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에 가보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한국보다 더 많은 공연을 관람하게 될 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힙합, 락, 클래식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고 매주 다양한 공연을 보며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BBC 락 콘서트와 오페라 갈라쇼를 소개해드릴게요.
+ BBC 락 콘서트
몰타는 여름이 되니 본격적인 공연시즌이 시작됐다. 몰타가 작은 나라임에도 무료하거나 크게 지겹지 않았던 것은 공연이 많다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일 테다. 무엇보다 한국에 비해서 공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학생할인까지 적용받으니 대략 3~5만 원 정도면 대부분의 공연 관람이 가능했다. 공연관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몰타에서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몰타 어학연수의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였다.
몰타 공연 사이트에서 제법 큰 규모의 락 콘서트 공지가 떴다. 'BBC Concert Orchestra classic ROCK ANTHEMS'인데 특이하게도 스탠딩석이 있는 공연이었다. 오호라- 모처럼 락스피릿 충만한 공연이겠구나 싶었다. 모처럼의 락 공연이라 친구들도 이 공연에 흥미가 있었기에 다 같이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티켓 예매를 하기 위해 첫 예매창이 열렸을 때 접속을 했었는데 그때는 앞 좌석에 자리가 있는 상태였다. 좌석을 살펴보니 여유가 있는 상황이어서 앞 좌석에 앉을지, 스탠딩 석에서 공연관람을 할 것인지 좀 고민을 해본 뒤 티켓 예매를 하기로 했다. 그러다 두 어주 뒤 예매를 하려고 보니 좌석은 전부 매진이었고 스탠딩 석만 남은 상태였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스탠딩 석으로 예매를 했다. 그랬는데 공연 2~3일 전에 다시 확인을 하니 매진이었던 좌석이 다 풀려있었다. 공연 좌석 다 잡아놨다가 공연 임박해서 좌석을 푸는 건 몰타도 마찬가지인가 싶었다.
스탠딩 공연이었던 BBC 콘서트
콘서트가 열린 곳은 발레타 입구에 위치한 '산 푸블리우스 광장(Pjazza San Publiju)'이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몰타에서 야외 대형 콘서트는 전부 이 광장에서 진행됐다. BBC 콘서트가 얼마나 대형 콘서트였냐고 하면 수도인 발레타까지 버스는 산 푸블리우스 광장 옆 도로를 이용하게 되는데 발레타 행 버스 노선이 다른 코스로 전부 변경됐다. 몰타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콘서트답게 공연시간이 다가오니 버스 정체도 엄청났다. 이 공연에 엄청난 사람이 왔다고 해도 나라 자체가 작아서 한국에 비하면 전국노래자랑 정도라고나 할까. 조용필 님 지방공연의 경우 하루종일 그 지역 교통이 마비되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애교수준이었는데 어찌 됐건 몰타 4월의 불꽃축제 이후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공연이긴 했다.
몰타에서 야외 대형공연이 열리는 산 푸블리우스 광장
공연시간 1시간 전에 도착하니 사전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9시를 조금 넘기니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된다. BBC 락 콘서트라고 하긴 했지만 어떤 콘셉트의 공연인지 궁금했다. 대략 4~5명의 가수들이 돌아가며 주요 가수들의 히트곡을 메들리로 부르는 방식인데 특이한 점은 가수들이 해당 가수 스타일로 코스프레를 하고 나온 점이었다. 이날 콘서트에서 핑크플로이드(pink floyd), 데이비드보위(david bowie), 콜드플레이(coldplay), 프린스(prince), 레이디가가(lady gaga), 마돈나(madana), 휘트니휴스턴(shitney hoston), 롤링스톤스(rolling stones), 이글스(the eagles), 엘튼존(elton john), 엘비스(elvis), 비틀스(the beatles), 퀸(Queen)의 주요 히트곡들이 연주되고 불렸다.
무대는 일렉기타 2대, 베이스 기타 1대, 드럼, 건반 이렇게 구성된 밴드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음악을 맡았다. 야외공연인 데다가 그냥 대충 스피커만 올려놓은 상황인지라 음향은... 진짜 별로였다. 오케스트라와 밴드의 음역대가 다르고 야외 공연의 특성상 음향 발란스 맞추기는 힘들다 쳐도 고음과 저음의 발란스가 정말 깨져있어서 진짜 거슬렸다. 특히 저음에서는 소리가 웅웅 거리고 찍찍거려 진짜 아쉬웠다. 그나마 퍼스트, 세컨드 기타 소리가 괜찮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동안 몰타에서 여러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수준급의 공연 환경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와 몰타의 공연을 비교한다는 건 애초에 무리였다.
.
모처럼 야외에서 펼쳐지는 스탠딩 콘서트에 빵빵한 사운드에 익숙한 멜로디가 더해지니 시간이 지날수록 음향 따위가 무슨 상관인가 싶을 정도로 공연에 빠져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의 가장 히트곡만 선곡했기에 공연에 함께 간 친구들은 나이와 국적이 전부 다른데도 노래 앞에 전부 하나가 됐다.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라치면 목청이 더욱 커졌다. 노래에 따라 관객석에는 떼창도 이어지고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어 간다.
