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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Sep 03. 2023

[몰타트레킹] 환상적인 트레일, 골든베이-리베이라베이

몰타어학연수 제3장 #1 몰타트레킹(7) 골든베이, 리베이라베이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3장 인터미디어트 몰타  

#1 몰타트레킹(7) 몰타 최고의 트레킹 코스, 골든비치- 리베이라베이 - 카라바베이 


몰타는 정말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요. 그중 최고의 코스는 골든베이-리베이라베이입니다. 몰타라는 나라 자체가 이국적인데 그런 몰타에서도 정말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트레킹 코스입니다. 

겨울의 리베이라베이 


5월 중순이 지나면서 몰타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몰타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3개월. 몰타에 점점 스며드는 중이다. 몰타에 익숙해지면서 따로 정보가 없어도 구글지도만 보고 트레킹 장소를 물색을 하기도 했는데 그곳이 바로 골든비치에서 리베라베이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다. 골든비치의 경우 지난봄 J의 안내로 걸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보았던 골든비치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기에 그곳에서 어디로 이어질까 궁금해서 구글지도를 확인해 봤다. 


그리다 발견한 사진 한 장! 

"와- 미쳤네. 몰타에 이런 곳이 있었나."  무조건 여긴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말 걸어보고는 싶은 곳인데 혼자 가기에는 좀 애매한 상황이라 차일피일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다행히 친한 친구들이 모두 트래킹을 좋아해서 사진을 보여주니 흔쾌히 따라가겠다고 했다. 참고로 몰타의 서북쪽에 위치한 골든베이에서 리베이라 베이, 카라바 베이로 이어지는 해안은 전부 모래해변으로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와- 여기 뭐야. 미쳤네. 



뽀빠이 빌리지에서 골든비치까지 트레킹은 아래 포스팅에서 



몰타는 의외로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이 드물다. 

몰타에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이 드물다는 점이다. 몰타 지형의 특성상 깎아지른 절벽이 해안선을 형성하고 있고 절벽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해안선이 전부 바위다. 소위 말하는 락비치(Rock Beach)가 대부분이다. 간혹 모래해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게 해변인가 싶을 정도로 모래사장이 작다. 그런 몰타에서 모래해변이 아름다운 곳으로 주목받는 곳이 있으니 바로 골든비치(Golden Beach)다. 골든비치라는 이름에서부터  남다른 포스가 느껴지는데 몰타의 해변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소개되는 곳이다. 


몰타의 날씨는 간절기가 없다. 어제는 추웠는데 오늘 갑자기 더워졌다고나 할까. 날이 너무 뜨거우니 해가 좀 지면 걷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집 앞에서 수영을 하면서 더위를 좀 식힌 후 버스를 타고 골든비치에 도착했다. 오후 6시인데도 날이 너무 뜨거워 걷기가 힘들다. 일단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면서 태양이 스러지길 기다렸다. 

몰타 최고의 모래해변 골든비치
여름이면 생각나는 달콤새콤한 로제


맥주 한 잔을 하면서 기다리는 동안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시계는 오후 7시가 되어가는데도 더운 바람은 여전했다. 하지만 더 늦어지면 일몰을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길을 나섰다. 트레킹 코스가 따로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골든베이 끝에 있는 언덕을 올라가면 길이 있을 것 같았다.  언덕은 조금 가파르기는 했지만 짧아은 코스다. 등뒤로 뜨거운 햇살이 찌르니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언덕을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반긴다. 뒤를 돌아보니 골든비치의 전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탁 트인다. 


봄에 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고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아 썰렁한 느낌이었는데 여름이 되니 확실히 느낌이 많이 다르다. 다만 이때가 5월 말로 본격적인 여름은 아니어서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여름 피크시즌에는 파라솔과 사람들로 모래사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곳이다. 

언덕을 올라서면 골든베이 전체 풍경을 볼 수 있따.


