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방이 검게 물들었다. 모퉁이 한 구석의 아주 작은 표면에 자리를 잡은 검은 곰팡이는 눈치챌 새도 없이 한껏 기지개를 켜며 영역을 넓혀갔다.
처음엔 그저 작은 점에 불과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큰 오산이었음을 깨닫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은 점은 사실 시간이란 아이를 양분으로 하는 피식자였고, 해가 지고 달이 뜰 때마다 포식 행위가 이어졌다.
시간을 집어삼키며 자라난 작은 곰팡이는 어느덧 벽 한쪽을 가득 채울 정도에 이르렀다. 그제야 가슴이 저릿했다. 눈가가 알싸하게 매웠고 눈 밑에서부터 뜨거운 뭔가가 조금씩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호흡이 가빠졌으며 두 다리로 오롯이 몸을 지탱하고 서 있을 수 없었다.
쓰러지듯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와중에도 곰팡이는 자신의 검은 세를 불려 나갔다. 이제 그 속도는 굳이 눈을 찌푸리며 살펴보는 수고를 들이지 않더라도 알아차릴 정도로 빨라졌다. 점점 빨라졌다. 두 번째 벽마저 검게 물드는 동안 그저 무력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눈을 감았다. 그러자 칠흑 같은 어둠이 눈앞을 뒤덮었다. 가슴은 여전히 갑갑했고 온 몸은 어딘가에 꽁꽁 묶인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초를 가만히 있다가 다시 눈을 떴다. 모든 것이 깜깜했다. 검은 곰팡이는 이제 작은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눈을 떴다가 감기를 수차례 반복해도 눈앞은 검은 곰팡이 뿐이었다. 호흡이 가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