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오늘은 조금 느려도 돼 “
비가 오면 불편한 것들이 많아진다.
웅덩이에 젖어 끌리는 바지자락, 축 처진 머리카락.
하지만 그 속엔 이상하게도 조금은 느긋해지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비가 온다는 핑계로
커피잔을 유독 오래 붙잡고 앉아 있거나,
멈출 리 없는 장맛비임을 알면서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비가 멈추길 바란다.
비가 온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감정이 조금씩 무뎌지고, 더 깊어진다.
장마는 불편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위로를 받는다.
어지러운 하루를 잠시 눌러주는 무게 같은 것.
마치 누군가 “괜찮아, 오늘은 조금 느려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멈춰도 괜찮은 날씨, 조금 느려도 괜찮은 공기,
그리고 말없이 마음을 적셔주는 시간.
장마는 결국 지나가지만, 그때 마음에 스며든 조용한 감정들은 오래 남는다.
그렇게 세상의 속도를 늦추고, 마음의 소리를 조금 더 또렷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