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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집사 Jun 13. 2024

음식이 잠시 거쳐가는 곳, 냉장고

쾌적한 냉장고가 좋아!

신혼집 이사하고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주방에 온갖 양념들부터 구입한 것이다. 양념/소스류는 전부 우리 스튜디오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본 브랜드 제품들... 진간장, 국간장, 청주, 참기름, 식용유, 올리브오일, 고추기름, 소금 후추, 통깨, 참치액젓, 굴소스, 올리고당, 꿀 등등 말이다. 그래야 우리 쿠킹스튜디오에서 어떤 식재료를 가져오거나, 내가 집 근처에서 급하게 장을 보더라도 요리들을 뚝딱뚝딱 해낼 수 다. 양념이 없어서, 소스가 없어서 못하는 요리는 없으니까.


이사 후 이틀에 걸쳐 주방 한 켠에 양념칸 구색을 갖추자, 이제 냉장고 안을 채울 차례.


사진출처: 본인 제공


내가 출퇴근하는 우리 스튜디오에서는 매일 요리수업을 하고 주문받은 음식들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에, 사실 내가 장 볼 일이 딱히 없긴 하다. 그날그날 요리수업하고 완성된 음식들, 냉장고 안에 남은 식재료 양파, 계란, 감자 등을 엄마와 사이좋게 나눠서 가방에 담아 집으로 가져온다.




"야, 나는 집에서 요리를 안 하니까 김치에도 곰팡이가 피더라. 나 김치에 곰팡이 핀 거 처음 봤잖아."


나보다 먼저 결혼한 한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이다. 김치도 계속 안 먹으면 곰팡이가 피는구나...


그래도 한국인이라면 기본적으로 냉장고 안에 김치는 있어야지. 김치는 엄마표 김치를 두고 먹는다. 물론 이 또한 우리 김치특강 수업에서 만든 김치들이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오이소박이 등 생각보다 김치는 많이 먹게 되더라. 만만한 게 김치볶음밥에, 삼겹살 구워 먹을 때마다 김치도 같이 구워 먹으니 김치는 큰 통으로 가져다 놔도 제법 빨리 소진하는 편.


그리고 냉장고에 오래 있어도 괜찮은 밑반찬으로는 보통 장아찌나 피클류 정도만 상시 두고 있다. 남편이 특히 좋아하는 우리 알타리무장아찌, 열무피클이 그러하다. 이런 장아찌나 피클은 남편의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기에도 훌륭해서 이 또한 부지런히 소진해 가며 먹는 편이다.


이외에 항상 냉장고에 두는 음식이라면 계란, 버터, 고추장, 된장, 그리고 레몬즙, 머스타드와 같은 서양 소스들, 가끔 쪼가리 빵에 발라먹기 좋은 과일 잼과 페스토 같은 소스들이 전부다.



사진출처: 본인 제공


처음 신혼집에 들어갈 가전 가구를 정할 때, 엄마는 당연히 투도어 냉장고를 사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 신혼집은 평수가 작기 때문에 양쪽으로 문을 열고 닫아야 하는 양문형 냉장고를 들일 공간이 마땅찮았다. 살다 보면 점점 살림이 늘어날 테니 냉동실도 커야 하고, 냉장실도 여유 있어야 한다고 엄마는 조언하셨지만 나랑 남편의 평소 먹는 양이나 식습관 생활패턴 등을 미루어보아 굳이...


우리는 원도어 냉장고로도 충분하다 느껴졌다.



우리 스튜디오 한 켠의 업소용 냉장고&냉동고


우리 쿠킹스튜디오에는 냉장고, 냉동고만 약 9개가 있다. 그것도 큼직큼직 묵직한 업소용 냉장고, 냉동고들, 스텐 작업대들 아래에 설치한 테이블 냉장고들, 최근 새로 들인 중고 김치냉장고까지.. 그마저도 모자라서 항상 버겁다.

 

엄마가 전업주부이던 시절, 우리 집에서도 냉장고, 냉동고는 항상 음식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엄마는 주방살림에서 만큼은 맥시멀리스트가 분명했다. 항상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 평생 과포화된 냉장고와 주방살림에 익숙한 나로서는, 나중에 내 집을 마련하고 내 살림을 직접 꾸려나가게 되면 나는 <냉장고-다이어트>를 꼭 해내며 살아야지 다짐을 했더랬다.


그리고 때가 됐다.


되도록 냉장고 안은 40% 정도만 채워놓고 있다. 2~3일에 걸쳐 먹고 끝낼 수 있는 음식들과 반찬들이 그러하며, 보통은 즉석에서 먹고 치울 수 있는 요리들을 선호한다. 주말에 내가 직접 요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 그날 먹고 남은 요리가 있더라도, 다음날 남편이 혼자 해결해 끝낼 수 있도록 음식 양을 많이 하지 않는다.


(아니... 많이 할 수가 없다.

많이 할 만큼 뭐가 있지도 않아...)



사진출처: 본인 제공

   

냉동칸에는 만두나 치킨너겟 같은 냉동식품을 두지 않는다. 먹지도 않을뿐더러, 남편이나 내가 즐겨찾지도 않기 때문에 우리 냉동칸에는 냉동식품 대신 그저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타 먹기 위한 얼음과 여름철 간식 아이스크림이 주인공이다.


지금 냉동칸에는 우리 게장특강 때 엄마가 여유 있게 만들고 보내줘 1인분씩 소분한 게장들, 소고기 육수 한 병, 내가 비상식량으로 만들어 둔 스팸주먹밥, 연어스테이크 여분 정도가 더 있다.



사진출처: 본인 제공


내가 먼저 출근하는 평일 오전과 자리를 비우는 주말에 혹시나 남편이 집에서 혼자 냉장고 열어볼 일이 있을까 해서, 반찬통 용기마다 네임택을 붙여놨다. 물론 불투명한 용기는 뚜껑 열어 확인하면 되지만, 눈에 음식 이름이 들어와야 먹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한눈에 반찬들과 음식들이 들어오니, '이번주 내에 저걸 먹고 치워야겠다', '다음 주쯤이면 다 먹을 것 같으니 저거 또 갖고 와야겠다', '저걸 마저 먹고 통 비워서 뭘 담아놔야겠다' 등등 내 스스로에게도 냉장고 정리에 큰 도움을 준다.


전체의 40% 정도만 채우고 비우길 반복하는 요즘의 우리 집 냉장고가 나는 무척 마음에 든다. 시간이 더 오래 지나고, 식구라도 한 입 더 늘어난다면 지금의 이 패턴을 유지하긴 어려울 수 있겠지만 글쎄.


앞으로도 계속 노력은 해볼 예정! 불필요한 건 구입하지 않고, 딱 먹을 것만. 앞으로도 딱 먹을 것만 냉장고에 넣어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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