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 이슈
6주에 접어들었을 때, 감기가 유행이었다. 우리집에서는 아빠가 먼저 감기에 걸리더니, 엄마가 옮았고, 엄마와 함께 일 하는 나에게도 자연 수순으로 감기가 돌았다. 임산부는 약을 못 먹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감기엔 걸리지 않도록 하라고 엄마아빠가 시종일관 비상이었는데, 피할 수 없었다. 하필 이때 유행한 감기가 매우 독했다. 첨엔 으슬으슬 춥고 감기몸살 기운이 돌더니, 가벼운 기침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내 우려했던 열까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컨디션이 가장 안 좋던 날, 일찍 퇴근해 집에 와 몸져누운 나는 최대한 열을 내리려고 자연요법에 힘 썼다. 수건에 물을 묻혀서 이마, 얼굴, 목, 겨드랑이 등 몸 구석구석 수건을 끼워넣었다. 최근 몇 개월 전, 미국에서 트럼프가 타이레놀 관련해 망언을 날린 바람에, 임산부가 타이레놀을 먹으면 자폐아가 나온다는 썰이 한창 돌던 시점이었다. '아니래', '맞대', '그래도 타이레놀 조심하래', 등등의 온갖 썰이 더 해져서 찝찝하니 타이레놀 그래도 일단 최대한 먹지 말아보자 하던 참이었다. 그날 밤 나는 열이 38도 초반까지 올랐다. 늦은밤 퇴근한 남편까지 가세해 내 온몸의 열을 내리려고 애를 썼다. 열이 내려가려면 식은땀이 나야 하는데, 땀이 나오질 않았다. 끙끙 앓다가 남편이 애써준 덕에 새벽 무렵 열이 37도로 내려오는 것까지 확인했다.
한숨 자고 아침에 일어나 다시 체온계를 쟀다. 37.4도. 열이 전날 밤에 비해 많이 내려왔다. 고작 열이 1도 가량 떨어졌다고 상당히 살 것 같았다. 나는 출근하자마자 엄마랑 곧장 산부인과를 갔다. 태아가 괜찮은지 궁금해서, 그리고 의사에게 타이레놀에 대해 확실히 물어보고 싶었다. 산부인과에서 다시 측정한 체온은 36도. 열이 또 떨어졌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를 보니, 태아는 이전보다 더욱 우렁찬 심장소리를 들려주며 기특하게도 잘 뛰고 있었다. 전날 밤에 38도까지 고열이 나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의사에게 말씀드리자, 의사 말로는
38도까지는 괜찮다. 임산부에게 고열은 40도가 취약해 40도로 올랐을 땐 열이 5분만 지속돼도 태아에겐 치명적이다. 타이레놀 먹어도 무방하다. 임산부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약이 타이레놀이니, 다음엔 걱정 말고 또 아플 것 같으면 타이레놀을 미리 먹어두라, 그래서 열이 오르는 걸 방지해야 한다. 최근 트럼프가 말한 것 땜에 다들 혼란스러우신 것 같은데, 타이레놀은 임산부가 드셔도 무방한 비상약이다.
크게 안도된 마음으로 돌아온 날. 트럼프 망할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