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해수부는 부산과 함께 할 수 있는가.

by 배광효

해운대 주간 일기 13 – 해수부는 부산과 함께 할 수 있는가


이른 아침, 부부가 써니와 함께 달맞이길로 산책을 나갔다.

해운대 미포 입구에서 걸어 오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써니는 새로운 길에 눈이 휘둥그레져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한다. 코를 처박고 낯선 향기를 맡아 기억에 저장해서 다시 올 채비를 하는 것 같다.


‘문탠로드’가 생긴 일화,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가 이곳에 자리하게 된 이야기, 상가의 바다 전망이 막힌다고 누군가가 길 건너편 나무의 뿌리에 제초제를 뿌린 사건, 언덕 위의 유료주차장이 설치된 과정, 달맞이 전망대 설치 예산을 확보한 노력, 서울 손님들을 초대하여 달맞이를 소개했던 일, 달맞이 언덕에 자리 잡은 좋은 카페들 등 마치 관광해설사처럼 달맞이의 애환과 성장과정을 주섬주섬 떠들었다. 아내는 이제는 행정에서 손을 떼고 관심을 끊으라는 투박의 소리를 한다. 새소리가 정겹다.


그래도 달맞이언덕과 해운대해수욕장이 지천 거리에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이른 아침에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마음을 청량하게 한다. 저 푸른 바다와 수평선은 마음을 툭 터이게 한다. 이런 곳에 해상 풍력을 하겠다고 하니 이 무슨 소리인가. 지역주민들이 제발 그 바다를 지켜달라고 한다. 그런데 행정이 말을 어정쩡하게 한다. 해운대에서 기장으로 이어지는 부산 해안은 동해의 남성적 파도와 툭 터인 수평선으로 인해 다이내믹한 부산시민의 안식처이다. 미래의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해상풍력 같은 시설로 가로막을 일이 아니다.


2013년 1월 부산시 해양농수산국장으로 임명받았었다.

전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고, 공약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된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정부와 인수위를 찾아다니면서 해양수산부 부활에 대한 부산시와 시민단체의 입장을 전달하였다. 가능하면 강하고 권한 있는 조직으로 부활했으면 했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을 통해서도 해양수산부 부활의 필요성을 알렸다. 그때 방송에서 하태경 국회의원님과 함께 하기도 했다. 부산시, 지역 정치인, 지역 시민단체 등 부산지역의 주도적 노력으로 해양수산부는 부활했다.


그러나 부활된 해수부는 ‘부산만의 해수부가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로 부산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부산에는 해수부의 정책을 담당하는 연구기관, 세계적인 항만, 수산 관련기관·단체, 해양수산 관련 대학 등 대부분의 정책 및 연구, 집행기관이 있다. 부산이 있어야 해수부의 존재가치가 있다. 부산과는 때려야 땔 수 없는 운명공동체인데도 말이야.


과거 부산시가 항만자치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부산항만공사를 설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반대로 정부 산하의 공기업이 되었다. 처음에는 부산시와 정부가 임원 선임을 나누어 가졌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부산시의 지분이 줄어들었다. 특히 북항 재개발 사업은 부산시와의 상호협력이 중요하여 부산시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었으나 이것도 해수부 주도가 되었다. 부산항만공사 임원에 지역인사가 들어가야 부산시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된다.


해수부는 기본적으로 지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부족하다. 부두, 방파제 등 항만을 건설하거나 연안정비, 수산시장 등 어항을 만드는 게 건설 관련 주요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보다 북항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있다. 해수부가 조직을 늘린 게 아니라 부산항만공사에 더 큰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하고, 북항 재개발 사업 책임자에는 민간의 개발 전문가가 필요하다.


더구나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지난해 4월 해수부가 “부산항 북항의 트램 차량 구입비용을 댈 수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북항 재개발 사업에 대한 자체감사를 했다. 그러나 이번에 법제처가 “트램 차량 비용은 해수부 부담이 맞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결국 북항 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1년간 표류하게 되었다. 지역 여론은 해수부 내의 조직 내부 갈등 및 상호 견제 등의 사유로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고 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부산시의 주도로 부활된 해수부가 부산시의 역점사업에 발목을 잡은 셈이다. 북항 재개발을 적기에 부산시민이 바라는 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앞장을 서야 하는데, 사업 추진을 타 부처의 해석에 의존하려 하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어찌하랴. 심지어 일부 사람들이 차라리 해수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제 해수부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북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서 조직을 확대하는 것과 같은 ‘권한 키우기’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항만자치권 이양 같은 권한 위임이나 부산항만공사가 사업을 잘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부산을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만드는 작업에 부산시 보다 더 큰 애정과 열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부산이 ‘해양수산 분야의 서울’이 되도록 해수부가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해양수산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전국의 해양도시가 그 파급효과를 가질 수 있다. 가령 부산시의 미세먼지 주범이 부산항인데, 어떻게 부산을 세계적 항구도시라 말할 수 있고, 타 항구도시에 클린 항구를 만들 수 있겠는가.


부산항은 국가의 무역항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부산시민의 삶의 터전이고, 생활의 공간이다. 마음대로 미세먼지를 내뿜고, 컨테이너 차량으로 도로를 채우고, 해안 공간을 막아서는 안 된다. 부산이 세계적 항구도시가 될 때 해수부는 글로벌 작품, K-항구 도시를 창조한 주인공이 된다.(22.4.04)

13. 북항1단계재개발사업 구역.jpg


#해수부 #해양수산부 #북항 재개발 #해운대 주간 일기

keyword
이전 26화14. 공관(公館), 관사(官舍)는 여전히 유효한 가.