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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Sep 25. 2023

[몰타여행] 모스타로툰다, 몰타의 판테온

몰타어학연수 제3장 #14 모스타로툰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돔,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2장 인터미디어트 몰타  

#14 모스타로툰다(Mosta Rotunda) , 몰타의 판테온




도대체 저곳은 어디야? 

몰타에서 온 첫 주에 친구들과 임디나로 트레킹을 갔을 때 내 눈을 사로잡는 곳이 있었다. 몰타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임디나는 몰타 대부분의 지역이 조망이 가능했는데 점점이 보이는 건물 가운데 우뚝 솟은 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엄청난 크기다. 도대체 저기가 어디일까?' 


'모스타로툰다'라는 성당으로 엄청난 크기도 크기지만 이 성당은 몰타에서도 아주 특별한 성당이었다. 세계 2차 대전 때 폭탄이 떨어졌는데도 터지지 않았고  그 당시 폭탄을 성당 안에서 전시하고 있다고 했다. 


'오호라- 그런 곳이 있었어. 그렇다면 한 번 가봐야지.'라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은 미루고 미루다가 몰타를 떠나기 직전이 돼서야 짬을 내서 찾아갔다.  

임디나에서 보이던 모스타로툰다 


'성당이 크긴 큰데.....' 

모스타로툰다의 첫인상이다. 모스타로툰다 성당 파사드는 이오니아식 기둥으로 멋지게 장식했는데 크게 감흥은 없었다. 유럽의 흔한 성당들과 큰 차이도 없을 뿐더러 모스타로툰다보다는 작긴 해도 상당한 규모의 크기를 가진 성당은 흔한 편이기 때문이다.  성당이 360여 개 있는 몰타에서 지내다 보니 마을마다 성당들이 특색이 있어서 모스타도 그런 곳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을 했다. 게다가 임디나에서 봤을 때와 달리 막상 성당을 마주하니 압도적일 만큼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모스타로툰다의 정면 파사드 
모스타로툰다 전경 (이미지 출처 = 모스타 로툰다 공식 페이스북)


카라바조의 그림이 있는 발레타의 성요한대성당을 제외하고 몰타에서는 입장료를 받는 성당이 거의 없는데 모스타로툰다는 5유로의 입장료가 있었다. 모스타로툰다가 입장료를 받는 이유는 성당 돔을 건물 중앙부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스타로툰다는 로마의 판테온을 본떠서 만든 성당으로 유명하다.  지어질 당시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돔을 가진 건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는 9번째로 높은 돔 건물로 알려져 있다. 


성당 입구에서 입장료 티켓을 구매하니 돔을 먼저 보고 내려온 다음 성당 내부를 관람하는 순서로 진행이 됐다. 미사가 있는 날에는 별도의 압장료 없이 성당 출입이 가능하고 미사 끝난 후 성당을 둘러볼 수 있지만 돔은 반드시 티켓을 구매해야만 관람이 가능했다. 


일주일 전에 갑자기 로마 여행을 가게 됐고 그곳에서 판테온을 보고 온 터라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채 돔 계단을 올랐다. 몇 층을 올랐을까. 조그마한 창이 나있어서 밖을 내다보니 순간 '와- 여기 뭐지' 싶었다. 성당 파사드를 올려다봤을 때 별 감흥이 없던 이오니아식 열주를 눈높이에서 마주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나무랄 때 없는 건축 조형미에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원래 이곳에는 17세기에 지어진 성당이 있었는데 도시가 확장하면서 인구가 늘어나자 이곳에 새로운 성당을 짓게 된다. 성당 공사 기간만 무려 27년. 모스타 주민들도 같이 공사해 참여해 1833년에 완공됐다는 이 성당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모스타로툰다 돔으로 향하는 길


숨이 약간 차 오를 즈음 성당 돔 입구에 도착했다. 숨 한번 돌리고 내부 계단을 올라가니 돔 천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돔을 볼 수 있는 회랑은 전체를 다 걸어볼 수는 없고 입구에서 일부분만 관람이 가능하도록 안전장치를 해놓았다. 아마도 사람이 상주하면서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니 안전과 문화재보호차원이 아닐까 싶었다.  

모스타로툰다의 돔입구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모스타로툰다의 돔은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이 다 담아지지 않았다. 숨 막힐 정도의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무언가 압도하는 느낌이 굉장했다. 외부 직경 56.2미터, 내부 직경 39.6미터, 내부 높이 54.7미터라는 인간이 만든 수치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로마 판테온에 비해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나름대로 멋을 부린 모스타로툰다의 돔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 발산을 하고 있었다. 


