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앞에 앉아있는 드완 씨가 아까부터 뭐라고 중얼중얼하신다. 가까이 가보니,
"우리 부인이 죽었어?"라며 걱정이 한가득이다.
"아니요, 감기 걸리셨대요. 그래서 오늘은 못 오신대요. 며칠 있다가 오실 거예요."
마침 일하기 전에 메모를 읽어 놓아 다행이었다.
드완 씨의 부인은 매일 이곳에 오신다. 오후 간식 시간에 오셔서 매일 남편 휠체어를 밀고 산책을 다녀오신다. 드완 씨는 움직임도 많이 불편하고 식사도 도와 드려야 한다. 짧은 대화만 겨우 가능하고 침도 자주 흘리시는데, 들리는 소문에 젊을 때는 시장까지 하셨다고 한다. 어느 도시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드완 씨를 보다가, 드완 씨 부인이 나타나면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신뢰가 생긴다. 나이가 들어 백발인데도 우아한 분위기가 풍기는 분이었다.
나는 드완 씨가 모를 줄 알았다. 부인이 오는지 안 오는지, 어제인지 오늘인지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걱정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부인이 죽은 게 아닌가 하는. 나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씀드렸다. 부인이 감기에 들어서 못 오신다고, 다 나으면 오실 거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나한테 희망을 좀 줘."라고 하신다. 속으로 많이 당황했다. 이제 나으면 아프지 않을 거라는 말도 할 수 없고, 좋아지면 집에 가실 거라는 말도 할 수 없다.
기댈 곳은 천국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천국에 가실 거라는 소리는 더더욱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냥 아무 소리나 했다. 며칠 전에 본 무지개 이야기를 했다. 알고 보니 11월에 뜨는 무지개는 너무 흔한 건데도, 엄청 진귀한 걸 본 듯이 완벽한 무지개를 봤다고 했다. 그래서 그게 무슨 희망인지는 알 수없었지만, 다행히 드완 씨가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