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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Aug 25. 2024

 오배송

번외 2) 선물을 다 주네.




재판은 잘 진행되고 있어요. 상대측은 재판 전날 오후 4시에 준비서면을 마치 대단한 전략인 것처럼 제출하고 있습니다. 뭐.. 마감 직전에 리포트 중구난방으로 써온 학생이 예뻐 보이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와중에 자기가 사지도 않고(물론 제가 샀죠) 청소하기 싫다며 늘 없애려던 휴지통과 다이소에서 제가 산 바가지를 절도해 갔다며 저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참고인 여비를 지급받고, 경찰분께 남자를 잘못 만났다 하니 "그건 사고예요"라는 위로를 들은 것으로 보아.. 제가 처벌받지는 않을 듯합니다.
























3월 21일. 내 생일이었고

3월 14일, 화이트데이쯤 집으로 난생처음 받아보는 택배가 도착했다.

받는 사람에 전남편 될 놈 이름. 호텔에 가면 있을 법 한 비싼 바디로션이었다.


뜯어서, 잘 보이게 조리대 위에 두었다. 니 거 왔다고.

뭐... 사실 전혀 남자 택배처럼 보이지 않기는 했다.

그런데 며칠 동안 그 바디로션이 놓았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 기다리다

" 내 거야? "

그에게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입은 웃을 듯, 눈은 울 듯. 세상 희한한 표정을 지었다.

몇 번을 물어도 입을 꾹 다물고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8년간의 결혼생활 내내

한 번도 향수, 바디로션 등을 선물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응, 요즘 자꾸 집 나가고 미안해서 내 건가 보다.

고맙다 이야기하고 박스가 이쁘다며 잘라 책갈피로 만들기까지 했었다.












아, 이 천하에 병신 같은 년.



그년한테 보냈어야 했는데

그게 집으로 잘못 배송됐을 뿐인데.

책갈피까지 만들었니. 멍청한 년.



도대체가 남자가 쓸 물건이 아니고

8년 동안 한 적 없는 짓이니 생각해 보면 진짜 이상하긴 했다.

왜 나는 의심하지 않았을까. 대답을, 차마 못 한 거겠지.











참.. 대단하다.

3살 4살 애랑, 성인 한 명 생활비로

한 달에 단돈 50만 원 보내면서

지 인생 즐기려고 새 차도 뽑으시고



상간녀랑은 한 끼 식사에 16만 원 쓰고

하룻밤 묵을 숙소에 20만 원에다가

도대체 얼마짜리 선물을 주는 거니.

내가 이거만 봤겠니.



그러면서 왜, 대체 왜

양육권은 달라고 하는 거야?

애가 39도라 축 처져도 상간녀 보러 가고

10일 만에 애들 봐도 상간녀 보러 갔던 새끼가?



의견 좀 주세요?

1. 다 까발려지고 나서 돌이킬 수 없게 되니 정신을 차렸다

2. 대외적으로 더 나쁜 놈이 되면 안 되니까 양육권을 원하는 척한다

3. 그냥 돈 주기 싫고 애들은 지 소유물 취급하는 순도 백퍼 미친놈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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