돔 천장은 나선형으로 올라갈수록 중앙부는 해바라기 꽃잎모양으로 장식했고 중앙은 빈 구조다. 천장 구멍의 지름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저곳으로 폭탄이 떨어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인데 게다가 폭탄이 터지지 않았다니 너무 신기했다. 글로만 봤을 때와 눈으로 직접 보니 확실히 달랐다. 

모스타로툰다 돔에서 바라본 모습 
천정 돔 구멍으로 폭탄이 떨어졌다니-


찬찬히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임디나 대성당이 멀찍이 서 있다.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몰타에 온 첫 주에 어디일까 궁금했던 곳에서 이제 몰타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임디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길과 달리 오른쪽 첨탑의 계단을 이용해 내려간다. 올라올 때도 그랬지만 모스타로툰다의 사진과 함께 명언들이 적혀 있었는데 도움이 될 만한 문구들이 많았다. 나 자신에게 이 문구를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왔나 싶을 정도로 한 글귀가 유난히 마음에 와닿았다.  


 "Don't be afraid. Don't be satisfied with mediocrity. " 두려워하지 마라, 평범함에 만족하지 마라. 


내려갈 때는 올라올 때 봤던 열주의 반대편 모습이 보인다. 대칭은 너무 단조롭다고 생각했었는데 6개의 기둥이 정면 좌우로 대칭으로 늘어서 있는 모스타로툰다의 열주의 리드미컬한 모습만은 예외로 하고 싶었다. 돔도 좋았지만 열주를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는 점은 모스타로툰다의 숨은 1인치였다. 

모스타로툰다의 6개의 기둥


위에서 내려보았던 성당 내부의 장엄함은 1층에서 볼 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판테온 건축이 기본적으로 품고 있는 '압도감'은 이미 회랑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때 충분히 느꼈지만 1층에서 올려다보면 어떨지 궁금했다. 1층에서 볼 때도 그 느낌은 다르지 않았다. 몰타 바로크 특유의 화려한 장식은 살짝 과한가 싶기도 했지만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화려함으로 치자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발레타 성요한대성당의 경우 들어서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기 마련인데 너무 화려하니  기가 질리는 느낌이 있었다. 마치 신에 대한 절대 권위에 복종해야 함을 세속적으로 드러낸다고나 할까. 그에 반해 모스타로툰다는 화려하면서도 인간이 절로 무릎 꿇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느낌이었다.  발레타 성요한대성당에서 전혀 받지 못한 느낌이었다. 로마의 판테온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거대한 돔 건축이 가진 힘일지도 모르겠다. 

화려하지만 경건함이 묻어 있던 성당 내부
2층에서 내려다본 전체모습 (이미지 출처 = 모스타 로툰다 공식 페이스북) 


성당 내부의 공간은 대부분 성경에 나온 이야기들을 그린 그림으로 빼곡 채웠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하나하나 성격책 한 페이지를 읽는 것 같았다. 성경의 이야기를 전혀 모른다고 하더라도 구도, 사람의 표정, 옷주름, 그림자까지 회화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그림들이라 한참을 쳐다봤다. 

성경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득채운 성당 내부


모스타로툰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마리아상이었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을 마리아 상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 한편에 있는 소 예배당 그림 속의 마리아상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실제로 모스타로툰다에서 많은 행사가 있는데 그때 이 마리아상이 상징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었다. 성당을 안내하시는 분이 뭐라고 설명을 해주긴 했는데 전혀 못 알아들었다. 


궁금해서 검색을 계속해도 별 다른 내용이 없었는데 '교황 바오로 6세가 성모승천의 그림에 대해 정식 대관식을 공포하고 성당을 마리아에게 헌정했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 그림이 그 그림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모스타 성당 근처에 스페란자 예배당(Speranza Chapel)에 성모 마리아에 관한 전설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오스만이 몰타를 침공했을 때 가족의 양을 돌보던 어린 소녀와 그녀의 자매들이 침략자들에게 납치될 위험에 처했다. 자매들이 탈출하는 동안 어린 소녀는 다리를 절뚝거렸기에 함께 도망을 가지 못했고 스페란자 예배장 옆의 작은 동굴에 숨어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만약 여기에서 살아남는다면 성모님께 봉헌된 예배당을 짓겠다는 약속을 하는 기도를 간절히 올리게 된다. 그러자 기도를 들은 마리아는 동굴 입구에 거미줄을 쳤고 그녀를 쫓던 오스만 군대는 거미줄이 쳐진 동굴이라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지나쳤고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페란자 예배당의 영어식 표기가 '희망의 성모예배당(Chapel of Our Lady of Hope)'으로 사용하고 있어 이유가 뭘까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위의 전설과 관련된 게 아닌가 싶었다. 


