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잘 진행되고 있어요. 상대측은 재판 전날 오후 4시에 준비서면을 마치 대단한 전략인 것처럼 제출하고 있습니다. 뭐.. 마감 직전에 리포트 중구난방으로 써온 학생이 예뻐 보이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가사조사를 잘 받고 왔고 덕분에 사전처분이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온것 같아, 기념하여 글을 올립니다.
물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와중에 자기가 사지도 않고(물론 제가 샀죠) 청소하기 싫다며 늘 없애려던 휴지통과 다이소에서 제가 산 바가지를 절도해 갔다며 저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참고인 여비를 지급받고, 경찰분께 남자를 잘못 만났다 하니 "그건 사고예요"라는 위로를 들은 것으로 보아.. 제가 처벌받지는 않을 듯합니다.
3월 21일. 내 생일이었고
3월 14일, 화이트데이쯤 집으로 난생처음 받아보는 택배가 도착했다.
받는 사람에 전남편 될 놈 이름. 호텔에 가면 있을 법 한 비싼 바디로션이었다.
뜯어서, 잘 보이게 조리대 위에 두었다. 니 거 왔다고.
뭐... 사실 전혀 남자 택배처럼 보이지 않기는 했다.
그런데 며칠 동안 그 바디로션이 놓았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 기다리다
" 내 거야? "
그에게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입은 웃을 듯, 눈은 울 듯. 세상 희한한 표정을 지었다.
몇 번을 물어도 입을 꾹 다물고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8년간의 결혼생활 내내
한 번도 향수, 바디로션 등을 선물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응, 요즘 자꾸 집 나가고 미안해서 내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