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콜레에 머물렀던 5일은
영어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심해지고 있던 기간이었어.
왜 그동안 영어공부 안했을까 후회도 되고 답답하기도 하고
사실 부담스럽기도 했어. 정확히 잘 듣고 잘 말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서 말도 하기 싫고.
듣기는 다른 멤버들에게 많이 의존했던 거 같아
사실 그냥 내뱉으면 되는 거고 또 듣다 보면 거기 사람들도 엄청 어려운 말로 엄청 빠르게 말하는 것도 아니야. 그 사람들도 영어 원어민은 아니니까.
애프터스콜레에서 처음으로 교장선생님 매스와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우리 팀을 소개하고 우리가 이곳에 왜 왔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생각나는데
내가 말하기로 한 주제가 있었고 미리 대본을 써서 달달 외웠지
잘 외워가지고는 매스 앞에서 마치 내가 생각한 것을 술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어
아니 사람하고 대화를 하는데 미리 외워가지고 말을 하는게 너무 웃긴거야.
좋게 생각하면 내가 영어를 못하니까 그렇게라도 준비를 하는데 맞지만
현타가 왔달까! 외워도 외운 것처럼 말하지 말던가!
영어때문에 계속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학생들을 만나서 인터뷰 하려고 돌아다니는 시간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어.
그런데 애프터스콜레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굿나잇 인사를 나누면서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가려는 마음이 통하니까 그렇게 친구같을 수 없더라~
우리 나이로 17살된 친구들이랑 나이 차이 잊고 막 웃으면서 게임하고 대화하니까.
나도 10대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했어 (주책~)
어렸을 때 외국인 친구들이랑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교류하는 경험을
한 번 꼭 해보고 싶다는 꿈을 꿨었다는 것도 생각이 나더라
영어에 대한 압박감 없이 어느새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일정이 마무리 될 때 매스가 해준 말이 북유럽 여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어.
"솔직히 한국 사람들이 영어가 서툰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언어권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언어의 장벽을 넘어 따뜻함을 느끼는 경험이 중요하다."
절대 영어 못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한 건 아니었는데 위로받는 말이었어.
'영어 서툴러서 걱정했니? 근데 너 학생들이랑 교류 잘 했잖아. 그런 경험도 귀중한거야. 잘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더라.
교수자로서 떠난 북유럽 교육탐방이었는데
나는 그냥 한 사람으로서 배우는 경험을 정말 많이 하고 온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