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소호 Dec 30. 2023

라만치 씨의 구두주걱

아침 7시, 라만치 씨를 깨우러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침대가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고 방은 텅 비어있었다.

'어, 어디 가셨지?'

라만치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복도로 나와보니 저 끝에서 라만치 할머니가 보행 보조기를 밀며 들어오신다. 겨울 점퍼도 야무지게 입으시고 아침부터 어딜 다녀오시나 궁금했다. 라만치 씨는 나를 보자 기다란 구두주걱을 흔들어 보이신다.

"내가 이 구두주걱 때문에 밤새 한숨도 못 잤어."

라만치 할머니는 어제부터 없어진 구두주걱 때문에 속이 상하셨다. 기다란 구두주걱은 무척 쓸모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침대 밑이나 탁자 밑에 떨어진 작은 물건을 찾을 때, 허리를 굽히기 힘든 할머니는 구두 주걱을 요긴하게 사용하셨다. 그런데 웬일인지 구두주걱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어제저녁 밤이 다 되어서 라만치 씨는 창문을 열고 작은 담요를 털고 계셨다고 한다. 그때 바닥에 떨어져 있는 구두주걱을 발견하셨다. 드디어 어떻게 구두주걱이 사라졌었는지 알게 되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 구두 주걱을 날이 밝으면 주으러 나가야지 하다가 밤새 잠을 못 주무셨다는 것이다.


라만치 할머니가 다시 찾은 구두주걱 때문에 신이 나셨다. 탁자 밑에 떨어진 수건을 어떻게 집어 올리는지 보여 주시는데, 정말 설득력이 있었다.

잠은 못 주무셨지만 힘이 나시니 기분 좋은 아침이다.

이전 09화 잘 가요, 베로니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