연은 소박했지만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공연이라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정말 독특하면서도 멋있게 다가왔다.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우리나라의 축제와 참 다른 몰타의 축제라는 생각이었다.
우리나라 빨래터 문화와 흡사한 몰타 전통공연
축제에서 제일 신나는 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기차놀이, 회전목마 등 놀이기구를 비롯해 아이들이 참여하는 체험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가족들이 신나게 축제를 즐기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딸기축제가 아니라면 정말 한적한 동네인 임자르다. 실제로 트레킹을 위해 두어 번 임자르를 일부러 찾아간 적이 있는데 인적이 드물다고 할 정도로 조용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딸기축제가 열리는 오늘만은 달랐다. 성당 주변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성당 주변의 가게들은 모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레스토랑의 경우 자신들의 주메뉴 외에도 가판에서 딸기를 활용한 시원한 음료들을 함께 팔고 있어 인기만점이었다.
가게마다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잇는 중
딸기축제장에 왔으니 달기 몇 팩을 구매했다. 임자르에서 재배한 딸기는 아침에 수확한 것이 대부분이라 싱싱함은 말할 것도 없고 먹어볼 필요도 없이 달달한 딸기 냄새에침이 절로 고인다. 딸기는 한 팩에 3유로였는데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양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니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2팩 이상은 구매하고 있었다. 나도 먹고, 딸기축제에 오지 못한 지인을 위해 3팩을 구매했다.
임자르 딸기도 그렇고 몰타지역에서 생산되는 딸기는 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재배된다. 연중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몰타의 딸기가 맛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뜨거운 지중해 햇살과 바람이 키워낸 딸기는 우리나라에서 먹어본 딸기보다 훨씬 크고 더 달았다.
엄청난 당도와 남다른 크기의 임자르 딸기.
몰타를 트래킹 하다가 딸기를 재배하는 분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9월부터 파종을 하면 빠르면 11월 말 경부터 딸기가 출하되는데 본격적인 딸기 시즌은 1월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지역에 따라 조금 일찍 파종을 하는 곳도 있고 1월부터 파종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5월 말 경이면 딸기는 거의 끝물이라고 했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과 바람이 키워내는 몰타의 딸기
보기와 달리 한 팩에 담긴 딸기의 양이 어마어마해 한동안은 모든 음식에 곁들이는 디저트는 딸기였다. 이 정도면 딸기에 질리겠다 싶을 정도로 먹었건만 먹어도 먹어도 맛있었던 몰타의 딸기다.
지금 이 포스팅을 하는 순간에도 달달했던 딸기 생각에 입에 침이 고인다. 아 - 다시 먹고 싶은 몰타의 딸기의 달달한 내음이 코콧에 스치는구나.
덧. 올해 몰타 딸기 축제는 4월 16일이다. 이 시기에 몰타에 있다면 딸기 축제를 놓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