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이냐고요?"
나도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으려고 우스꽝스럽게 어깨동무를 해 보였다. 위층에서 일하던 동료가 베로니카를 보러 오자 아놀드가 웃으면서 농담을 했다. 요양사 세 명이 찾아와 아내를 돌봐주니 아마도 고맙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베로니카의 작은 방이 꽉 찼다. 남편인 아놀드, 요양원 친구인 히스 할머니, 요양사 동료 두 명과 나까지 모두 다섯이었다. 본래 유쾌한 인상의 아놀드는 줄곧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막 모르핀 주사를 맞고 있던 참이다. 모르핀 주사를 맞는 것을 보니 하루가 채 남지 않았구나 싶었다.
어제오늘 베로니카를 보러 가족들이 많이 다녀갔다. 베로니카가 다복한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베로니카는 심한 치매 환자였는데 늘 엄마아빠를 찾았다. 그래서였는지 이렇게 가족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가 힘들었다. 베로니카는 유독 반짝거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온통 흐려진 머릿속과는 정반대로 파란 눈동자가 맑은 구슬처럼 투명했었다.
잘 가요, 베로니카.
베로니카는 크리스마스에 우리 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