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의 출근길

무언의 인사들

by 해문

아침 7시 30분 ,

하루를 시작하기엔 너무나 이른 시간이지만


태양은 벌써 하루의 절반쯤을 살아낸 얼굴로

세상을 비추고 있다.


지하철 덜컹거리는 소리 사이로


아침부터 땀에 젖은 옷깃과 축 처진 어깨들이
말없이 "오늘도 시작이구나"라고 중얼거리는 듯하다.


버스 안에서는

창의 썬팅을 비집고 들어오는 태양빛,

맞은편에 앉아 꾸벅거리는 고개들,
이어폰을 끼고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는 누군가와 함께하루를 시작한다.


이처럼 분명 여름의 출근길은 조금 다르다.


겨울의 출근이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면,

여름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출근 전부터 온몸이 끈적이고,
계단을 몇 개만 올라도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럼에도 우리는 묵묵히

하루의 끝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 모습들은 서로 다른 방법이지만 그들 모두
한결같이 '살아낸다'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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