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 뜨겁고도 고요한
여름이면 늘 떠오르는 냄새가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솥, 찜기에 올라간 옥수수들의 냄새
그리고 부엌 창으로 들어오던 해 질 녘 햇살.
그 모든 풍경의 한가운데엔 늘 어머니가 있었다. 땀을 닦을 틈도 없이 식구들 먹을 반찬을 하던
그 모습이 어릴 땐 당연했지만, 이제 와 생각하면 참 조용하고도 뭉근한 사랑이었다.
나는 매일 여름을 견뎌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어머니가 그 무더위의 앞에서 가족들을 대신해 다 이겨내고 있었던 거였다.
장마철 눅눅한 빨래를 널고, 끈적한 마룻바닥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닦고,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혹여 입맛 없을까 된장국 대신 오이냉국을,
아이스크림보다 시원했던 수박을 숭덩 썰어주던
어머니의 여름은 그 누구보다 뜨겁고, 그 누구보다 고요했다.
성인이 된 요즘
때때로 부엌에 서서 그 시절을 떠올린다.
그렇게
달궈진 프라이팬 앞에 서면, 어머니가 등을 쓰다듬어 주던 손바닥의 온도가 생각난다.
말없이 등을 다독이던, 아주 짧고도 따뜻한 순간.
여름은 언제나 더웠지만 그 속엔 어김없이, 어머니라는 이름의 그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