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흐니 May 07. 2021

29살, 이제야 나를 진짜로 돌보기 시작하다.

작년에는 ‘이제 그만 쓰고 싶다!’ 생각할 정도로 별별 글을 많이 썼었는데

올해는 ‘언제 글을 쓸까...’ 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시간의 여유도 없다.


정말 이 얼마나 오랜만에 글을 쓰고 있는가!

이 잠깐의 휴식 시간이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로 글이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행복하다.


마구잡이로 쓰게 될 글이지만

이 글에 꽤 애착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정말로 독립을 해서 쓰는 첫 글이니까.


그토록 애원하던 독립을 했다.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법적으로 내 소유 아니고... 전세자금도 꽤 많이 은행돈이지만 뭐 살고 있는 사람이 나니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다가도 누군가 ‘하은아~’ 부를 일 없고

많이 바쁘니~’ 살펴봐주는 이도 없다.

온전히 나 자신하고만 함께하는 공간, 시간들이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딱히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혼자 있다는 자유는 있지만 집안일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일이 끝나고 나면 다른 일이 눈에 보인다. ‘설거지’ ‘빨래’ ‘청소’


본가에 있을 때도 안 하던 일은 아니지만 이토록 친하게 지낼 줄은 몰랐다. 하루 세 번은 설거지를 하고 (몰아서 하지 않으려고)

생각이 나면 빨래 돌리고 청소는 눈뜨자마자 하고 머리카락이 눈에 크게 보이면 또 청소기를 돌린다.


자꾸 치우고, 밥을 차리고, 치우고...

도저히 글을 쓸 여유가 나지 않았다.

그 말은 곧 내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지나다니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독립을 하니 불면증이 나았다.

계속 몸을 움직이고 이상한 생각을 한 때면 빨래를 해야 했고

불안함이 들 때면 또 밥을 해야 했다.

나의 모든 것을 스스로 다 챙기느라 별 잡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잘 잔다. 그 어느 때보다 나를 챙기는데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내 상태가 어떤지 훨씬 더 예민하게 살피고

집이 흐트러지는 것은 내가 흐트러지는 것이기에

집에 쓰레기가 나뒹굴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본가에 있다면 엄마의 잔소리라는 알람이 울리지만

혼자이기에 자각해야지만 나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

독립이라는 것이 단순히 혼자서 다 해내고 경제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중이다.


한 번도 엄마는 나에게 감성 충만한 조언을 하신 적이 없었다.

늘 “잘난 남자 만나”, “살 빼라” 등의 현실적인? 조언을 하기 바쁘셨는데

독립을 앞두고는 정말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다.

스스로 잘 돌봐줘야 돼, 챙길 사람이 너 혼자밖에 없으니까”


지금 엄마의 조언대로 끔찍하게 나를 챙기는 중이다.

머리는 못해도 아침은 꼭 챙겨 먹고

바쁜 와중에 운동은 꼭 3일 이상하고 있다. (엄마도 나 없이 스스로 잘 챙기길...)


처음 며칠은 외롭다고 생각했다.

일상을 공유할 사람이 옆에 없고.. 같이 웃음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져서 가끔 보며 일상을 공유할 때 ‘잘’ 공유하자

잘 웃고 더 깊게 마음을 나누자 생각을 고쳤다.



독립이라는 눈에 보이는 목표를 떠나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올해의 목표였다.

이렇게 지독하게... 같이 붙어있으면... 나에게만 몰입하고 있다 보면

정말 예뻐해 주게 되겠지.

아직은 미숙하지만 더욱 자신을 돌보게 될 30대를 바라보며..


독립 소감은 여기까지!




 



 

작가의 이전글 눈 그리고 파스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