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만나게 된 오랜 친구와 최근 밥을 먹으면서 서로의 근황을 되짚다 보니, 아무래도 나의 결혼과 현재의 신혼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2년 전에 먼저 결혼을 한 친구는 결혼 준비와 집 장만 과정에 대해 너무나 재미있게 공감하며 내 얘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러다가 친구가 나에게 툭 던진 저 한 마디.
사진 출처: 본인 제공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든 건 1달 안에 끝났다. 결혼식장, 신혼집, 신혼 살림살이 장만까지 모든 것이. 그 외의 드레스, 메이크업, 촬영 등의 부수적인 것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그도 그럴 것이 남편과 나는 둘 다 크게 로망이 없는 편이기에 가능했다.신혼여행까지도... 뭐 말만 하면 몇 백씩 단위가 올라가는 웨딩업계는 암만 눈 씻고 쳐다봐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부분이겠지만) '결혼'이라는 것 자체에 그냥 돈을 많이 쓰고 싶지 않았다.
신혼여행 취향에 대한 자체 설문
그냥 남자와 여자가 만나 앞으로 둘이 같이 살겠다는 것을 주위에 공표하는 거 아닌가... 안 그래도 큰 단위의 돈을 계속 지출해야 하는 마당에... 신혼여행도 그냥 둘이 가는 여행 아닌가, 결혼식 치루고 다음날 떠나는 것 뿐이잖아... (;;;)
남편이 정식으로 인사 오던 날, 우리 스튜디오에 초대했다. 뭘 사가야 하냐는 걱정인형에게,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두리안을 추천했고 그날 남편은 과일로 생경한 문화충격을 경험했다.
결혼준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이 오고 가면서부터 우리는 집부터 알아봤다. 마침 남편이 혼자 살던 원룸 오피스텔 전세 만기가 다가오기도 했고, 어차피 곧 결혼할 거라면 그냥 아예 둘이 같이 살 신혼집으로 알아보면 어떻겠냐 해서다. 평생 가족들과 함께 살아온 나와 달리, 남편은 20살 대학생 때부터 혼자 자취를 시작해 일찍이 1인가구로 독립을 했다. 그래서 부동산과 집 시세 등을 잘 알았고, 잘 볼 줄 알았다.
우리 예산으로 적합한 곳이 어디일까 얘기를 나누던 시점에, 남편은 본인이 대학생 때 과외를 다녀서 잘 안다는 한 동네의 아파트를 콕 찝어 추천했다. 과외 다니면서 '나도 나중에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신혼집으로 시작하기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의 '꿈의 집' 발언에 나도 바로 동의했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부동산 사이트를 충분히 비교하며 뒤져보다가 처음으로 부동산을 방문한 날, 그날 4~5집을 돌아봤는데 그중 마지막 집이 가장 마음에 들어 바로 단박에 계약을 했다. 층 높이, 빛 잘 드는 남향,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 집에 이미 갖춰져 있던 아일랜드 식탁, 에어컨, 안방의 큰 붙박이장까지. 나의출퇴근 거리가 좀 멀어졌지만 지하철역이 가까우니 흠 잡을 데 없는 집이었다.
성격 급한 우리는 그날 밤 부동산에 연락해 "내일까지 가계약금 넣어도 돼요?" 요청하기까지. 다음날 휴무라서 천천히 연락 주셔도 된다는 부동산 측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굳이.그간1인가구로서 이사도 자주 다니고 부동산 계약 경험이 많은 남편은 최근 시끄러운 전세사기 수법 예방을 위해 전세보증보험, 특약, 임대인의 세금 체납여부 등을 꼼꼼히 살피고 또 살폈고, 틈만 나면 나에게도 세뇌시키다시피 챙기고 또 챙겼다.
그렇게 우리의 집은 단박에 해결됐다.가장 어렵고 신중히 풀어야 할 숙제 같은 집 문제가 꼼꼼한 남편 덕분에 너무나 수월하게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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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집은 남편이 거의 전담하다시피 혼자 알아보고 큰 결정을 내리는 동안, 동시에 나는 결혼식장을 담당해 알아봤다.
어차피 예식장은 다 똑같다, 사람들 기억에 남는 건 식사와 주차뿐, 예식장도 거기서 거기, 다 비슷비슷할 것이다,가성비를 찾아보자... 작은 규모로 식을 올리고 싶었던 우리는 먼저 하우스웨딩, 스몰웨딩을 생각했는데, 말이 '스몰'이지 옵션들 추가하다 보면 슬금슬금 가격이 올라 결국 더 비싸지는 아이러니를 알게 됐다. 처음에 가계약금을 넣고 날짜까지 예약했던 강남의 한 하우스웨딩홀은 끝내 엘리베이터가 1개뿐이라는 단점, 그리고 결혼식장 바로 앞에 아주 큰 교회가 하나 있다는 특이점 (우리 결혼식은 일요일 점심시간이다) 등으로 고심 끝에 취소를 했다.
