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쿠킹스튜디오의 메인은 쿠킹클래스 운영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작은 소소했다. '그냥 엄마 혼자 사부작 사부작 놀면서, 실험조리도 하고, 연구도 하고, 필요하면 가끔 수업도 하고, 지인들 초대해서 시간 보내고 그럴래' 하려고 만든 공간이었는데.. 막상 오픈하고 나니, 우리 모녀의 타고나길 집요한 성격에 흐지부지 시간을 보내기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각 잡고 운영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단기간 내 입소문을 타고 많이 알려졌다. 모녀 둘이서 오롯이 사부작 사부작 거리기엔 사이즈가 커진 셈이다.
오픈하고서 약 일년 반 정도 지났을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린 일주일 7일 중 6일간 매일 수업을 한다. 웬만해선 하루에 수업을 1회만 진행하는 편이나, 상담을 하다 보면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어 종종 하루에 2회씩 수업을 치룰 때도 있다. 어떨 땐 일주일에 7일내내 휴무없이 스케줄이 잡힐 때도 허다하다. 모두가 어려웠던 코로나 시국에도 건강한 집밥을 먹고자, 요리를 제대로 배우고자 스튜디오를 찾아주신 분들이 많이 계셨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쿠킹클래스를 운영한다고 하면, 어떤 일을 할까. 대체로 많은 쿠킹스튜디오들이 비슷하겠지만, 혹시나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우리의 하루 루틴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수업에 사용할 식재료는 보통 일주일 전부터 계산해서 발주를 넣는다. 그리고 또 장을 보러 시장에 나간다. 다음날 수업준비는 전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우린 실습형 쿠킹클래스를 하다 보니, 수강생 참석인원 수에 맞춰 식재료를 다 계산해 준비한다. 재료를 씻고, 기초적인 부분은 손질하고, 각자의 할당량 만큼 양을 배분한다. 메뉴와 인원수에 따라 2인 1조 실습을 할 건지, 1인 1실습을 할 건지 실습 방향과 동선을 구체적으로 계획한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수업 당일이 되면, 서너 시간 전부터 준비를 한다. 예를 들어 신선한 채소를 씻고 다듬는 일은 당일에 해야 한다. 레시피를 점검하고 출력하고, 온갖 비품과 도구들을 꺼내놓고, 앞치마를 꺼내고, 잔잔하게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틀어놓고, 포장용기들을 챙겨놓고, 세팅할 그릇들을 준비하고, 모자란 양념장은 없는지 체크한다. 혹시나 부족한 재료가 있거든 지하의 이마트나 옆동네 가락시장에 뛰어가 사오기도 한다. 수업시간이 다가온다. 그렇게 분주하게 준비해놓고 세상 평온한척 수강생분들을 맞이한다.
모든 수업은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요리선생님인 엄마는 3시간내내 수강생님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요리하고, 이야기를 한다. 스텝인 나는 그들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현장을 사진으로 담고, 설거지를 하고, 필요한 것들을 갖다주며 보조를 맞춘다.
수업이 끝나면 본격 설거지 파티다. 일단 유튜브로 노동요를 틀어놓는다. 식기세척기를 쓰지 않기에 직접 손설거지만 1시간 이상, 그릇의 물기를 깨끗이 닦아서 진열장에 다시 넣어두기까지 완벽히 정리한다. 수업시간 동안 도착한 업무 메일과 문자들을 확인하고, 요청 자료들이 있으면 정리해 넘긴다. 부재중으로 남은 전화 상담 건들을 응대한다. 수업시간에 내가 촬영한 사진들을 편집하고, 수강생님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우리 공식 sns에 후기글과 사진들을 공유한다. 그리고 엄마와 나는 식사와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한다. 이 시간이 되어서야 엉덩이 붙이고 자리에 앉는 셈이다. 이 때 우린 보통 밀린 드라마나 예능, 유튜브 방송을 보며 휴식하는데 바쁜 하루 중 소중한 힐링타임이 된다. 잘 쉬었다 싶으면, 또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음 수업준비를 위해 시장을 간다.
일련의 과정은 매일 반복된다. 수업이 매일 있으니까. 과장 조금 보태서, 한 달이 일주일처럼 지나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즐겁다. 매일이 짜릿하고 신선하고 재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