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가운데 반 가르마를 타서 양 옆으로 젤을 발라 한올의 흐트러짐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헤어스타일. 곧고 반듯한 이마 아래로 수려하게 뻗은 짙은 일자 눈썹과 그 아래로 반짝이는 두 눈동자. 그를 보자마자 배우 히스 레저의 어린 버전, 좀 더 부드러운 버전으로 바꿔보자면 조셉 고든 레빗과 겹쳐 보였다.
이 젊은 친구는 두 명의 또래 친구들과 커피를 마셨다. 한 명은 보드라운 하얀 스웨터에 검은색 진을, 다른 한 명은 리바이스 광고 모델이라고 여겨질 만한 마른 몸매에 잘 어울리는 청량하고도 빈티지한 느낌의 청자켓을 입고 있었다.
이들 셋이 동시에 들어와 내 주변을 에워쌓을 때 나는 한창 집중해서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을 읽고 있었다.
이 곳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단단하고 견고한 커피 바가 길이 약 4-5미터, 폭 70cm 정도로 놓여있고 그 앞으로 네 개의 스툴만이 있는 협소한 공간이다. 그들이 나를 둘러싼 건 이 비좁은 공간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밝고 경쾌하게 울리는, 아직은 십 대를 벗지 못한 목소리 톤은 결국 내가 그들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올려다본 그 순간, 이제 나랑은 더 이상 상관없는 남자들이란 걸 느꼈다.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건 카페 실베스트레의 검은 눈동자를 가진 30대 중후반 혹은 그 이상의 남자들 뿐이다.
그런 생각이 오가는 중에도 나는 내게 주어진 먼 미래를 떠올렸다. 만약 내가 나중에 둘째 아이를 가진다면 그 아이의 성별은 남자일 것이며 그렇다면 그 아이의 머리는 저렇게 정중앙에 가르마를 타서 젤로 넘겨줄 거라는 엉뚱한 생각.
학창 시절, 아니 무려 20대 중반까지도 상당히 수줍었던 나는 이제는 이런 청년들 사이에 놓여 있어도 더 이상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사실은 나를 안도시켰지만 동시에 약간의 허망함을 안겼다. 내 아들이었으면 어땠을까 여겼던 그와 잠깐 눈을 마주쳤을 때 황급히 시선을 피한 건 본능이었다. 그가 지금 이 순간 눈부시게 발하는, 눈부신 젊음에 대한 반사 본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