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조금 더 행복한 도서관
-별마당 도서관


우리나라 도서관의 불문율 중 하나는 침묵과 엄숙입니다. 도서관의 기본 매너는 침묵이라고 배웠으니까요. 그러나 별마당 도서관은 별마당 도서관은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경고하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도서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강남 스타필드 쇼핑몰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까지 광장의 역할을 하는 별마당 도서관은 자칫 으리으리하게 만들어 놓은 대형 서점이 아닌가 하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도서관이라고 하기엔 자본의 냄새가 철철 풍기기 때문이죠.


높은 천고와 별마당 도서관을 연결하는 7개의 방사형의 연결 통로는 자연스럽게 광장을 형성하며 절대 이곳을 지나칠 수 없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움직입니다. 덕분에 이곳에 있으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쇼핑객, 여러 나라의 관광객,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혼자 책을 보는 사람,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사람 등등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책의 수만큼이나 사람도 많아서 활기가 넘치는 도서관입니다. 아마 별마당 도서관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일 경우 이 공간이 주는 신기함과 다양함, 웅장함에 책은 잠시 뒷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와중에도 군데군데 마련된 책상에서 딴 세상에 온 것처럼 책을 읽는 사람들도 많은데 아마 이런 사람들은 한두 번 방문한 내공은 아니지 싶습니다.


혹시나 대여나 대출을 염두하고 별마당 도서관을 찾는 거라면 안타깝게도 불가능합니다. 마음대로 책을 꺼내볼 수는 있지만 대출은 불가합니다. 사실 별마당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찾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서고의 높이가 어마 무시하거니와 그 규모도 방대해서 위치를 찾는 데만도 한참 걸립니다. 특히 도서관 서가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도서관 초보들은 아마도 더 힘듭니다. 그래서 원하는 책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발길이 닿는 곳을 찾아 천천히 서가를 훑어보다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을 골라 보는 게 훨씬 재미가 있습니다.


별마당 도서관은 아이들을 위한 책을 따로 구분하여 만들어 놓은 서가는 있지만 아이들을 위해 따로 준비된 공간은 없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별마당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책을 찾았다고 해도 마땅히 앉아서 편히 볼 수 있는 자리가 생각보다 많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만약 책을 보기를 원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책의 분류 지점을 미리 파악하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아이와 함께 간다면 아동 서적이 있는 분류 지점 주변을 도는 것이 좋습니다.


혹 저의 설명을 읽고 아이와 함께 가기엔 좀 어렵겠다,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갈 수 있는 도서관으로 별마당 도서관을 추천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도서관이 반드시 조용히 해야 하고 엄숙해야 하는 지루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한 좋은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도서관에 가는 것이 놀러 가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도서관 가자, 라는 엄마의 제안이 즐거울 겁니다. 두 번째, 그동안 좁은 집에서 오로지 아이 하나만 바라보며 육아로 지쳤을 엄마가 사람 구경할 수 있는 좋은 외출 장소라는 점입니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고, 단체 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엄마에게 문화생활은 사치나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생활이라고 해봤자 가까운 카페에 책을 보거나 조조 영화를 보는 것 정도일 텐데요, 사실 이런 것도 녹록지 않습니다. 아이가 하원 하는 오후 시간이 되기 전에는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죠. 별마당 도서관은 엄마에게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세련된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단지 책을 보기 위한 장소라기보다 엄마가 예쁘게 차려 입고 외출하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장소입니다. 책을 보다가 아이가 심심해하면 옆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사줄 수도 있고, 답답해하면 밖으로 나가 구경을 다닐 수도 있습니다. 책도 보고, 쇼핑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할 수 있어서 육아로 찌들었던 엄마에게 활력소를 줄 수 있습니다. (사실 육아 중인 엄마들은 아이를 동반한 외출이 어려운 줄 알지만 그럼에도 나가고 싶은 욕망이 더 큽니다. 힘든 것보다 외로운 게 더 싫거든요.)


사실 별마당 도서관에 가서도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와 아이가 멋지게 나들이할 만한 좋은 장소 중에 하나입니다. 아이에겐 볼거리를 제공하고 엄마에겐 외출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도서관과 책이 주는 새로운 아우라를 제공합니다.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책 읽는 사람만큼이나 사진 찍는 사람이 많습니다. 별마당 도서관은 쇼핑몰의 화려함을 도서관에 적용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지만 도서관에 왔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뭐라도 얻어가야 한다는 부담감, 잔소리하는 엄마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아이의 부담감, 혹시나 아이가 떠들거나 주변에 방해가 될까 느끼는 엄마의 부담감은 여기서는 필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곳곳에 앉아서, 서서 책을 읽습니다. 이런 모습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소음과 침묵이 대립을 이루지 않으며 공존하는 곳, 외로운 독서와 소통의 수다가 공존하는 곳, 엄마에게 외출을, 아이에겐 새로운 도서관을 경험하게 하는 곳. 별마당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구경, 사람 구경, 건물 구경을 하고 싶다면 한 번쯤 꼭 권해드립니다. 책을 읽어도 전혀 방해가 되거나 짜증이 나지 않습니다. 시끄럽지만 엄연히 도서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도서관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도서관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아니라 공부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도서관이 아니라 독서실 분위기가 강합니다. 무엇을 하느냐는 자유지만 도서관의 본질이 뒤로 밀리는 일이 정말로 안타깝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도서관이 많이 형성되면 단지 공부하고 책 보기 위한 공공기관이 아니라 심심할 때, 할 일이 없을 때, 아무 때나 들러서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사람들과 만남도 가질 수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 변화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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