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짝사랑할 때 유의할 점


짝사랑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기브 앤 테이크, 내가 좋아하는 사실 정도는 상대방이 알게 만들어야죠. -김달, 쓰레기처럼 사랑해라 중-
 
 
얼마 전 티비 프로그램에서 각국의 외국인들이 나와 자기나라의 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문화의 차이는 늘 흥미로운 주제인지라 열심히 시청하다가 작은 문화적 충격을 느낀 대목이 있었다. 바로 자기 나라의 경우 짝사랑은 스토킹의 다른 이름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쪽 나라에서는 짝사랑이란 안타깝고도 슬픈 사랑의 다름 이름인데 저쪽에서는 무시무시한 스토킹으로 불리다니. 사랑의 형태를 규정하는 방식은 사람이 존재하는 수만큼이나 다양하기에 사랑에 대해 그 나라가 엄격한 건지 우리나라가 관대한 것인지 싸울 필요는 없겠지만 문화의 차이에 따라 짝사랑이 순애보가 될 수도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꽤 생각해볼 만한 문제 같다.
 
짝사랑, 일방적으로 하는 사랑.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 간직하되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않는 상태. 사랑을 고백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마다 많겠지만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거절당하고 기분 나쁘지 않을 사람은 없으니까. 또 하나는 고백함으로써 고백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잃는 것이 많은 경우 때문이다. 온 마음으로 사랑했고, 고백했고, 그리고 거절당했을 때……얻은 것은 상처요, 잃은 것은 내 전부다. 그/그녀만을 위해 뛰는 심장, 언젠가는 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시간들이 나의 무모한 고백과 동시에 날아가 버리고 만다면 누가 쉽게 고백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한 번쯤 입장을 바꿔 내가 짝사랑을 당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긴 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하겠지만 문제는 어떠한 방식으로 짝사랑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이다. 짝사랑은 그 주체의 자리를 누가 차지하고 있으냐에 따라 같은 행위도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부끄러워) 안 되기에 나는 숨어서 그/녀를 바라보거나 때때로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걸 찍는 척하며 그/녀의 사진을 찍기도 한다.(좋게 말해 직찍이지만, 그건 사실 도촬이다). 혹시나 그/녀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누군지 밝히지 않은 채 그/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책상 위에 몰래 가져다 놓는다.(그런데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은 함부로 먹지 말라는 교육을 어렸을 적부터 수없이 받아왔다) 동선이 겹칠 수 없는 곳에서도 나와 계속 마주치는 횟수가 많아지자 여긴 무슨 일로 왔냐고 그/그녀가 물어보면 멋쩍게 웃으며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라고 말한다.(하지만 옛날 으르신도 우연도 세 번이 반복되면 그건 인연이라고 하셨다)


이런 일이 계속, 그리고 오랫동안 반복된다고 생각해보자. 내가 저 행위들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면 왠지 섬뜩하지 않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멀리 보면 순애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짝사랑도 가까이 보면 스토킹의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아주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지 싶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나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상대방은 호감은커녕 부담과 거부감만 느끼게 될 수 있으니.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과는 매우 민감한 문제일 뿐 아니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누구를 몰래 좋아한다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감정을 드러내는 나의 행동의 정도일 것이다. 고백 대신에 하는 나의 순애보 같은 행동이 자칫 상대에게는 호감보다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사모’한다는 명분으로 내가 하는 느닷없고도 무모한 행동이 상대방을 불쾌하거나 두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리고서 하는 행동과 몰래 하는 행동의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걸 예상한다면 짝사랑은 “손해 보지 않고 혼자서 쉽게 했다가 싫어지면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는 편리한 사랑”이란 말이 선뜻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짝사랑한다면, 그러나 직접적인 고백은 자신이 없다면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천천히, 과하니 않게 드러내자. 자신이 누군지도 밝히지 않은 채 느닷없는 퍼붓는 선물 공세나 서프라이즈랍시고 갑자기 앞에 짠! 하고 나타나는 방법은 금물이다.

대신 우연히 만났을 때는 다음에도 오늘처럼 우연히  만났으면 참 좋겠다는 말로 호감을 표현하고 , 혹 그/그녀와 함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 시간만큼은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고, 또 잘 웃어주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대신 내가 당신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눈빛으로.


*이 글은 네이버판 <연애&결혼>에도 게재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플이 악플보다 정말 나쁜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