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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Apr 07. 2023

여유롭진 않아도 사랑 많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타인의 방법이 아닌 우리만의 방법을 찾기



"우리가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울 여력이 될까"


우리 부부는 임신 사실을 알기 며칠 전까지 우리 형편상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남편이나 나나 부모님이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었고 이때까지 살면서 대학등록금, 생활비, 공시 준비까지 나는 스무 살 이후로 부모님께 손을 벌린 적 없이 스스로 벌어 살았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살지 않은 것도 아니고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나름 스스로의 몫을 해가며 살아왔지만 나나 남편이나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 우리에게 깜짝으로 찾아온 아기 소식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임신 사실을 듣고 나는 남편에게 '우리가 키울 수 있을까'를 물었다. 그건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느냐의 문제보다는 우리 형편에 아이를 키울 수 있어?라는 질문에 가까웠다.


남편도 그 뜻을 알았지만 꽤 당차게 '잘 키울 수 있지'라고 대답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어도 남편이 그렇게 대답해 주니 그냥 안심이 되고 고마웠다.

나의 물음에 남편이 조금이라도 '우리가 어떻게 애를 키워.'라든가, 임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반응했다면 경제적인 여건이 어떻든 아이를 보낼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은 아이를 갖고 싶었어"


누군가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불임이라거나 여러 이유로 아이를 못 갖는 경우도 있고 렵고 힘든 시험관몇 번을 하고 겨우 아이를 가진 분들도 있다.

그렇기에 연이어도 우리에게 기적같이 온 아기를 저버린다는 건 그분들께 또 다른 절망을 주는 일이며 우리실수로 아이가 생겼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금 우리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이유' 단지 그 하나만으로 축복처럼 온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런 이유로 생명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컸다.


현실적인 상황과는 반대로 나와 남편은 임신하고 내심 너무 기뻤다. 우리가 딩크족으로 살자는 얘기를 한 게 무색할 만큼 사실은 우리 둘 다 아기를 너무 좋아했다. 서로의 상황 때문에 쉽게 아이를 갖자고 말을 못 했던 것뿐, 사실은 우리 둘 다 서로를 닮은 아이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아기를, 인생을 살면서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기를 낳아 기른다는, 경험하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감정과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안겨 줄 아기를 경제적인 이유 하나 때문에 포기한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나와 남편, 우리 아기의 인생인데 세상 사람들, 타인의 기준으로 우리의 선택을 재단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지 않은가. 그들이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니까.




"주변의 좋은 지인들의 긍정 영향 덕분"


우리 주변의 아이 셋, 최소 아이 1명 이상 키우시는 육아 선배 부부들이 꽤 많다. 우리 부모님 세대랑은 당연히 다른 요즘 시대지만 우리가 아기를 좋아하고 현실적인 문제보다 우리의 육아 가치관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좀 더 생각하는 것엔 현재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선배 부부들의 영향이 컸다.


그분들이 전부 다 경제적 상황이 받쳐주고 집이 여유로워서 아이를 가진 것은 아니다. 지금의 우리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부터 시작하신 분들도 꽤 있으시다. 그럼에도 현재도 너무 멋있고 존경스럽게 육아를 잘하고 계시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잘 사신다.


물론 다들 나름의 고충과 시련이 있지만 그런 인생의 풍파도 부부가 같이 이겨내면서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다. 우리와 친한 부부 지인분들 중엔 이혼 가정도 없을 만큼 배우고 싶을 만큼 긍정적인 기운을 심어주시는 분들이 다수다.


사업 실패로 빚도 지고 정말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지나 딸 한 명을 누구보다 멋지게 키우시고 정말 화목한 가정을 이루신 지인 분을 만난 적이 있었다. 이제 막 부모가 되려는 우리의 불안함과 걱정을 듣고 그분이 하신 조언은 딱 하나였다. '사랑'

본인 역시 아이를 키우며 시련과 풍파가 많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 최고는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에게 뭔가를 더 해줘야겠다는 생각보다 그저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고 믿어 주고 안아 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 지금의 딸을 만들었던 거름이었다고, 그렇기에 지금도 딸과 친구처럼 친하고 화목하게 잘 지내는 것 같다고 해주셨다.


그분의 얘기를 들으며 명쾌한 해답을 얻은 것 같으면서도 고민이 많아졌다.

물론 우리의 가치관이 세상의 기준과는 다를 수 있고 누군가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와 남편 둘 다 우리는 아이한테 누구보다 부족하지 않은 사랑을 줄 것임을 다짐했다.


아이에게 더 많은 것들을 사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추억과 경험을 함께하는 엄마 아빠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너무 낭만적이라 생각할지라도 우리 아이가 부모의 충만한 사랑을 받아서 인생을 긍정적으로, 자존감 충만하면서도 밝고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더 열심히 인생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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