몰타에 있을 때는 모스타로툰다의 마리아에 관해서는 궁금증만 키우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정보를 검색해 보니 스페란자 예배당이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데다가 빅토리아 라인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빅토리아 라인의 경우 트레킹 코스가 중간중간에 끊어져 있어 일부 코스만 걸어봐서 늘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몰타를 가게 된다면 빅토리아 라인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찾아서 전체 코스를 다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코스를 이렇게 또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다. 


모스타로툰타 성당 자체에서도 이 주변 일대 도보 투어와 마을 사람들이 제공하는 몰타 브런치도 맛볼 수 있는 투어 상품도 있는다는 것도 알았으니 몰타 여행 리스트에 올려둬야겠다.  

모스타 로툰다의 마리아.


1층 메인 제단 옆으로 바실리카 성당의 가장 안쪽까지도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성스러운 사제의 공간인데 이런 곳까지 모두 볼 수 있도록 개방을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메인 제단은 거의 높이가 느껴지지 않고 사제석도 신도석 역기 상당히 가까운 거리다. 늘 신도석에서 바라보던 사제들의 공간인데 거꾸로 사제들의 공간에서 신도석을 바라보니 낯설다. 


성당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모스타 로툰다의 높은 돔은 절로 시선을 위로 향하게 하지만 오히려 성당은 낮은 곳으로 임하겠다는 다짐이 곳곳에 배인 느낌이다. 모스타로툰다는 신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보편적인 인간에 더 다가서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러니 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 수밖에. 

사제 석


성당 내부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폭탄이 없어서 어디에 있나 궁금했는데 사제석에서 연결된 기념품 숍에 세계 2차 대전에 떨어졌던 폭탄이 전시되어 있었다. 세계 2차 대전 중 지중해를 서로 차지하지 위해 각축전을 벌이면서 영국령이었던 몰타도 상당한 피해를 봤다. 여러 차례의 폭격으로 몰타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됐는데 모스타 마을도 예외가 아니었다. 폭격으로 많은 피해를 봤고 성당에도 폭탄이 떨어졌는데 아무도 다치지 않았던 기적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1942년 4월 성당에는 이른 저녁 미사를 드리기 위해 약 300여 명의 신도들이 모여 있었다. 하늘을 날던 폭격기에서 3개의 폭탄이 성당으로 투하됐고 그중 한 발이 돔을 뚫고 성당 안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폭탄은 불발탄으로 터지지 않았고 그들은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만의 용산사도 그렇고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이런 종류의 기적이 있는 곳들이 있기 마련인데 모스타로툰다는 좀 더 특별한 느낌이었다. 그건 바로 모스타로툰다 성당 지하에는 세계 2차 대전 때 사용했던 방공호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불발탄이었던 폭탄 


성당 입구 광장 아래에 만들어진 방공호에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몰타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었고 당시에 사람들이 이곳에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불발탄 하나였다면  '에이 뭐 그런 곳일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좁은 통로를 걷고 있으니 발걸음은 절로 진지해졌다. 이 공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버텼을 누군가의 간절함은 전쟁이 얼마나 많은 이의 목숨을 대가로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멋진 돔 구경을 갔다가 관람을 다 마치고 나니 다소 심각해졌지만 그렇다고 엄숙해질 필요는 없기에 슬슬 모스타 동네를 걷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2차 대전 때 사용했던 방공호의 모습을 그대로 연출해놨다.


12월 런던에서 다시 몰타로 돌아왔다. 

몰타는 여전했지만 계절이 달라지니 다 가봤던 임디나도, 딩글리클리프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며 칠 앞두고 이본과 트레킹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가 모스타로툰다에 다다르자 타고 있던 버스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와 - 여기 뭐야? 저 글씨는 또 뭐고?"


대략 100m 남짓 도로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한 조명시설이 되어 있는데 다른 지역과 달리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문구들로 꾸며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 단어, 한 단어 천천히 걸으며 읽어 내려갔다. 길에 끝에 모스타로툰다 대성당이 환하게 붉을 밝히고 있었다. 안에는 미사가 한창이다. 고요하고 거룩한 밤의 경건함이 모스타로툰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연말의 모스타로툰다, 왼쪽 이미지 출처 = 모스타 로툰다 공식 페이스북


+ 다음 이야기 : 멕시코 친구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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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과 2장은 브런치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https://brunch.co.kr/brunchbook/life-of-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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