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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흐니 Jan 04. 2021

혼자 여행초보는 나이아가라에서 어떻게 사진 찍나요?

나이아가라에서 혼자 우물쭈물.. 사진 요청하기

2018.05.28


캐나다 동부 미국과 맞닿아 있는 국경에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다. 토론토에서 1시간만 차를 타고 가면 구경할 수 있다. 서울에서 인천 앞바다 가듯 갈 수 있는 곳이다. 토론토 날씨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라서 겨울이 완전히 지나기만을 기다렸다가 5월 중순쯤 완연한 봄이 됐을 때 나이아가라를 갔다.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친구도 사귀고 나이아가라만큼은 친구들이랑 가겠거니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들 모국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토론토에 놀러 오면 같이 갈 거라면서 미루고 미뤄뒀다. 날씨가 더 맑아지기만을 다들 기다린 것이다. 나는 토론토에 잠시 머물다 가는 입장이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결국 나이아가라도 '혼자' 가게 되었다. 이미 토론토 많은 곳을 혼자 돌아다녔지만 나이아가라 폭포만큼은 친구들과 같이 가고 싶었다. 그곳은 다른 곳보다 '사진'이 진짜 제대로 나와줘야 하는 곳이니까. 혼자 셀카로 폭포와 나를 담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카메라를 챙겨 들고 다녀왔다.



셀카만 아는 바보ㅠㅠ

카지노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습한 기운이 느껴지고 큰 물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나이아가라 폭포!' 들떠서는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폰으로도 사진을 찍고 카메라로도 사진을 찍었다. 셀카도 요리조리 찍었다. 그런데 역시 셀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 제대로 나와야 하는데 얼굴만 덩그러니 나오는 거 말고 정말 제대로 나와야 하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러다 번뜩 '아! 누구한테 찍어달라고 하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하기에는 당연히 시도해볼 법 한 생각인데 나는 여태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왜냐면 '분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도 여행하기 전부터 "사진 찍어주는 척하면서 폰을 훔쳐간다니까 조심해!"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다. '내 폰 좋은 것도 아닌데 훔쳐가려나?' 싶으면서도 '이거 훔쳐가면 나 진짜 못살아ㅠㅠ'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누구에게 사진 찍어 달라는 소리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새 어디서든 그냥 '셀카'만 찍는 게 익숙해진 것이다.



나이아가라에서 만큼은 달랐다. 정말 '경이롭다'도 느껴지는 이 광경을 제대로 담지 못하면 정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계속 폭포 주변을 맴돌면서 사진 찍어주세요가 영어로 뭐였지? Could you take...? 이렇게 시작하는 말이었나? Can you take a picture for me? of me? 괜히 영어 핑계를 대면서 망설이고 있었다. 사실은 휴대폰만 내밀면 알아서 찍어주지 않는가? 그래 영어는 어떻게든 되겠지, 그러면 누구한테 찍어달라고 할까? 물색에 나섰다. '진짜 이거 훔쳐가면 난 망하는 거야ㅜㅜ 안전한 사람, 안전해 보이는 사람 없나?' 매의 눈으로 물색한 결과 유모차를 끌고 있는 젊은 부부에게 부탁을 했다! 이거 하나 부탁하는데 거의 15분 넘에 걸으며 고민했다. 엄청난 내적 갈등! 유모차를 끌고 있던 젊은 부부의 아내분이 내 사진을 찍어줬고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게 되었다.


세로 가로 아주 골고루 찍어줬다! 복붙아님ㅎㅎㅎㅎ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정말 별거 아닌 일인데 혼자 있으니 이 작은 일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못 찍으면 두고두고 후회될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정말 바보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후면 미국으로 출국할 시점이었기에 오늘 사진 찍어달라는 사소한 시도도 못하면 앞으로 여행 진짜 꽝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용기를 낸 덕분에 좋은 사진을 찍었고 흡족해진 마음이 드니까 폭포가 더 아름다워 보였다. '한 번 만 더 걷자, 한 번 만 더 눈에 담자' 많은 인파 속에서 혼자 여유롭게 폭포를 즐기며 걷는데 눈에 딱 무지개가 보였다. 마침 맑은 날씨에 쏟아지는 폭포수가 만나서 무지개를 만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토론토에서의 여행이 마치 무지개 색깔처럼 알록달록 찬란하게 마무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짚라인도 타보고 싶었지만 그건 정말 정말.. 혼자서는 무서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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