언덕을 올라서니 본격적인 트레킹 시작이다. 골든베이에서 볼 때는 다소 멀게 보였던 아인투피아타워(Għajn Tuffieħa Tower)가 지척이다. 이 탑은 몰타기사단이 몰타를 지배하던 1697년에 만든 7개의 타워 중 하나인데 지금은 사용을 하고 있지 않다. 몰타 해안선을 따라 트레킹을 하다 보면 이런 종류의 탑이 굉장히 많은데 몰타 문화재로 지정은 되어있지만 아무도 관리를 하고 있지 않아서 지금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아인 투피아 타워


골든베이에서 리베이라베이까지 트레킹 코스는 대략 왕복이 3km 남짓이어서 트레킹이라고 하기에는 짧은 거리다. 수다도 떨고 사진도 찍으며 천천히 걷다 보니 누가 더 포토제닉 한가 갑자기 배틀이 붙었다. 


"그건 너무 평범하다고."

"자, 이렇게 뛰어봐." 


하하하, 호호호. 친구들은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다들 폴짝폴짝 열심히 뛰어준다. 그러는 사이 서서히 일몰시간이 가까워져 온다. 어떤 사람들은 일몰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러다가 우리도 일몰을 놓치겠다 싶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누가누가 잘 뛰나, 이본, 디나아 그리고 나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마음이 조금 급해지니 두 번째 해변이자 오늘 일몰을 볼 장소인 리베이라 베이(Riviera Beach)까지 속도를 내서 걸었다. 그리 멀지 않으니 얼마 걷지 않아 리베이라베이가 보인다. 골든베이와 리베이라베이 두 해변 모두 모래해변인 데다가 파도도 잔잔한 편이고 완만한 바다여서 해수욕장으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골든베이는 거대 리조트도 있고 숙박시설도 있어 관광지화 된 곳이라면 리베이라 베이는 현지인의 해변 같은 느낌이다. 리베이라베이는 골든베이보다는 조용한 곳으로 여름 시즌에만 오픈하는 카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겨울에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화장실이 너무 급했고 카페를 갔더니 문을 닫아서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이곳으로 향하는 몰타의 버스 종점이 골든비치인데 그전에 리베이라 베이를 거쳐가니 대중교통으로 두 곳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가능한 리베이라베이


몇 사람들이 언덕에 모여 있어 가까이 다가가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아크릴을 이용한 그림 수업 중이었다. 리베이라베이를 그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일몰만 그린 그림이라 그림만으로는 어디에서 그린 그림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말로는 리베이라의 일몰풍경이라고 했다. 그림 그릴 도구를 몽땅 가지고 갔지만 그림 그릴 여유가 전혀 없는 나로서는 부러운 마음만 가득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


일몰 포인트가 보인다. 저곳은 지명은 따로 없고 리베이라베이와 카라베이 사이에 길게 뻗어 있는 곶인데 대체로는 리베이라베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영어로는 리베이라베이인데 몰타어로는 'Għajn Tuffieħa'라고 적는데 발음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구글 번역기에서는 '애플아이(Apple's eye)'라고 번역이 되는데 '사과의 눈'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이상하다. 두 개의 만 사이로 들어와 있는 모양새가 사과를 닮았다고 억지로 우기면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매치되는 느낌은 아니다.  

붉은 모래 해변이 해 질 녘이 되니 더욱 붉다. 


너무 느긋하게 걸었나 보다. 30분이면 족히 걸어올 수 있는 거리가 1시간이나 걸렸다. 저녁 8시가 되니 곧 일몰이 시작될 것 같다.  이곳에서 일몰을 봐도 좋겠지만 이왕이면 좀 더 가까이 가보고 싶어서 서둘러 툭 튀어나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해변길로 걸어도 좋고 언덕길을 걸어도 좋다. 