사전 공연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들의 노래 메들리로 이어진 BBC 콘서트
그러다가 내 목소리 데시벨이 갑자기 높아진 건 생각지도 않았던 콜드플레이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마틴의 목소리 음역대와 달리 낮은 음역대의 가수가 노래를 불러서 별로였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런던 웸블리에서 진짜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볼 예정이었기에 괜찮았다. 관객들이 전부다 떼창 모드^^ 역시 콜드플레이였다.
콜드플레이 Viva la vida
마이클잭슨의 경우 가수들이 부르기 힘들어서 선곡에서 뺏을 줄 알았는데 '스릴러'를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선보였는데 바이올린으로 특유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니 굉장히 독특했다. 퀸, 마이클잭슨, 롤링스톤스, 엘비스 등 유명 가수들이 다 나온 상황이니 마지막 무대는 누가 장식할까 궁금했는데 역시! BBC 타이틀답게 비틀스가 선택됐다. 헤이 주드(hey Jude)로 현장에서 대동단결의 분위기로 몰타의 평화로운 여름밤이 깊어간다. 공연 분위기도 엄청 좋았기에 앙코르를 할 줄 알았는데 관객들이 아무도 앙코르를 외치지 않으니 내가 더 당황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관객들이 일어서서 나가니 무대도 앙코르 없이 어영부영 마무리되는 느낌이라 어색했다. 아마 퀸의 노래를 마지막 엔딩으로 선택했더라면 분위기가 좀 다르지 않았을까 싶었다.
몰타 사람들 반이상이 모였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모두가 함께 즐긴 공연이었다. 세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대부분 비슷한 노래에서 감성이 폭발했다.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포인트에서는 솔로파트 부르듯 목청을 돋우는데 그게 또 웃겨서 다 같이 깔깔거리며 웃는다. 전부 다른 대륙에서 다른 나이 대에서 모인 사람들이지만 음악으로 수많은 사람이 하나가 되는 시간. 음악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스럽게 느끼는 순간이다. 세 시간 넘도록 이어진 스탠딩 공연에서 뜨거운 여름밤의 에너지를 모두 풀어놓고 왔다.
스탠딩으로 즐겼던 BBC 콘서트
+ 오페라 갈라쇼
공연장에서 차분히 듣는 클래식 공연도 보긴 했는데 아주 특이한 공연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오페라 갈라쇼'라는 타이틀인데 야외에서 진행되는 것이 특이했다. 공연장소는 성 엘모(St. Elmo) 요새로 현재는 전쟁박물관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진행되는 오페라 갈라쇼는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했다. 오페라 갈라쇼는 성 엘모 요새 중앙 광장에서 열렸는데 주출입구가 아닌 평소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출입문을 이날 공연을 위해 특별히 개방을 했다. 주출입구에 무대까지는 한참을 걸어야야 하는데 특별출입문으로 들어서니 무대까지 바로 이어졌다. 이곳은 평소에는 박물관으로 운영되지만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사용되는 것 같기도 했는데 결혼식 장소로도 이용되는 것 같기는 했다. 다른 공연과 다른 점이라면 관광객들은 거의 없다는 점과 대부분 정장 혹은 드레스 차림이었다.
오페라 갈라쇼가 열린 성 엘모어 요새
.'오페라 갈라쇼'는 몰타 여름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된 공연이었다. 전쟁박물관 관람을 위해 엘모 요새를 와본 곳이었기에 장소가 주는 특별한 느낌이 좀 컸던 것 같다. 특히 공연이 열린 엘모 요새의 건물을 미디어파사드로 오페라 무대를 연출한 아이디어가 굉장히 돋보였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니 몰타 특유의 라임스톤이 조명을 받으니 정말 색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우리로 치자면 덕수궁 석조전 건물을 배경으로 열리는 오페라 갈라쇼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라임스톤의 요새를 배경으로 다양한 미디어 파사드가 연출된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오페라와 외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오페라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하는 곡이 한 곡도 없었다. 내가 아는 오페라가 몇 안 된다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다. 공연 시간은 약 한 시간 남짓 진행됐는데 대부분은 다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도 지루하기는커녕 공연 시간이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이 공연을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 오페라 가수들의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구나 싶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앙코르 때 '오 솔레미오'와 '라트라비아타'가 나오니 단순 감상자 모드에서 벗어나 같이 노래를 부르며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오 솔레미오를 부른 오페라 가수의 퍼포먼스가 어찌나 요란한지 객석에서는 박수가 쉴 새 없이 터졌고 마지막에는 전부다 기립박수로 공연에 대해 관객들이 화답한다. 발레타의 밤하늘은 오페라의 선율이 물들이며 아름다운 음악이 번져나간다. 어느 순간 올려본 하늘은 별이 총총 빛나고 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낭만적인 몰타의 여름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