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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Sep 29. 2024

5. 등교거부

있을 수 없는 일

처음 조퇴한 날이 며칠 지나고 주말을 보낸 피곤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나와 유치원으로 출근하여 내 책상에서 간단히 싸 온 아침을 먹고, 가방을 메고 신발까지 신고 유치원 문을 나서던 딸아이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학교 가기 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기에 좀 당황했지만, 잘 달래어 보내려 했으나 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8시 30분에 아이가 등교하면 바로 교사들하고 아침 회의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나를 붙잡고 투정 부리고 있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아이들을 데리고 내 직장에 출퇴근을 하면서 공과 사가 얽혀있는 상황이 너무 지쳐 있었고, 남편은 홀몸으로 회사에 나간다는 사실과 나만 육아와 일을 다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억울해하며 남편과도 많이 다투던 시기였다. 내 일터에서 만큼은 아이들 다 떼고 온전히 나로서만 지내고 싶은 소망이 간절하던 때였다.

아침 회의 시간이 다 되어 교사들은 모두 모여있는데,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으니 

내 인내심은 바닥이 되어 아이를 혼내기 시작했다.


내가 근무하던 유치원은 교회 부설 유치원이었고 유치원 바로 옆에 교회가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친한 

사모님이 자초지종을 들으시고 본인이 딸을 하루 데리고 있겠다고 하셨다.

사모님에게는 우리 딸보다 한 살 어린 딸이 있었는데 교회에서 언니 동생으로 지내며 둘이 친했다.

사모님 딸이 아침에 열이 조금 나서 학교를 하루 쉬게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그 길에 딸아이도 같이 데리고 가서 둘이 놀게 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정말 정말 그런 구세주는 없었다.

나는 유치원에 멋지게 차려입고 명품가방을 들고 오는 워킹맘 엄마들보다 아이를 데리러 와주시는 할머니가 있는 워킹맘들이 더 부러웠다. 그래서 그렇게 할머니들을 붙잡고 이야기하며 부러움을 표현했었다.

할머니들은 때론 본인의 딸이자 며느리인 아이의 엄마들의 흉을 내게 보시기도 했으나 나는 그것마저도 부러웠다.


누가 아이를 봐준다고 하는 건 내게는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지고 귀한 일이었기에 염치도 없이 냉큼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사모님 편에 딸아이를 보냈다.

그때는 학교를 가고 못 가고 보다..

딸을 누군가 봐주고 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중간중간 사모님이 딸아이가 잘 놀고 있다고 보내주신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가 월요일이라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랬겠지..

오히려 다행이다.

오늘 하루 푹 쉬고 놀고 나며 내일은 씩씩하게 학교에 갈 수 있을 거야.

때마침 사모님이 짠 나타나 주시고..

너무 감사한 일이야..


라고 생각하며 나는 내 자리를 지키고 앉아 모든 것이 다시 돌아가고 있음을 확신했다.

냥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믿고 지키려고 했던 그 시간이 그저 내 세상만의 시선이었음을 또 나중이 되어 알게 된 수많은 사실 중 하나였다.

오후가 되어 사모님은 아이를 데려다주셨고, 기분이 좋아진 딸과 나는 맘 편히 퇴근했다.

다음 날부터 길고 긴 전쟁이 시작되는 첫날 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 엄마의 생각하는 의자 ◆

    : 내가 믿고 지키고 싶은 아이의 세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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