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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소호 Dec 03. 2023

유쾌한 룬티치 씨

"진짜 그래,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유머도 있고 유쾌하다니까!"

룬티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큰 딸이 덩달아 신나 한다. 다국적 아이들과 부대끼며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의 말이니 덮어 놓고 맞는 말 같다.


룬티치 할머니는 크로아티아 출신이다.

"치치치치 붐붐붐, 도브로."

룬티치 할머니가 낼 수 있는 소리는 서너 가지밖에 없다.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되면서 말도 못 하게 되셨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분이다.


한 번은 저녁을 먹고 모두 방으로 옮겨드릴 때였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서 체력은 거의 방전되었다. 나는 세면대 앞에서 티치 할머니의 틀니를 받아 들고 기계적인 칫솔질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할머니가 나를 툭툭 치며 불렀다. 얼굴을 돌려 보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 이것 좀 봐봐.' 하듯이 헤벌쭉 웃으셨다. '?', '!'


나는 룬티치 할머니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너무 크게 웃은 것 같기도 하다. 이빨 빠진 모습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웃으면 안 되는 안쓰러움이나 민망함 같은 것이 싹 달아나며, 룬티치 할머니도 웃고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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