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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Sep 05. 2023

[몰타여행] 어스가든, 가든인데 왜 음악축제인 거죠?

몰타 어학연수 제3장 #3 몰타축제(4) 어스그린축제, 몰타와인페스티벌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3장 인터미디어트 몰타  

#3 몰타축제(4) 몰타 어스그린 축제, 와인페스티벌


몰타는 여름이 되면서 본격적인 축제시즌이 시작됐는데요. 앞선 포스팅인 몰타의 카니발 축제 이은 또 다른 축제를 소개해 드릴게요. 몰타의 음악 축제와 와인 축제입니다.  



+ 제목에 낚인 어스 가든(Earth Garden) 축제

여름이 되면서 몰타는 축제시즌이 시작됐다. 룸메의 친구들 단톡방에 축제를 같이 가자는 내용이 올라왔고 축제의 제목은 '어스가든'였다. 어스가든? 도대체 뭐 하는 축제인지 알 수 없었으나 축제의 제목이 '어스 가든'인 것으로 보아 환경이 콘셉트이거나 가든 뭐 그런 종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를 확인해 보니 가 몰타의 국립공원 중 하나인 아타르드(Attard의 Ta' Qali) 국립공원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인 데다가 어떤 축제인지 궁금해서 어스 가든 축제로 향했다. 


몰타의 국립공원은 어떤 곳인지 궁금했는데 메마른 풍경을 1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한여름인데도 온통 초록색이다.  드넓은 공간에 초록색 잔디밭까지 있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니. 몰타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었다. 몰타는 여름 내내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기 때문에 특히 여름에 초록색 나무가 있는 풍경은 보기 힘들다. 몰타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어 신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무를 식재한 곳은 어김없이 관수시설이 모두 설치되어 있었고 잔디밭도 자동급수 장치로 수시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흔한 정원이지만 물이 귀한 몰타에서 여름 정원은 국립공원 정도나 돼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몰타이 여름에 초록색 공원은 귀한 풍경이다.


공원이 어찌나 넓은지 축제장 입구까지도 한참을 걸었다. 보기 힘든 초록색 나무들이 가득한 정원에서 펼쳐지는 축제가 어떨지 몹시 궁금했다. 입장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출입은 자유로웠다.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이 안내를 하고 있길래 '친환경'을 주제로 한 뭐 그런 축제인가 생각을 했다. 축제장 안으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프리마켓 부스들이 보인다. 부스들에서 팔고 이는 제품들은 대부분 수공예품이었기에 점점 더 이 축제의 정체가 궁금했다. 안으로 조금 더 이동을 하니 여기저기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넓은 곳이 구역별로 나눠진 것 같긴 한데 몹시 어수선하다. 도대체 이 축제의 정체가 뭔가 궁금증을 키우며 축제장 이곳저곳을 기웃기웃. 


어랏, 엘렉트로닉 등등 음악 장르들이 적힌 공간들이 하나둘씩 보인다. 

맙소사. 어스 가든이 음악축제였어? 



사전에 축제정보를 조회나 좀 해보고 올걸.. 제목과 내용이 이렇게 다른 축제가 있나 싶었고 순간 제목에 낚였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스 가든은 몰타 최대 규모의 얼터너티브 음악 축제!!!


어스 가든은 몰타 최대 규모의 얼터너티브 음악 축제로 2007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축제였다. 큰 메인 무대 하나와 작은 스테이지 4개가 있는데 나중에 홈페이지를 보니 어떤 뮤지션이 언제 공연을 하는지 프로그램도 이미 공지가 되어 있었다.  힙합, 하우스, 테크노, 사이키델릭 트랜스, 드럼 앤 베이스부터 스카, 덥, 펑크, 레게, 월드 뮤직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얼터너티브 음악을 다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축제였다. 다만, 내가 얼터너티브 음악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게다가 내가 머물렀던 시간대의 라인업이 그런 것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어째 내 귀에는 힙합 아니면 대체로 레게 음악만 계속 들렸다. 


성격으로만 보자면 살짝 록페스티벌의 느낌이긴 한데 이걸 또 록페스티벌이라고 하기엔 좀 그랬다. 물론 몰타라는 나라가 작으니 이 정도의 축제면 몰타에서는 큰 편이긴 한데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록페스티벌을 다 가본 나로서는 그냥 소소했다. 개인적인 감상과 달리 홈페이지에서는 이 축제에 대해 소개하기를 '유럽 최고의 20개 축제 중 하나로 두 번 선정되었습니다.'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유럽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편하고 느긋하게 앉아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축제가 알려진 축제인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어스 가든의 메인무대의 공연하고 있는 뮤지션


음악도 슬슬 지겨워지니 축제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니 요가, 마사지, 아이들 놀이터 등 다양한 체험들이 있어 단순한 음악축제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캠핑존으로 들어가게 됐다. 특이한 건 캠핑 사이트마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목적을 적은 간판들이 눈에 띄었다. 가령, '불 없이 1박 2일', '침묵' 등등등 어떤 경우에는 '얘기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환영합니다'라는 간판을 써 붙여 놓은 사람도 이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얘기하고 싶다고 했더니 앉으라고 한다. 


내가 물어본 것은 당연히 이 축제의 성격과 캠핑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3일 동안 휴가를 내고 이곳에서 캠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캠핑장비는 축제 측에서 3일 동안 대여하는 것으로 예매했는데 경쟁률이 치열했다고 한다. 비용은 생각보다 매우 저렴했다. 


