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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Jan 04. 2017

서울 북촌
이태준 문학이 숨쉬는 북촌 나들이

청소년 인문교양 매거진 <유레카>(2016년 10월 발행) 

북촌과 성북동 지역을 돌아본 것은 이태준 작가의 소설을 읽고 난 후였다. 

기행하는 내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소설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북촌 가회동과 성북동 자락은 산 아래 언덕을 형성하고 있다. 언덕을 따라 굽이굽이 조성된 골목은 서울의 옛 풍경을 더듬기 충분하다. 또 작가 이태준을 떠올리기에 적당히 여유롭다. 이태준이 가담한 1930년대 당시 모더니즘 작가들의 작품 속 배경이었던 서울. 전통과 현대가 본격적인 탈바꿈을 할 그 무렵, 그들은 왜 서울이라는 공간을 택했을까?


소설 속 기억을 더듬어 북촌을 찾다

조선왕조 궁궐 사이에 위치한 한옥마을 북촌. 도심에서 살짝 비켜나 펼쳐지는 한옥 골목길은 이질적인 느낌을 풍기면서도 제법 현대식 건물들과 멋스럽게 어울린다. 북촌의 옛날 모습은 어땠을까? 이태준의 소설 <복덕방>을 살펴보자.


“처음에는 겨우 굶지 않을 만한 수입이었으나 대정 팔구 년 이후로는 시골 부자들이 세금에 몰려, 혹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서울로만 몰려들고, 그런데다 돈은 흔해져서 관철동·다옥정 가은 중앙 지대에는 그리 고옥만 아니면 만 원대를 예사로 훌훌 넘었다. 그 판에 봄가을로 어떤 달에는 삼사백 원 수입이 있어, 그러기를 몇 해를 지나 가회동에 수십 칸 집을 세웠고 또 몇 해 지나지 않아서는 창동 근처에 땅을 장만하기 시작하였다.”


소설에는 한창 서울에 가옥들이 들어설 무렵, 그러니까 가옥 중개업이 발달하고 도시로 몰려든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한 한옥이 북촌에 생겨나는 시기의 가회동이 등장한다. 틈도 없이 골목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한옥들은 말하자면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인 셈이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소설 한 구절을 읽는 것으로 오늘 기행을 마무리한다. 문득 차 향보다 진한 건 소설 속 인물들이 간직한 따뜻한 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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