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듯 냉소적인 적극적이지 않은 욕망 덩어리 작가
책을 다 읽고 과연 누가 주인공인가 라고 생각을 해보니, 당연히 요셉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주인공들이 나와서 누가 주인공인지 몰랐다.
더불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중반까지는 당최 몰랐다.
급하게 소설을 다 읽고 난 느낌과 생각들을 정리하자면,
아 작가들은 정말 디테일하게 생각하는구나. 어느 것 하나 그냥 흘려버리는 경우가 없구나.
어쩌면 섬세한 거고 어쩌면 너무 심각한 거고, 소심하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굉장히 냉소적이면서 세상에 대해서 남다른 비판적 시간도 갖고 있구나.
이는 책 속 주인공 요셉이 그렇다는 것이지만, 실제 다른 작가들도 역시 그러할 것 같다.
아는 게 많고 그걸 남다른 글로 써 내려가야 하니깐 그 정도는 해야겠지.
작가의 삶이란 좀 남다르구나 라는 것을 느꼈고,
요셉은 회의적이고 의욕 없어 보이고 시크하지만 그럼에도 맞는 말 잘하고,
평범하지 않아서 매력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 역시도 종종 만나고 싶은 사람일 것 같았다.
요셉 말고 또 다른 주인공으로 류를 뽑을 수밖에 없는데,
류는 정체는 잘 모르겠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정작 류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른다.
어머니가 겪었을 분노 또는 체념의 삶,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아버지.
그리고 그 둘의 성향을 그대로 가진 류
마지막에서야 류와 요셉이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나온다. 물론 헤어지게 된 이유도 나오지만..
그래서 둘은 잘 만났고, 또한 잘 헤어졌다고 생각한다.
요셉이 말하듯 영원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속편이 있다면, 류와 요셉의 뜨거웠던 또는 즐거웠던 생활들을 알아보고 싶다.
지금은 너무 건조하고 아쉬운 그런 장면들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요셉과 류 말고도 다른 인물들이 많이 떠오른다
이안, 도경, 이채 특히 생각이 난다.
이안은 이안스러웠고, 도경도 도경스러웠다. 이채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하나 답답하거나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싫어할만하지 않다.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말한다. 다 이해가 된다. 물론 안타깝고, 한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내가 어찌 그들 중 누구 하나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는데 잘 읽었다는 생각을 했다.
실용서는 다짐을 하게 하고 깨달음을 주어서 더 나은 삶을 살라고 말해준다.
그에 반해 소설은 책과 함께 동화가 된다.
책 속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고, 공감을 하며,
내 경험과 상상이 동원 되어 감정을 바람을 일으킨다.
너무나도 실용서 중심으로 편중되어있는 내 독서습관에 역시 소설은 자극을 준다.
어쩌면 은희경 정도 되는 작가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이라서 밑줄을 치고 싶지 않았음에도 여러 부분에서 밑줄을 쳤다. 삶의 인사이트 있는 말들이 많았다.
앞으로 내가 읽을 책의 1/4는 소설로 채워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간만의 소설, 다양한 등장인물과의 공감과 이해,
저자의 비판적 인사이트 이런 것들이 다소, 냉소적인 느낌이 이 소설을 값지게 해 주었다.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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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책을 읽은 것보다 2배 이상 좋았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작가의 글에 논리가 없다는 사람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사람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등등 홍상수의 영화와 비슷한 전개나 묘사로 인해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많았고
작가의 논리적이거나 꼼꼼하지 못한 내용들이 일부 이성파에 의해서 많이 까임을 당했다.
그럼에도 너무 좋았다고, 공감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역시 독서모임, 토론에는 소설이 더 적합한 것 같기도 하다.
공교롭게 독서모임 바로 전날 홍상수 영화(풀잎들)를 처음 봤는데,
처음에는 심각하게 고민하며 봤는데, 이 소설을 기분 좋게 읽은 사람들처럼
영화도 너무나도 즐겁게 즐긴 친구들이 있는 걸 보니
나는 아직 더 배우고 느껴야 하는 영역이 많은 것 같다. 이리저리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