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브런치 글에는 댓글이 많이 없다. 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다른 작가들의 경우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이 울리면 그것이 무슨 내용인지 알기 전까지는 좀 두렵다. 성향은 관종이지만 태생이 쫄보인지라 모르는 사람들에게 비판을 듣거나 그로 인해 상처라도 받게 되면 쉽게 아물지 않게 되는 걸 이웃 플랫폼을 통해 몇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댓글 단 사람에게 득달같이 쫓아가 대댓글을 달며 그게 아니라고, 당신이 잘못 이해했다고 쓴다고 한들 내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생산적인 이야기라면 충분히 즐거운 랜선 토론이 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랜선 토론은 지 하고 싶만 말만 하면서 오해만 쌓다가 대개 인신공격으로 변질되거나 ‘신고’ 또는 ‘명예훼손 고발’으로 끝나는 걸 수도 없이 보아서 웬만하면 댓글 대화를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그런가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브런치를 읽다가 관심 있는 주제일 경우 구독을 하거나 라이킷을 누르는 경우는 가끔 있어도 댓글을 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타인의 글에 지나치게 참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오지랖 같아서다. 말도 안 되는 글일 경우에는 그냥 패스하면 될 일이니.
나는 작가에게 있어 독자의 관심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건 맞지만 댓글이 결과 혹은 평가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읽기만 하고 마음으로 공감하는 사람들, 혹은 그렇군,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나는 “댓글은 곧 대중의 생각”이라는 명제에는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물론 글에 대해 관심을 보이거나 다른 생각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예의를 갖춘 비판은 환영하지만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다짜고짜 “이렇게 써 놓는 거 보니 넌 분명 000이구나”라는 말로 함부로 나를 규정하고 근거 없는 비아냥거림의 댓글을 보고 있으면 무시하자, 하며 쿨하게 넘기다가도 뒤돌아서면 내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비아냥을 들어야 하지?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얼굴이 벌게진다. 머리는 아무리 아니라고, 무시하자고 해도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글 하나만 보고 글이 아닌 나에 대해 규정하는 것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이 정말로 어렵다.
작가는 독자와의 소통을 중요시 여겨야 한다는 데는 분명히 동의하지만 그 소통의 양과 질을 얼마만큼 할 것인가는 정말로 어려운 문제 중에 하나다. 독자라고 해서 작가의 모든 글을 좋아하는 건 아닐 테다. 작가가 무슨 신도 아니고 쓰는 글마다 하나같이 어떻게 다 좋을 수 있겠나. 당연히 독자 입장에서 때로는 비판을 하기도 하고 아쉬움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독자들의 날카로운 비판은 작가가 자기만의 고집이나 아집을 버리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독자가 열어주고 그것을 알아봐 주는 것만큼 이상적인 작가와 독자의 관계도 없을 테다. 이런 관계가 성립되려면 보통의 내공으로는 어렵겠지만.
문자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단 몇 초라도 시선을 멈춰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쳇말로 작가가 피고름 짜며 몇 날 며칠을 개고생 해서 쓴 글이라고 한들 모든 독자들이 알 리도 없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를 탓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한 줄이라도 읽히다 패싱 당하는 건 그나마 나은 경우고 대부분은 제목만으로도 가볍게 스킵당한다. 이런 패턴은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아주 흔한 일상 중 하나다.
사실 독자 입장에서 깊이 공감되는 내용이거나 유명한 작가의 글이 아니고서는 흔하디 흔한 글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읽는 데까지는 엄청난 인내심과 에너지가 요구된다. 그렇기에 작가는 일면식도 없는 저 냉철한 독자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또 겨우겨우 끌어올린 에너지가 단 몇 초만이라도 머무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적재적소하고도 촌철살인 같은 단어를 나열하며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야 하는데 그 호기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자극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건 나중 문제다. 내 글이 읽히기 위해서는 우선 관심을 끄는 게 가장 우선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성과주의적인 잣대는 틀린 명제라는 걸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외면하기 참.... 어려운 문제다.
글로 쓴다는 것, 그리고 글로 먹고산다는 건 참..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