드디어 우리가 원하던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 주변은 어디랄 것 없이 어디든 모두 낙조포인트다. 노을 보기 좋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으려던 찰나, 


"저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은 뭐지? 이왕이면 우리도 저기에 올라가서 보자" 


이심전심이었다. 지형이 워낙 특이한 곳이라 바다가 있는 곳까지 귀신고래 등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걸어보니 생각보다 거리가 좀 있었다. 게다가 오른쪽은 리베이라베이고 왼쪽은 카라바베이(Qarraba Bay)인데 카라바베이 쪽은 특이했다. 아찔할 정도로 엄청난 경사면인 데다가 가까이 가지 않으면 해변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가려져 있는 공간이라 비밀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디아나 말에 의하면 누드 비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해가 넘어가고 있는데 붉은 해변은 주황색 빛을 받으니 한층 붉어진 색깔 때문에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리베이라 베이를 대표하는 풍경 
카라바베이는 누드 비치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바위 입구에 도착하니 멀리서 볼 때와 달리 바위가 아니었고 엄청나게 큰 또 하나의 섬 같은 곳이었다. 우리가 올라갈 수 있을 만한 바위도 아니고 길도 없는데 도대체 사람들이 어떻게 위쪽까지 올라갔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이 있는 길을 따라 바위 뒤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보기와 달리 아슬아슬한 길이었고 뒤편에 도착하긴 했는데 길은 더 이상 없고 바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도 없었다. 일몰이 이미 시작됐기에 더 이상 길 찾기는 포기했다.   

바위 속을 지나니 계속 바위 속이다.
적당한 바위에 엎드리거나, 걸터앉아 각자 취향 대로 노을을 마주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서쪽바다로 떨어지는 노을은 환상이었다. 

적당한 바위에 엎드리고 걸터앉고 자신의 취향대로 노을과 마주한다. 누구 하나 말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한시도 멈추지 않고 째깍째깍 돌아가던 시간에 침묵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다. 사위는 한없이 고요하고 들리는 건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뿐. 조금씩 바다로 향하며 으스러지는 태양이 마지막 힘을 내며 잔잔한 파도에 찬란한 금빛을 토해낸다. 순간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태양은 완전히 사라졌다. '너무 아름다운 일몰이었어' 침묵을 깨는 이본의 목소리는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우리가 몰타에서 얼마나 더 일몰을 볼 수 있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본 풍경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풍경이라며 입을 모았다. 

그곳에서 마주한 노을 


태양이 떠나고 또 한 번의 매직아워가 시작됐다. 진심 직접 보지 않는다면 도저히 전할 수 없는 풍경이 아쉬울 뿐이다. 어학연수를 온 사람들 중에는 간혹 '몰타는 딱 한 달짜리'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여행 취향의 문제니까. 몰타가 강화도와 비슷한 크기이니 한 달, 아니 일주일 정도만 부지런히 다니면 유명하다는 곳은 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몰타는 결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몰타는 정말 작은 섬이지만 트레킹을 다녀보니 동, 서, 남, 북 비슷한 것 같아도 전부 달랐다. 간절기가 거의 없고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이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몰타지만 같은 곳이어도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뭐 이런 양파 같은 나라가 있냐는 생각을 했던 몰타다. 걷지 않았다면, 내가 몰타를 이렇게 좋아했을까? 가끔 되묻는다. 좋아했긴 했겠지만 걸었기 때문에 몰타가 훨씬 좋았다는 건 분명하다. 

매직아워의 리베이라 베이 


리베이라 베이의 겨울은 여름과 완전 다른 세상이었고 겨울이야말로 최고의 풍경이었다.  

런던 생활 이후 다시 돌아온 몰타에서 만나게 될 또 다른 풍경도 기대해 주세요. 

겨울이 되니 완전히 다른 풍경의 리베이라비치가 우리를 맞이했다.


 ㅁ 몰타 트래킹 코스 
- 세인트줄리안- 임디나 https://brunch.co.kr/@haekyoung/91
- 임디나 - 딩글리 클리프  https://brunch.co.kr/@haekyoung/96
- 딩글리 클리프 https://brunch.co.kr/@haekyoung/143
- 빅토리아 라인 https://brunch.co.kr/@haekyoung/139
- 로만배스 https://brunch.co.kr/@haekyoung/118
- 뽀빠이 촬영지 https://brunch.co.kr/@haekyoung/119 


+ 다음 이야기 :  고양이 한 마리가 사는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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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과 2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https://brunch.co.kr/brunchbook/life-of-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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