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인 걸 알고서 산부인과는 2군데를 번갈아 다녔다. 집 앞의 ㅇ산부인과, 직장 근처의 ㅅ산부인과. 집 앞의 ㅇ산부인과는 남편이 따라가고 싶어해서 두어 차례 다녔다. 그리고 지난 포스팅들처럼 급 방문이 필요할 때는 직장 바로 윗층에 있는 ㅅ산부인과를 갔다. 개인적으로 직장 근처의 ㅅ산부인과는 여의사쌤들이 세상 너무너무 친절하고 상냥하셔서 왜 이 병원은 분만까지 하지를 않는가... 아쉬울 정도.
집 앞의 ㅇ산부인과는 빌딩 하나를 다 쓰면서 제법 규모도 있는 편인데 동네사람들 위주로 진료를 보다 보니 항상 한적한 느낌. 다시 말하면 장사가 잘 안 되는 느낌. 그리고 의사쌤들 중에 유명한 의사쌤이 한 분 계셨는데, 남자 분이셨다. 리뷰도 많고, 명성도 있으신 것 같아서 남자 의사쌤이지만 난 상관없어서 그 분께 처음 예약을 하고서 줄곧 그 의사쌤에게 진료를 보았다. 문제는 남편이 남자 의사쌤을 탐탁치 않아함. (.....)
생각지 않게 갑자기 자연임신이 되는 바람에, 초기 산전검사도 ㅇ산부인과에서 받게 됐고, 초기에 질초음파를 보러 2번 다녀왔다. 그러다 7주에 접어들었을 때 오전 10시 진료를 예약하고 남편과 대기하고 있는데, 진료실 방문은 아까부터 계속 열려있는데 의사가 자리에 없었다. 10시 20분 가까이 시간이 지나고 있을 무렵, 병원이 그닥 바쁘지도,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닌데 왜 예약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의사가 오질 않는건지, 남편과 나는 슬슬 열이 오르던 참이었다. 그러다 의사쌤이 여유있게 밖에서 들어오시는데, 한 쪽 손에 담배곽이 들려 있었다. 이건 남편은 못 보고 나만 봤다.
7주차라 초기 산전검사 결과도 듣고, 질초음파를 보고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있는데 의사쌤은 90년생인 나에게 35세 이상의 노산이니 니프티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안 그래도, 남편과 니프티는 할 거라 생각하고 있던 나는 니프티는 10주 이상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 여쭤봤더니 8주부터 해도 된다고 하셨다. 그래요? 내가 8주는 너무 이른 거 아니냐고 다시 여쭤보니, 빠르게 검사를 하고 이상 있으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요즘은 8주부터도 다 니프티를 한다고 하셨다. 흠... 내가 자주 눈팅하는 마미톡 커뮤니티에도 니프티를 8주에 한다는 말은 본 적이 없는데. 일단 알겠다고 하고 그날의 진료를 마쳤다. 데스크 직원이 바로 다음주 니프티 일정을 언제로 하면 좋을지 나에게 물어봤다. 대충 아무 날짜나 말하고 집에 왔다.
그리고 남편에게 아까 내가 본 담배곽부터 시작해서 니프티를 너무 빨리 한다, 다들 10주 이상 됐을 때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괜히 빨리 했다가 태아의 dna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어차피 재검사를 해야 한다, 니프티가 60만원 이상 비용이 비싼데 그걸 노리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얘기했더니 남편은 안 그래도 그 의사 별로 맘에 안 들었는데 바로 다음 진료부터 병원을 옮기자고 학을 뗐다.
그래서 나는 다음 진료부터는 바로 분만병원으로 옮겼다. 어차피 내년 출산을 앞두고 친정집 근처로 이사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9주부터는 분당차병원을 다녔다. 분당차병원에서는 정확히 12주에 니프티를 했다. 결과는 저위험군.
episode,
집 앞의 ㅇ산부인과에서는 확실히 고객 한 명, 한 명이 소중했던 모양이다. 내가 분당차병원으로 옮기고서, 초기 산전검사 결과지를 받아오려고 한 번 더 다녀간 적이 있다. 오랜만에 내가 방문하자, 어떻게 소식을 전해들었는지 내가 진료를 받곤 했던 남자 의사쌤이 급 로비에까지 뛰어나오셔서 어디 병원으로 옮겼냐, 출산예정일이 언제냐, 검사는 잘 받고 있냐 갑자기 시시콜콜 세세하게 챙겨주시며 이것 저것 물어보셨다. 아니 내가 그 병원에 뭐 수개월 다닌 고객도 아니고, 나 딱 2번밖에 안 가본 사람인데... 분당차병원으로 다닌다고 하니 본인 후배 중에 누구 의사가 거기 있는데 추천까지 해주시며... 보통 산모들이 분만 직전까지도 다니다가, 딱 분만하기 전에 분만병원으로 옮기는데~ 그래도 됐었는데~ 병원을 굳이 일찍 옮기셨다는 말까지 해주셨다. 그러면서 비상 시 급할 땐 언제든지 다시 들르시라며.
아 예... 네네... 분만병원으로 미리 미리 옮기면 기록이 쌓이니까 저한테는 더 좋겠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