그리고 다시 알아보던 중 어느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있는 예식장 견적을 다시 받아보았고, 수많은 인터넷 후기들을 이 잡듯 뒤져본 끝에 '여기로 하자!' 결정을 이미 마음속으로 내렸다. 그리고 예식장을 방문하던 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여러모로 더 좋고 괜찮다고 느껴 바로 당일계약을 했다. 서울, 경기 모처의 다른 예식장들에 비해 파격적인 가격 할인혜택도 컸지만, 결혼식장 안에서 혼주 한복, 신부 드레스, 메이크업 등까지 모두 한큐에 끝낼 수 있다는 효율적인 동선과 패키지 상품, 합리적인 금액대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다른 곳들은 알아보지도 않았기에, 더 비교할 것도 없었고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더 빠지고 싶지도 않았다.
이 날은 신혼집 계약하고 딱 2주 뒤였다.
가전들 줄줄이 들어오던 이삿날
그렇게 중요한 것 2개가 끝나니, 다른 부수적인 것들도 다 우르르 해결이 됐다. 특히 나의 경우, 같은 해에 남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기 때문에 남동생 덕을 톡톡히 봤다. 신랑 예복, 웨딩 스냅사진 촬영 등 모두 남동생이 한 업체들 그대로 따라서 나도 예약을 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세이브됐다.
신혼집을 장만했으니 이제 안에 살림살이는 어떻게 꾸밀 것인가.
가전은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 친구의 임직원 할인혜택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원하는 가전 목록들을 찝어서 친구에게 알려줘야 했는데, 가전에 아무 생각이없던 나는 전적으로 남편에게 맡겼다. 냉장고 고르기가 가장 어려웠다. 남들 다 하는 투도어로 할 것이냐, 집이 작으니 그냥 원도어로 할 것이냐. 나중에 식구가 늘어나면 어차피 투도어를 써야 하지 않겠냐, 그런데 지금 우리 집이 작아 투도어 들여놓을 공간이 안 될 것이다,,, 냉장고 선택할 때 좀 투닥거렸던 기억이 난다. 결과는 원도어. (지금 굉장히 흡족하게 쓰고 있는 중)
우리가 진짜 딱 쓸 것만 사자, 고르고 고른 가전들 중에서도 최신형 아닌 2~3년 전 알뜰한 가격대의 제품들로 리스트를 넘겼더니 친구 왈, 총금액이 기준에서 미달이라 사은품도 못 챙겨준다고. 그럼에도 정말 좋은 가격에 잘 챙겼다고 우리끼린 자화자찬.
가구는 모두 온라인 구매. '오늘의 집' 애용자들이됐다. 침대는 좋은 거 써야 한다는데, 매트리스 그거 누우면 다 똑같지 않나, 나 혼자 자취할 때 쓰던 침대 그거 진짜 오래된 건데 편했잖아, 그래 그냥 대충 사자.티비도 사지 마, 우리 티비 안 보잖아. 그럼 스탠바이미 하나만 사줄래? 그건 삼성이 더 싸.
나보다 집에 더 로망이 있던 남편은 전체적인 톤을 맞춰 가구들을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고, 이 역시 나는 전적으로 남편의 취향에 믿고 맡겼다. 작은 집에 어울리는 올망졸망 귀여운 가구들이 들어찼다. 어차피 우린 둘 다 물건을 오래 쓰기 때문에 가구도 오래 쓸 거야, 하면서. 가구점 한 번을 오프라인으로 가보질 않고 전부 다 손가락으로 까딱 거리며 결제를 했다. 그나마 까다로웠던 가구 고르기라면 헹거. 옷걸이 헹거에 화장대가 같이 딸려있으면 좋겠다는 기준이 있어, 헹거를 제일 오래 뒤져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산 헹거 지금 옷방에서 아주 잘 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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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이 작아. 그릇 조금만 가져가야 돼. 집에 다 안 들어가. 안돼 안돼."
신혼집 주방에 상부장이 없다며 그릇 넣어둘 공간이 없을 거라고 지레 겁먹은 내가 했던 말이다. 집이고 스튜디오고, 항상 빼곡히 차고 넘치는 온갖 그릇들 틈에서 나고 자라난 내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상대적으로 우리 신혼집 주방은 쪼꼬미 그 자체였다. 심지어 나는 밥솥 6인분짜리로 해야 한다는 엄마 말에"안돼... 밥솥 놓을 데가 없을 거야..." 하는 이상한 말도 했더랬다.
