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여학연수 제3장 #2 몰타축제(3) 몰타 카니발 축제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2 몰타축제(3) 50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몰타 카니발 축제
몰타는 나라는 작은 대신 크고 작은 다양한 콘셉트의 축제가 몰타 곳곳에서 열리는데요. 몰타 카니발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축제 중 하나로 몰타 사람들이 직접 꾸민 프레이드 행렬을 볼 수 있는 축제랍니다.
몰타가 이런 곳인 줄 몰랐다.
몰타는 제주도 1/6 정도의 크기이고 인구로만 보자면 서울시 도봉구 정도다. 그런 나라로 어학연수를 간다고 하니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몰타가 어디야?'이고 두 번째로 많이 묻는 질문은 '그렇게 작은 나라에 뭐 볼 게 있나?'였다. 나 역시 주변의 누군가가 몰타로 어학연수를 간다고 한다면 어김없이 그 두 가지를 당연하게 물어볼 것 같다.
오늘 그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고 한다. 작은 나라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축제'다. 올해, 2023년 공식 축제 리스트를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와- 엄청나다. 1월부터 12월까지 축제 일정이 빼곡하다. 이쯤 되면 몰타를 '축제의 나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축제가 많다고는 생각했지만 제대로 세어 본 적은 없었는데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 몰타의 경우 특히 6~8월 사이에 축제가 집중된다. 몰타 인구는 채 50만이 되지 않는데 여름 성수기에 백만 이상의 관광객이 몰타를 찾는 이유기도 하다.
이중 몰타의 카니발은 사실상 한 해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은 축제로 몰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주민 참여형 축제였다.
뭐야 도대체 이거 뭐 하는 거야?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깜짝 놀랐다. 발레타 분수 입구에서부터 형형색색에 휘황찬란한 옷을 입은 사람들로 시끌벅적 난리법석이다. 발레타의 메인 거리는 퍼레이드 행렬과 축제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다소 유치하면서도 희한한 모습으로 치장한 퍼레이드 차량에는 큰 가면들이 기괴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천천히 운행하는 퍼레이드 차량행렬을 따라 차와 비슷한 콘셉트로 화려하게 치장한 한 무리의 사람들의 행진을 한다. 그러다 멈춰 서서 신나게 춤 한판이 벌어진다.
아무 정보가 없었기에 도대체 왜 이런 걸 하고 있나 궁금해서 물었다.
'It's Canival'
카니발(Carnival)'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고기(Carne)'라는 단어와 '작별인사(Vale)'를 조합한 것에서 유래한다. 옛날에는 가톨릭에서 사순절 동안 고기를 금했는데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40일간의 사순절을 앞두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는 마지막 기회가 '카니발'이라는 축제로 탄생했다. 대부분의 카니발이 2월에 열리는 이유다. 몰타도 원래는 2월에 열리는데 2022년 2월에는 코로나가 아직 덜 끝난 상황이라 늦춰졌고 4월에 열렸기에 운 좋게 볼 수 있었던 셈이다.
몰타의 카니발 축제는 14세기에도 있었다고 하는데 1530년 성요한 기사단이 몰타를 지배했을 때 카니발은 축제로 자리를 잡았으니 약 500년간 이어지고 있는 축제다. 처음에는 기사단 유흥의 목적과 공식적으로 겨룰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기도 했고 이후에는 몰타기사단과 오스만 튀르크와 싸운 것을 춤으로 재연하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퍼레이드 형식을 띠게 된 건 18세기부터다. 그랜드 마스터의 마차가 선두에 서면 북소리를 맞춰 행진하는 기병대가 따랐고 사람들이 직접 장식한 마차들이 뒤를 따랐다고 한다. 영국이 통치하던 시절에는 카니발에도 신랄한 풍자가 유행했는데 정치인과 정부를 조롱하는 가면으로 퍼레이드 행렬을 꾸미기도 했다니 놀라웠다. 지금은 카니발에서 정치인 풍자나 정부를 비방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걸 1년 동안 준비한다고요?
'카니발 축제'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몰타 카니발은 좀 달랐다. 화려하게 꾸민 퍼레이드 차량이 지나가는데 차 뒷부분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와 뭐야. 이거 트랙터잖아'.
그런데 이 차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페스티벌 차량이 일반 트럭, 트렉트 등 농업 용 혹은 산업용 장비를 활용해서 꾸몄다. 다양한 코스프레를 복장으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도 전문적인 사람들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로 보였다. 음악의 경우 주최 측에서 음악을 준비한 것이 아닌 각각의 차량에 탑재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음악 선곡도 어찌나 제각각이든지. 페스티벌 행렬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 지역 커뮤니티 단위로 뭔가 조직을 했구나 싶은 부분들이 보였다. 관광객보다 현지 주민들이 더 많았고 가족 단위로, 특히 한껏 꾸민 자녀들을 데리고 이 축제에 참가한 것도 다른 축제에서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어학원에서 이 페스티벌이 너무 특이해서 물어보니 몰타 사람들은 각 동네마다 커뮤니티 단위로 모여서 1년 동안 카니발을 준비한다고 한다. 몰타 사람들에게 카니발은 축제 축제 그 이상이고 카니발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몰타인의 삶에 더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너무 촌스럽잖아.'라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어느새 카니발에 빠져 들고 있었다.
이런 축제가 가장 흥겨운 건 어린이들이다. 해적, 엘사 등 다양한 분장을 한 어린이들은 귀여움 한도 초과다. 차량에 탑승한 어린이들도 퍼레이드 콘셉트에 맞게 의상을 갖춰 입었다. 배트맨 복장이나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의 경우 여기저기서 사진 요청이 쇄도한다. 어떻게 이렇게 특이한 가면과 퍼레이드 행렬 차량에 춤까지 사람들이 준비를 할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당근이 있었다. 몰타 문화 예술위원회(Malta Council for Culture and Arts)에서는 최고의 예술적 춤, 의상, 퍼레이드 차량 및 그로테스크한 가면에 대해 시상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동네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할 수밖에. 이러니 1년이나 걸린다는 게 무리도 아니겠구나 싶었다.
메인 무대는 성조지 광장 앞에 꾸며져 있는데 티켓을 사야 입장이 가능했다. 메인광장에서 퍼포먼스 후 메인광장 행진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굳이 티켓을 살 필요는 없었다. 몰타 카니발 축제는 하루만 열리는 일회성 축제가 아니라 약 5일간 계속 열리는 성대한 축제였다. 발레타에서 가장 크게 열리고 고조섬의 경우 따로 카니발이 진행된다고 하니 다음에 몰타를 간다면 고조에서 진행되는 행사도 한번 보고 싶었다.
축제는 밤이 돼도 끝날 생각을 안 한다. 밤이 되니 조명까지 더해저 낮보다 더 화려한 퍼레이드 행렬이다. 축제 마지막 날이 되니 발레타 광장에는 거대한 야외 클럽이 만들어졌다. 몰타 카니발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 다음 이야기 : 이게 음악 축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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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과 2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https://brunch.co.kr/brunchbook/life-of-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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