이 캠핑 사이트에서 캠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텐트를 가져올 수도 있고 주최측에서  대여하는 텐트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게 굉장히 인기가 많다고 했다. 몰타를 다녀보니 텐트를 치고 캠핑할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날씨가 워낙 뜨거운데 태양을 피하고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장소가 힘든 탓에 몰타는 캠핑장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캠핑장이 있으니 인기가 치열할 수밖에. 이 캠핑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몰타사람들도 있었고 이 축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1년 전부터 예매사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다들 팔찌 하나씩을 차고 있었는데 나만 팔찌가 없는 것을 보더니 그런데 어떻게 이곳을 들어왔냐며 되묻는다. 캠핑존은 유료여서 미리 예매한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마도 출입을 체크하는 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운틈에 운 좋게도 내가 들어온 것 같았다. 나갈 때 보니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삼삼오오 사람들끼리 모여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혹은 회사동료끼리 캠핑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음악보다는 이곳이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어스 가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축제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한편, 축제에서 탄소 및 폐기물을 줄인다는 취지로 축제의 엄청난 쓰레기를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긴 했으나 사실 크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재활용이라면 지난 4월 발레타에서 본 카니발 축제에 사용했던 퍼레이드 행렬을 여기에서 또 보게 된 것이라면 모를까. 1년 내내 정성을 들여 준비한 퍼레이드 행렬이니 한번 쓰고 버리기는 아까운 게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걸 보니 왜 이렇게 웃음이 나던지. 


크게 내 취향이 아니어서 저녁이 되자 축제장을 나섰다. 이런 내게 친구들은 '축제는 이제 시작인데 어딜가냐'며 손을 붙든다. 원래는 축제는 저녁이 돼야 흥겨움과 볼거리가 배가 되기 마련이지만 음악이 너무 내 취향이 아니라 재미있게 놀다가 오라고 하고 축제장을 떠났다. 친구들 말로는 어두워지고 나니 축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고. 



+ 몰타 와인페스티벌(Wine Festival) 

여름 축제 기간인데 이 축제가 빠지면 섭섭하다. 바로 와인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맥주 축제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2022년에는 와인 페스티벌만 있었다. 몰타도 와인 생산지이긴 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워낙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긴 하다. 몰타 와인페스티벌은 몰타에서 생산되는 와인보다는 전 세계 와인을 몰타에 소개하는 성격의 페스티벌에 가까웠다. 


와인 페스티벌은 인당 기본  20유로의 충천 카드를 구매해야 하는데 충전된 카드로 와인과 안주를 구매하는 시스템이었다. 충전된 금액이 모자라면 더 충전해서 사용하는데 특이한 건 페스티벌에서 사용하는 와인 잔의 경우 입구에서 구입한 잔만 사용이 가능했다. 물론 사용했던 와인 잔은 기념품으로 가지고 가도 된다. 


와- 이런 신박한 축제 시스템은 처음이었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은 무조건 돈을 쓰고 가라는 의미이지 않은가. 국내외 다양한 축제를 가봤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시스템에 약간 황당했지만 주최 측의 입장만 보자면 고도의 상술을 가미한 전략과 전술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신박한 아이디어를 축제에 응용해 봐도 좋겠다 싶었다. 

 무조건 와인 잔을 사야만 했던 와인 페스티벌 


와인 페스티벌은 몰타의 수도 발레타 입구에 있는 아르고티 보태닉 가든(Argotti Gardens)이었다. 친구는 와본 적이 있다고 했는데 나는 이곳이 처음이었는데 조용할 때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멋진 정원이었다.


가든의 중간에 메인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양쪽 가장자리로 와인 셀러와 곁들일 수 있는 음식부스가 마련됐다. 이번 와인페스티벌에서 200종 이상의 와인을 선보인다고는 했는데 와인에 전문가가 아니니 일단 뭐가 있나 구경삼아 한 바퀴 돌아봤다. 독일산 와이트 와인이 눈에 들어와서 독일산 와인으로 선택. 

아르고티 보태닉 가든


오후 6시 정도 넘어가니 사람들이 점점 붐빈다. 관광객도 있긴 했지만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퇴근 후 삼삼오오 모인 몰타의 직장인들이 꽤 많았다. 큰 테이블에 여러 사람이 함께 앉다 보니 자연스럽게 옆사람과도 스몰토크가 이어진다. 마침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몰타 정부에 다니는 공무원이었는데 그동안 궁금했던 몰타시스템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모두 뒤섞인 몰타 와인페스티벌 


시간은 점점 더 밤으로 향하고 음악이 흐르는 밤. 몰타에도 불금의 밤이 찾아왔다. 메인 무대에서는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니 무대 앞에서는 신나는 댄스시간이다 SNS 용 사진을 찍는 건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지인들과 함께 신나는 불금의 밤. 몰타도 다 사람 사는 곳이었다. 


몰타인들의 불금. 



+ 몰타 딸기축제와 몰타 불꽃축제 

몰타 축제 중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두 축제는 몰타 딸기축제와 몰타 불꽃축제다. 

이 두 축제는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1]에 소개했으니 참고하세요.  


몰타 딸기 축제 :  https://brunch.co.kr/@haekyoung/98 

몰타 불꽃 축제 : https://brunch.co.kr/@haekyoung/101

카니발 축제 : https://brunch.co.kr/@haekyoung/140


+ 다음 이야기 :   피아니스트 손열음, 선우예권의 공연을 몰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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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과 2장은 브런치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https://brunch.co.kr/brunchbook/life-of-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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