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간일기 12 - “지방의 시대” 봄이 오려나.
구덕산 중앙도서관 앞뜰에 하얀 목련이 필 무릎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한창 고시공부를 하고 있을 때인데도 수험서 속의 글자들이 그녀의 얼굴이 되어 아른거렸다.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생각나는 사람’을 읊조린다. 하얀 목련의 청순함이나 둥그스러움은 내가 그 봄을 잊지 못하게 했다. 그해의 봄은 그렇게 왔다.
지난주에 세분의 부산시 전직 부시장님을 만났다.
퇴직 후에 정치에 도전하시기도 하고, 유관기관에서 근무하시기도 하고, 대학교수로 재직하시기도 한다. 공직에 근무하시는 동안 나름 열과 성을 다하셨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다. 지방의 시대를 만들고 부산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오신 분들이다.
또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기들을 만났다.
운동도 하고 소주도 한잔 기울이면서 그간의 안부를 묻고 전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 동기들은 그해에 서울대만 150명 이상이 합격하는 등 졸업생 절반이상이 인서울(in SEOUL)을 했다. 의대, 또 의대, 교대, 사대, 경찰대 등 자신의 여건과 전공을 찾아 타 도시로 흩어졌다. 서부 경남의 각 고을에서 진주로 유학을 하고, 서울을 비롯한 주요도시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리고 각자의 일터를 찾아 지구를 돌고 돌다가 지금은 은퇴를 하고 있다. 그때는 지방에 명문고, 명문대학이 있었다.
윤 대통령 당선자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임기 내 상설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의 시대’를 새 정부의 Motto로 하여 "지방자치와 분권, 재정 독립성, 어떤 사업을 선택해 집중할지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자주성에서 지방 발전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하면서 김병준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을 선임했다. 과거와 다른 대안들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지난정부에서 다루던 ‘지방분권개헌’ 같은 거대 이슈에서 출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헌법의 규정이 없어서 지방분권이 안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직 국회의장님은 임기 동안에 국가 대 지방의 재정비율을 8:2에서 7:3으로 바꾸겠다는 공약도 하셨다. 지금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중앙정부의 일선기관은 얼마나 많은가. 지역의 경제문제, 환경문제, 고용문제, 복지문제 등을 중앙이 일선기관을 통해 직접 해결하려고 한다. 일선기관이 비대해지는 만큼 지방자치단체는 왜소해지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안성조 박사는 보고서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역대 정부의 정책 노력과 성과는 모두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참여정부 때가 지역균형발전 정책 노력과 성과가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서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과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도입 등 국가균형발전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국가사무 지방이양 등 실질적인 균형발전정책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광역경제권 육성, 박근혜 정부는 지역행복생활권 정책을 각각 추진했으나 국가균형발전 성과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문재인 정부도 국가균형발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를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정책 추진은 미흡하다는 평이다.
이 연구결과에서 보듯이 그동안의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은 참여정부의 ‘특별법 제정과 공공기관 이전’외 특별한 성과물이 없다. 기업으로 치면 만든 제품이 부실하거나 전혀 이익이 없는 제품만 생산한 꼴이다.
* 출저 : 대구경북연구원
지역균형발전은 크게 4개의 범주에서 추진했으면 좋겠다.
지방대학의 위기 극복, 2차 공공기관 이전, 지역에 적합한 사업이나 산업 육성, 지방분권의 법적·제도적 개혁이다.
언제부터인가 ‘지잡대’, ‘지국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인 서울(in SEOUL)대학이 거의 모든 지방대학보다 우선순위가 되 버렸다. 지역의 학생들이 머무를 수 있는 특성화 된 지방대학의 육성이 필요하다. 포스텍, 유니스트 등의 사례에서 성공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분업화 된 독일의 대학처럼 지역의 미래 비전에 맞는 분야에 대학의 공교육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한다.
부산으로 ‘산업은행’ 이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처음 공공기관 이전 시에 이전기관으로부터 문전박대를 경험한 나로서는 반대여론이 매우 거셀 거라 짐작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이전에 오는 공공기관과 근무하는 분들의 형편을 생각해서라도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배치했으면 한다. 거점 대도시의 발전이 인근지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진해신항, 2030 EXPO’를 통해 국제 물류와 상업거점도시로 나아가고자 한다. 물론 그 외에도 많은 지역현안을 가지고 있다.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역에 맞고, 지역민이 바라는 사업이나 산업에 중앙과 지방이 합의하고 집중하여 투자했으면 한다.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통해 잘하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행정이 구조조정을 한 지가 언제이든가. 우후죽순처럼 조직이 비대해지고 공무원이 늘어났다. 올해에 지방의회도 인사권을 가지면서 인력을 늘렸다. 지역경제를 담당하는 지방공무원, 출자 출연기관 직원, 중앙 정부의 공무원과 그들의 일선기관 들이 중첩되어 있다. 지방분권을 위해 중앙과 지방행정의 구조조정, 권한 위임, 재정권의 이양 등 법적·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 꼭 해야 하는데 추진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지난주 21일부터 ‘8인 모임·11시 영업’이라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적용됐으나, 정부가 코로나19 유행 정점을 예측하지 못하고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누적 확진자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 바야흐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다. 지방이 각자도생해야 하듯이.
* 출저 : 부산일보
은퇴자가 각자도생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올해 부산의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이 18.31% 올랐다.
구·군별로는 해운대(25.60%) 기장(21.53%) 순으로 많이 상승했다. 이어 수영구(19.81%) 동구(18.84%) 북구(18.41%) 연제구(17.27%) 순이었다.
공시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재산세, 종부세, 증여 및 상속세 등의 각종 세금이 오른다는 걸 의미한다. 또 은퇴자의 지역의료보험료를 올린다.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린다는 것보다 오르는 것이 많으니 개인의 살림이 팍팍하다.
지방도, 개인의 건강도, 개인의 살림도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시대다.
하얀 목련이 피듯 우리에게도 봄이 오려나.(2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