아무튼 주방용품, 그릇, 식기류는 전부 다 우리 스튜디오 찬스. 주방에서 만큼은 맥시멀리즘인 우리 엄마의 큰 손 취향답게 우리 스튜디오에서 내가 신혼집으로 빼돌릴(?) 그릇은 충분했다. 스튜디오에서 잘 안 쓰는 그릇들, 남아도는 커트러리들, 와인잔 등등. 스튜디오 덕을 제대로 봤다. 본가에서도 많이 가져왔다. 비싸지만 집에서 더는 쓸 일이 없어 구석에 잠자고 있던 크리스탈 유리잔들.
전문 쿠킹스튜디오를 운영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이렇게 가져온 그릇들은 모두 유명한 브랜드나 명품 그릇들이었고, 이참에 내가 직접 만든 손때 묻은 도자기 그릇들도 많이 데리고왔다.
남들이 신혼여행으로 하와이, 몰디브 등을 간다고 했을 때 전혀 알지 못했다. 그 나라들이 그렇게 비싼 값으로 가는 곳들이라는 걸.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즐겨 다녔던 나와 달리, 남편은 때맞춰 여권도 새로 갱신해야 할 만큼 여행에 취미가 없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것도 안 좋아하고, 딱히 허니문이라고 비싼 비즈니스를 타야 할 이유도 없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남편 직업 특성상 일정을 오래 뺄 수 없기에, 나는 '그럼 우리 제주도나 일본 갈래?' 물었고, 남편은 그래도 신혼여행인데 외국으로 가자고 했다.그래서 가성비 있고 알차게 다녀올 수 있는 동남아시아로 결정.
앞서 남동생이 신혼여행으로 발리를 다녀왔기에, 굳이 이것까지 똑같은 곳을 가긴 좀 그랬고...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던 중 우연히 어느 럭셔리한 리조트 사진을 보게 됐다. 그래, 우리 다른 데엔 다 돈 아껴서 잘했으니 신혼여행 숙소에는 돈을 좀 써도 되지 않을까, 해서 오로지 숙소 하나 보고 결정된 신혼여행지. 베트남의 푸꾸옥이다. 요즘 뜨고 있는 핫한 곳으로 동남아시아의 하와이란다. 이름이 어려우면서 귀여운 곳. 얼마나 나 하나만 믿고 관심을 두지 않았으면 남편은 이 푸꾸옥이란 세 글자를 최근에서야 외웠다.
사실 말이 '신혼'여행이지, 그냥 결혼식 끝나고 다녀오는 여행 아닌가. 그닥 특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안 가도 상관없고 나중에 가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숙소는 자체 얼리버드 이벤트를 하는 시점에 진작에 일찍 예약을 해뒀고, 항공료는 여행 3개월 전이 가장 저렴하기에 최근에 결제를 완료했다.
우리 체크인 시간이 밤 늦은 시간이라 문제 없을지, 리무진 픽업 서비스, 레이트-체크아웃 등에 대해 확실히 하고자 호텔 관계자와 대 여섯 통의 이메일을 구구절절 주고 받았다. 숙소 하나 보고 가는 허니문 여행이니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고. 대한항공 아닌 저가항공기라 사전 기내식, 좌석 배정까지 다 좋은 것으로 예약해뒀다. 아껴둔 예산은 이렇게 적재적소에 쏙쏙. 나 혼자 가는 여행이었음 절대 이렇게 안 했다.
푸꾸옥... 이름 너무 기여웡
생각해 보니 로망이 없다기보다, 우린 그냥 선택과 집중이 확실했다.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비슷하다 보니 시간 낭비랄 게 전혀 없었다.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돼서 각자가 알아본 내용을 공유하면 토를 달지 않고 적극 반영되니 모든 것이 스피디하게 물 흐르듯 이어졌다.
"이렇게 빠르게 결정하고 해도 돼..?"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건가" "그래도 한번은 가서 직접 보고 사야 하려나?" 가끔 스스로도 남편과 의문을 가질 때도 있었지만, 뭐 어떤가. 남한테 컨펌받아야 하는 일들도 아닌걸.우리가 판단하기에 됐다면 그걸로 됐다.
결혼을 준비하던 극 초반쯤 밤에 전화하면서 좀 자주 다툴 때가 있었다. 그때 내가 뾰로통하게 '우리 잘 안 맞는 것 같아' 말 꺼냈다가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라고 남편에게 된통 혼난 적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