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2일 차에 가족들에게 임밍아웃하다 보니, 금세 5주에 접어든다.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이 자꾸 묻는다.
"입덧 안 해?"
"입덧 올라오지 않아?"
"이제 슬슬 입덧할 때 됐겠다!"
아니. 나는 돌이켜보면 임신 초기부터 중기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입덧이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임신 20주 차다) 엄마도 옛날에 임신했을 때 입덧이 없었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엄마를 닮았나. 임신 출산 관련 앱으로는 빌리랑 마미톡을 설치해서 줄곧 들여다보는데, 내가 가장 자주 보는 곳은 아무래도 커뮤니티 쪽이다. 다른 산모들이 올리는 일상, 임신 관련 글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근데 거기 보다 보면, 다양한 증상이 참 많고 산모들마다 제각각 겪는 주차별 이벤트도 다양한데, 20주 차인 지금까지 나는 아무 이벤트도, 불편함도, 아픔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임신 4~9주쯤까지는 항상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저때까지만 해도 배가 나올 시기도 아니니, 말 안 하면 내가 임산부인 것도 아무도 모른다. '입덧이 있어야 애가 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는 산모들이 많은데, 그 말이 너무 이해가 갔다. 불편은 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임신을 하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 되는 증표이기도 하니. 입덧이 없는 나로서는 초음파 보러 병원 가는 날이 아닐 땐 항상 불안했었다. 유튜브는 어떻게 내 알고리즘을 알았는지 '계류유산' 키워드로 자꾸만 관련 영상들이 내 눈에 띄었고, 클릭을 안 할 수 없게 만들더라. 그래서 남편이 항상 나한테 그런 거 보지 말라고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유산에도 그렇게 종류가 몇 가지 있는지 이때 처음 알았다. 화학적 유산, 계류유산, 자연배출... 임신을 하면 당연히 모두가 배 불러서 출산까지 이어지는 줄로만 알았던 내가 얼마나 무지했던가. 내 주위 사람들 모두 아무 이상 없고 유산을 겪었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어쩌면 얘기를 안 할 걸 수도) 항상 임신 초기에는 덩달아 불안하고 조마조마했다. 그러다 병원에 가면 초음파에 콩알처럼 점으로 박혀있던 아기집에, 난황이 생기고, 나중에는 또 콩알 같은 애가 난황에 붙어있더니, 얼렐레 - 걔가 심장이 뛴다. 콩닥콩닥. 신기했다.
무증상 임산부는 밤에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임신하기 전과 똑같았다. 다만 신기한 점이 있다면 이거. 가끔 먹고 싶은 음식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떠오르고, 평상시 내가 잘 안 먹던 음식이 땡긴다.
'아 오늘은 라면에 김밥을 먹어야겠다. 김밥은 밖에서 파는 참치김밥으로 먹어야겠다'
<- 나는 원래 라면에 김밥을 같이 안 먹고, 밖에서 김밥을 사 먹는 일이 없다.
'전주식 콩나물 국밥이 먹고 싶은데 뜨끈뜨끈하게 국물에 밥 말아먹고 싶다'
<- 국밥은 남편이 좋아하지, 나는 평상시 별로 관심이 없다. 게다가 밥을 말아먹거나 비벼 먹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파는 싸구려 소시지에 육개장 컵라면을 같이 먹고 싶다'
<- 나는 면발 오동통한 너구리를 좋아하지, 면발 얇은 육개장은 왜 인기가 많은 대중적인 컵라면인지 이해 못 하는 사람이다.
'아주 어릴 때 엄마가 해줬던 햄이 들어간 스크램블이 먹고 싶다'
<- 초등학생 저학년 때 먹었던, 진짜 진짜 너무 옛날 어릴 때 먹었던 음식인데 뜬금없이 생각이 나서 엄마한테 부탁했었다.
이런 식이다. 임신하면 막 새벽에 자는 남편 깨워서 뭐 사와라, 뭐가 먹고 싶다 할 만큼 식욕이 폭발하거나 지금 당장 뭐 안 먹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욕구가 드는지 궁금했는데 그런 건 일절 없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항상 낮에 내가 알아서 잘 챙겨 먹었다.
아, 라면이나 짬뽕처럼 국수류가 항상 먹고 싶고 맵고 얼큰하고 자극적인 국물요리는 언제나 환영. 반대로 평소 없어서 못 먹는 해산물이 안 당긴다. 이런 것도 입덧이라면 입덧인 걸까.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