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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Oct 09. 2024

꽃 한 송이

정리된 마음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꽃을 한 송이씩, 두 송이 샀다. 포장을 예쁘게 해 주셨다. 두 번 감싸고 또 리본도 매어 주셨다. 얼마예요? 하고 물었는데 8천원이라고 하셨다. 팔천원, 팔 천원. 난..  만 팔천원이라도 사려고 했는데. 예쁜 생화 두 송이가 팔천원이라니. 나는, 이 날 하루 종일 팔천원을 읊조렸다. 




그림 수업의 적정한 수강료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말이야. 꽃 두 송이의 가격이 10년 전과 같다니. 세상에. 30년간 미술학원을 하신 나의 첫 선생님께 찾아가 지혜를 구했다. 어 내 수강료 얼마. 근데 17년 동안 취미로 쭉 다니는 분 계셔. 광고 안 하고. 입소문이고. 이 날 나는 머리에 총을 두 번 맞았다.



선생님도 10년 전이랑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주 5회 미대입시 수업을 하는 반 조차 가격이 비슷해. 응, 뭐. 너는 부양해야 할 아이들이 있으니까 나랑은 좀 다르긴 하겠지. 수업도 다르잖아. 하셨지만 배운 대로 간다고, 내 스승은 하나같이 다 청렴했고.




그리고 이 날 나에게 꽃을 받았던 다른 분께서 선생님.. 수업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수강생이 있어요? 에. 총을 맞은 것 같았다. 어? 그러게. 나 정말 감사하네. 도와주시는 분도 정말 많아. 내가 수업할 동네에서 가게를 하는 친구가 포스터를 붙여 주기로 했고 수업을 하는 공간은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허가해 주셨구.



갓생이네.










선생님, 저 생긴 건 이렇게 쫌, 응. 새침하긴 하지만 아시다시피 본성이 장사꾼이 못 돼요. 누구 닮아서. 다 퍼줘. ㅋㅋ 스읍, 나. 안될 거 같은데? 야. 받을 만큼은 받아야지. 받을 건 받고 해. 역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애초에 그림 수업을 왜 하려고 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고 수강료에 대한 답이 명확해졌다.



결론 :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와주시는 한 분, 한 분들에게 최선을 다 해야지. 그리고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 하셨어. 무슨 의미인 줄 알겠다. 그래. 힘을 좀 빼자. 그리고 그들을 믿자. 그림 수업. 너무 긴장하지 말자.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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