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 보긴 싫은 2020년
나만 그러는 게 아니고 다들 잃어버린 2020년이라고 한다.
오늘부로 이렇게 지독하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은 마지막이다!
내년부터는 희망찬 단어들만 내뱉을 것이다.
이제 아홉수가 되니까 희망도 없고 내일은 없다며 노인처럼 말하는 날은 오늘이 끝이라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0년을 시작하며 내가 했던 다짐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몇 해째 한 해의 키워드를 정해왔다. 그 키워드를 마음에 두고 살려고 하는 것이다.
언제나 나에게 중요한 가치들이지만 특히 새로운 한 해에 꼭 지켜갔으면 하는 가치를 정한다.
2020년 나의 키워드는 건강, 예리함, 꾸준함이었다.
건강
2019년 여행 준비와 여행으로 몸이 정말 많이 망가졌었다. 과로, 그 와중에 다이어트 또 긴 여행까지 하고 오니 장의 기능이 멈춘 듯했다. 그래서 꼭 건강을 회복하리라 다짐했다. 밀가루를 되도록이면 안 먹고 채소, 요거트를 꾸준히 먹었다. 운동 습관도 들였다. 아침마다 스트레칭하는 습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역까지 버스를 타지 않는 습관까지 꽤 건강한 습관을 만들었다. 그 결과 피로감을 잘 느끼는 건 여전하지만 장이 꽤 정화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제는 조금 엄격하게 다이어트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리함
예리함은 똑똑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은 키워드였다. 쉽게 OK하지 않고 비판적인 사고 없이 모든 정보를 그냥 받아들이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 지켰는지는 모르겠다.
꾸준함
늘 작심삼일인 것이 싫어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기만 어떤 것을 꾸준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말이다. 그래서 올해 꾸준하게 한 것은 글을 쓴 것, 책을 읽은 것, 스트레칭 등이 있다. 글을 돈 되는 글, 그냥 쓰는 글, 하기로 해서 쓰는 글 등 정말 다양하게 글을 썼다. 아쉬운 것은 나를 위한 글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거!?
책은 꽤 꾸준히 평균 한 달에 1~2권씩은 읽었다. 호호 최초다 최초!! 정말 책을 읽지 않는 나인데... 이렇게나 읽다니!
코로나로 인해서 내 삶의 패턴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덕분에 프리랜서로서 어떤 루틴을 가지는 것이 좋은지 훈련하게 되었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두렵다. 다들 직장에 있다가 프리랜서를 하던데 나는 그 과정 없이 프리랜서로 사는 것이 많이 두려웠다.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든 마음을 가졌지만 또 코로나로 인해서 프리랜서로서 버티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그 힘 중 하나가 아침 스트레칭이다.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을 먹고 씻고 9시쯤 책상에 앉아서 일을 시작하는 하루.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다시 오프라인 강의가 시작되어도 쉽게 따를 수 있는 루틴
2020년이 시작되기 전에 만든 키워드는 건강, 예리함 그리고 꾸준함이지만 2020년이 지나고 보니 내 키워드는 유연성, 성실, 건강이었던 것 같다.
오예!! 건강은 정말로 지켰나 보다!
유연성, 정말 나랑 거리가 먼 단어다. 몸도 뻣뻣 마음도 뻣뻣한 사람인데 상황이 날 유연하게 만들었다. 유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매번 바뀌는 상황들에 '이로 안되면 잇몸으로라도 하지' 정신이 뿌리 깊게 박혀버렸다. 스트레칭으로 이제 손과 발이 잘 닿는 것은 덤! (정말 뻣뻣한 나에겐 큰 성취...)
성실, 코로나로 인해서 일을 못하고 강제로 쉬는 와중에도 뭔가를 자꾸 찾았다. 읽을거리, 공부할 거리, 책상 앞에 앉아 있을 구실. 덕분에 많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책을 들고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이럴 때 쉬고 있으면 정말 쓰레기다. 한심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돈은 못 벌어도 시간은 잘 쓰고 싶었다. 올해는 특히 9시 10시까지 늦잠을 잔 기억이 많지 않으니 꽤 성실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건강은 앞에서도 말했으니 패스!
앞으로 2021년은
긍정, 나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 가지기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스스로에게 정말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상처가 짙게 남도록 나에게 안 좋은 말을 내뱉었다는 것이다. 못하는 것, 안 되는 것에만 집중했다. 안 좋은 상황을 핑계 삼지 말라고 그냥 부족한 거 아니냐고 다그쳤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옳은 말도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2021년에는 스스로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싶다. 단순히 달콤한 말이 아닌 나에게 정말 힘이 되는 말을 자신에게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야 '인생은 솔플'이라고 말하는 나의 철학을 잘 실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기록, 사소함을 기록하기
하루를 기록하고 경험을 기록하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은데 사소한 말 한마디를 기록하는 것이 꽤 쉽지 않았다. 상황이 자주 바뀌면서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기도 하고 많은 것을 수정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메모하는 습관이었다. 늘 그것이 부족해서 팀원에게 '우리 그때 뭐라고 했지?'라고 자주 물어봤다. 내년에는 '우리 저번에 이렇게 결정했었어!'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대담함, 신중하되 대담히 도전하기
2021년의 나는 쫄보가 아니다! 늘 해왔던 것 안에서 일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정말 가능한 일도 가능할까 싶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아무래도 안 해왔던 일이라. 내 한계를 스스로 만드는 기분을 많이 느꼈다. 조금은 대담하게 과한 긴장은 하지 않는 걸로.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은 두껍게 만들어서 새해엔 좋은 기회를 꼭 만들어보고 싶다.
지키지 않을 새해 다짐을 해왔다면 지금쯤 '어차피 안 지켜져'라는 마음으로 포기했을 텐데 어찌어찌 조금씩, 꾸준히 시도하는 나를 보면서 새해에 키워드를 뽑는 것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다만 꼭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서는 과한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늘 10~15개씩 세워두곤 했는데 그건 정말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는 딱 5개만 세워두고 집중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걸로! 2020년과 달리 2021년은 예상이 되는 어려움이라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젠 정말 그러려니 하며 나에게 더 집중하는 수밖에! 힘들었던 2020년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그래도 기억에는 꽤 남는 한 해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